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섬중공업 거제조선소. 사진=삼성중공업
삼섬중공업 거제조선소.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최강자를 넘어 마스가(MASGA) 시대 다크호스로 거듭나고 있다. 뚜렷한 실적 개선세에 더해 향후 LNG운반선(LNGC)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컨테이너선 수주 증가까지 더해지면서 탄탄대로가 열렸다는 평가다.

미국발 LNG 프로젝트와 국제적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 역시 힘을 실어주는 그림이다.

각종 지표 개선 중…선종 믹스 파란불

삼성중공업은 2023년 이래 꾸준한 체질 개선 흐름을 보이며 실적 급성장 중이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11월 공개한 IR 발표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총 39척을 수주하며 69억달러(약 10조1381억원) 규모 수주고를 올렸다. 현재까지 누적 수주잔고는 132척, 282억달러(약 42조4286억원)으로 못해도 3년치 일감을 쌓아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정적인 수주 흐름은 2022년부터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당초 조선업 불황기 대거 수주했던 저가 수주 물량은 지난 3년간 대부분 선주에게 인도됐다. 해당 물량 비중이 빠지고 고선가 물량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는 구조로 전환 중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 3분기 실적 공시에서는 매출 증가, 영업이익 개선이 명확히 드러난다. 영업이익은 238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9% 급증했다. 매출은 2조6348억 원으로 같은 기간 13%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매출원가율 하락’과 ‘선종 믹스 개선’이다. 삼성중공업이 11월 14일 공시한 분기보고서 기반으로 매출원가율을 계산하면 약 88.27%가 나온다. 지난해 동기 91.32%보다 더 줄어들었다. 매출원가율은 총매출 대비 인건비와 원재료비, 감가상각비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비율이 낮을수록 같은 선박을 건조하더라도 더 높은 마진을 얻을 수 있다. 조선업은 수주부터 인도까지 통상 2~3년이 소요되는 산업 특성상 원가율 개선 흐름은 구조적 변화로 평가된다. 삼성중공업이 철강업계와의 후판가 협상, 공정 효율화 등으로 안정적 수익 구조를 만들었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선종 믹스 개선이 실적 개선을 이끈 핵심 요인으로 부상했다. 저선가 컨테이너선 매출은 줄어들고 가장 고가인 FLNG 매출은 늘었다. LNGC와 VLCC 등 고수익 선박 수익도 실적에 잡히기 시작했다. 이런 선종 믹스는 특정 선종 발주 감소나, 기존 고객과 거래 중단 등의 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유연히 대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도 우수한 선종 믹스 현황을 유지 중이다. 11월까지 누적 수주한 선종은 LNG운반선 7척, 셔틀탱커 9척, 컨테이너선 9척, 에탄운반선 2척, 원유운반선 11척, 해양생산설비 예비 작업 계약(1기)가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FLNG ‘독주’ 굳힌다

삼성중공업의 핵심 사업을 논할 땐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설비)를 빼놓을 수 없다.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최강자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미 페트로나스 ZLNG, 시더 FLNG 등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행 중이며, 추가 FLNG 수주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당장 협상 중인 프로젝트만 모잠비크 코랄 2기, 미국 델핀, 모리타니 골라, 캐나다 웨스턴LNG 등 4건이다. 이중 코랄 2기는 지난 10월 전체 프로젝트 FID(최종투자의사결정)을 완료한 상태로, 연내 수주 가시권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연내에 계획된 FLNG 계약이 있다”며 “완료된다면 올해 수주 목표 달성 역시 무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이 연초 내세운 수주 가이던스는 상선 58억달러, 해양플랜트 40억달러다. 상선 목표는 최근 아시아 지역 선주로부터 컨테이너선 7척을 약 12억달러에 수주하면서 목표를 달성했다. 마지막 퍼즐인 해양플랜트도 수주 가시권인 만큼 이번에도 따뜻한 연말을 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싹튼다.

