※ 정진용은 대금연주자이자 선릉아트홀의 무대감독이다. ER 이코노믹리뷰 연재 칼럼 ‘우리 음악 쉽게 듣기’에서는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초심자가 국악을 더 쉽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하고 감상할만한 곡을 추천한다.
※ 정진용은 대금연주자이자 선릉아트홀의 무대감독이다. ER 이코노믹리뷰 연재 칼럼 ‘우리 음악 쉽게 듣기’에서는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초심자가 국악을 더 쉽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하고 감상할만한 곡을 추천한다.

우리 음악은 독주도 아니었고, 감상용도 아니었다. 합주였고 의식(儀式)의 일부였다. 궁중에서 제사를 지낼 때, 굿판을 벌일 때, 그리고 길놀이와 노동요로 연주됐다.

하지만 산조(散調)는 의식과는 동떨어진 기악 독주곡이다. 19세기 말경 가야금 연주자 김창조를 시작으로 판소리, 민요, 시나위에서 따온 멜로디를 엮어서 혼자 연주한 음악이다.

이전까지 음악들과는 연주 태도도 사뭇 다르다. 의식을 빼고 예술행위 그 자체에 조명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가다듬어 무대예술로 승화시켰다. 그래서 산조라는 음악은 예술가와 관객이 연주 행위 자체를 즐기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박현숙이 2018년 11월 23일 서울 선릉아트홀 '불휘기픈소리' 기획공연에서 정남희제 황병기류 가야금산조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선릉아트홀)
박현숙이 2018년 11월 23일 서울 선릉아트홀 '불휘기픈소리' 기획공연에서 정남희제 황병기류 가야금산조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선릉아트홀)

산조를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

우리 전통 음악은 대부분 느린 장단(박자)에서 빠른 장단으로 진행된다. 산조도 한 장단(마디)에 11초 정도되는 진양조부터 시작한다. 이렇듯 느린 장단에서는 미분음, 즉 선과 칸 사이의 애매한 공간에 끼어있는 음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관건이다.

가령, 초심자가 가야금 산조 연주를 현장에서 본다면, 연주자의 왼손을 주목하는 것도 요령이다. 오른손으로 줄을 한 번 튕겨놓고 그 음이 사라지기 전까지 왼손으로 줄을 누르거나 당김으로써 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들어보면 좋다.

그리고 중모리, 자진모리를 지나 한 장단에 2초 남짓한 빠른 휘모리 장단으로 전개된다. 이때부터는 장구 장단에 몸을 맡기고 가야금 줄 위에서 손놀림이 빠르게 움직인다. 그 결과물인 음이 어떻게 박자 위에 만들어지는지 느끼면 된다.

이때 장구 또는 북이 함께한다. 산조는 독주곡이지만, 중주에 가깝다. 장단(연주)없이는 산조라 하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두 악기가 서로를 어떻게 밀어주고 끌어주는지 들어보면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정리해보자.

산조는 의식과 분리되어 예술만을 위해 만들어진 근대 한국의 예술 작품이다. 연주자가 기교에 진심이며, 자신의 감정을 담는다. 이런 음악은 그러한 기교를 즐겨주면 된다.

마지막으로, 초심자가 현장에서 당장 소리로만 감상하기는 어렵다. 5분만 유튜브 등 영상의 도움을 받아보자. 표정, 손놀림, 호흡에 집중하자. 더욱 재미있게 산조를 들을 수 있다.

▶ 추천곡 | 박현숙의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

 


※ 대금 연주자 정진용은 국가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과 대금정악의 이수자이며 선릉아트홀의 무대감독이다. 선릉아트홀은 서울시 강남구의 아담한 공연장으로, 주로 국악이 연행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