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민락(與民樂)은 '백성[民]과 즐거움[樂]을 함께한다[與]'는 의미를 지닌다. 조선 세종대왕 때 창제된 궁중음악으로, 정재(궁중 무용) 봉래의의 무악(舞樂)이자 조선 건국의 정통성을 노래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의 가사를 부르는 성악곡이었다. 궁중에서는 조회, 회례, 연례 등 주요 행사에 사용되었으며, 현재는 노랫말이 없는 기악곡으로 전승되고 있다.
악곡은 대금, 피리, 아쟁, 해금 등의 관현악기와 타악기가 참여하는 대규모 편성으로 연주된다. 본래 10장으로 구성되었으나 현재는 7장까지만 전승되어 연주된다.
여민락은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
여민락의 감상에는 인내심과 음악의 의의를 새기는 것이 필요하다.
전곡은 총 약 1시간 30분에 달하는 대곡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1장(초장)부터 3장까지 느린 부분에서는 극심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20박의 느리고 긴 장단은 초심자가 듣기에는 난도가 매우 높다. 4장 이후 템포가 빨라지지만, 이 역시 30여 분 연주된다. 필자도 실제로 전곡을 들어본 것은 한 번밖에 없을 정도로, 연주도 어렵고 감상의 기회도 적은 곡이다.
여민락을 감상할 때는 악곡 감상도 감상이지만, 악곡이 지닌 역사적 의의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세종대왕께서는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인 훈민정음(訓民正音) 반포 이후, 모든 백성이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라는 애민(愛民) 정신과 함께 용비어천가라는 작품을 통해 훈민정음이 실용적인 언어 체계임을 입증하고자 했다. 여민락은 이러한 세종의 염원이 담긴 작품이라는 의의를 새기며 감상하면 좋겠다.
오늘의 추천곡은 국립국악원의 여민락 두 곡이다.
▲ 여민락 - 국립국악원 정악단
실질적인 연행과 감상을 위해 10분 내외로 편곡된 본으로, 유장한 초장의 일부와 조금 빠른 4장의 일부로 구성되어 초심자도 듣기 쉽다.
▲ 여민락 완곡 - 국립국악원 정악단 듣기
* 영상이 두 클립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48분 즈음 영상이 끊긴다면 다음 영상을 재생하면 이어서 볼 수 있다.
완곡의 감동을 원하는 청자에게는 전곡 영상을 공유한다. 필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여민락 완곡이다. 한 시간 반의 대곡을 암보와 함께 완벽히 소화하는 연주자들에게 경외감을 느꼈던 공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