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 2
11월 26일 개봉 | 애니메이션 | 전체 | 미국
감독: 재러드 부시, 바이론 하워드
목소리: 지니퍼 굿윈, 제이슨 베이트먼, 키 호이 콴
역대 애니메이션 2편 중 최고다. <겨울왕국 2>보다 재밌다. 스크린에 손을 뻗어 주디와 닉을 만지고 싶을 만큼 애니메이션의 극한을 보여준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아이들 손을 잡고 갈만한 애니메이션이다.
토끼 주디와 여우 닉은 1편의 활약으로 정식 형사팀이 된다. 잠입수사를 이어가던 어느 순간, 주디는 도시에서 존재해서는 안 될 뱀의 허물을 발견한다. 그러나 주디의 보고는 묵살된다. 동료들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믿어주지 않는다. 그래도 파트너 닉은 주디와 함께 잠입수사를 이어가고, 마침내 파란 뱀 게리를 발견한다. 둘은 도시의 편견과 권력이 숨겨온 진실과 마주하며, 오히려 용의자가 되어 도망치는 처지가 된다.
1편이 편견을 넘어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선언을 중심에 놓았다면, 2편은 함께 존재하기 위한 조건을 묻는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가치를 존중할 때 비로소 공동체가 유지된다는 현실적인 질문이다.
영화는 전편의 향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화려한 이상향으로 보였던 주토피아의 이면을 파헤치며, 도시라는 공간이 어떻게 유지돼 왔는지 보여준다.
이야기 중심에는 여전히 주디와 닉이 있다. 둘은 서로 다른 판단 방식을 드러낸다. 주디는 꼼꼼하지만 급하고, 닉은 여유롭지만 대충 넘어가려 한다. 위기가 닥칠수록 각자의 개성이 두드러지며 엇갈린다. 그러나 결국 믿고 지지한다. 파트너란 완벽한 합의가 아니라 위기 속에서 선택이라는 걸 보여준다. 영웅이란 완성형이 아니라 상처를 안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1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뱀 게리는 사건의 발화점이다. 도시 전체가 동요한다. 그러나 게리는 은폐된 역사의 증언자에 가깝다. 왜 뱀은 이 도시에서 배제됐는지, 극중 누구도 설명하지 못한다. 영화는 똑같이 관객에게 묻는다. 지금 누군가 밉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보라. 정작 우리는 그 미움의 이유를 남에게 들은 이야기로 설명할 때가 많다.
세계관의 확장도 인상 깊다. 물과 육지가 엮인 습지 마켓은 반수생 동물들의 생태를 도시 인프라 차원에서 시각화한다. 워터 튜브를 타고 이동하는 동물들, 끊임없이 소문이 흐르는 시장의 구조, 조명과 간판까지 모두 합쳐져 주토피아라는 생태 도시가 실제로 호흡하는 것처럼 그려진다. 툰드라 타운의 링슬리 가문 저택과 100주년 기념 연회, 사막 축제 장면은 이 세계에 권력과 계급을 보여준다.
기술적 완성도는 극장에서 봐야 더 눈에 띈다. 수만 마리의 동물이 동시에 움직이는 장면은 애니메이션 기술의 극한을 보여주고, 튜브 속을 질주하는 추격전, 물살에 실려 가면서도 반대 방향으로 휘날리는 옷의 움직임은 캐릭터의 질감과 속도를 세밀하게 구현한다. 화면 곳곳에 투입된 공정의 규모는 명확하게 체감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