더 긍정적인 점은 삼성중공업을 둘러싼 국제 정세도 호의적이란 점이다. 미국이 3월 발간한 단기 에너지 전망(STEO)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1.9bcf/d(백만 표준 입방피트/일) 수준이던 미국산 LNG 총수출량은 연간 15% 성장해 2026년 말까지 16.4bcf/d를 넘어설 전망이다. 국제적인 LNG 수요가 늘어난 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역시 바이든 정부에서 장기간 묶어둔 LNG 수출 프로젝트를 재가동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미중 패권전쟁의 연장선으로 중국 ‘위슨’ 조선소를 거래 금지 조선소에 포함시켰다. 위슨은 삼성중공업을 제외하면 상업 FLNG를 높은 완성도로 건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인데, 해당 기업이 미국 제재 대상에 추가되면서 미국 LNG 프로젝트에 필요한 FLNG를 발주해야 하는 글로벌 LNG 기업들의 선택지에 삼성중공업만 남게 됐다. 본격적 독주 체제가 시작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2조원이 넘는 FLNG 건조금액 특성상 발주처들은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조 기술력과 실적에서 앞서는 삼성중공업에 더 많이 의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대형 FLNG인 '코랄 술'의 모습.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대형 FLNG인 '코랄 술'의 모습. 사진=삼성중공업

“방산보단 FLNG”…뚝심 빛났다

삼성중공업의 FLNG 사업 확대는 다른 조선 빅3와도 차별된다. 조선 3사는 모두 LNGC와 VLCC,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우수한 완성도로 건조할 수 있지만, FLNG만큼은 삼성중공업이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FLNG를 위시한 해양플랜트 시장은 과거부터 차세대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각광받아왔다. 국내 조선 3사 역시 모두 조 단위 투자를 감행한 적도 있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글로벌 조선업 불황으로 선박 수주까지 끊기자, 조선사들은 저가 수주까지 감행하며 생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저유가 역시 FLNG 수요를 감소시켰다. 결국 경쟁사들은 모두 FLNG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중공업도 불황을 벗어날 수 없었다. 경영난에 시달리다 유상증자만 세 번 단행했다. 무상감자도 있었다. 차이점은 삼성중공업만이 불황에도 FLNG에 꾸준히 투자하며 건조 포트폴리오를 쌓아올렸다는 점이다. 결과는 FLNG 시장 독식으로 증명했다.

물론 HD현대와 한화오션 역시 사업 다각화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수상함과 잠수함 등올 대표되는 방산 특수선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조선-방산 협력 기조에 맞춰 크게 부각되는 중이다. 양사는 현지 거점 마련과 현지 군함 수주 시도 등 다양한 방면에서 경쟁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런 방산 특수선 흐름에 올라타는 대신, FLNG에 집중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일종의 틈새전략이다.

조선업계의 방산 특수선 열풍이 삼성중공업에게 기회가 되기도 한다. 슬롯 때문이다. 선박 건조는 평균 척당 2~3년가량 걸린다. 해당 기간 동안 도크를 온전히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조선사가 소화할 수 있는 물량엔 한계가 있다. 글로벌 조선업 호황 이후 국내 조선사들이 고수익 선종 위주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치는 이유다. 한정된 도크를 최대한 비싼 선박으로 채워야 수익 극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HD현대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을 추진 중이다. 특수선 생산량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기존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 슬롯을 HD현대미포 슬롯으로 이전하고 수주를 늘린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한화오션 역시 미국 현지 필리조선소 인수 등 거점을 마련했으나, 특수선을 건조하기엔 설비 최신화와 부지 확장이 우선돼야 한다. 당분간은 거제사업장 슬롯을 할애할 것이라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민간 상선에만 집중하는 삼성중공업의 수주량이 소량이지만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삼성중공업의 약진은 주가에서도 두드러진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16% 뛰며 그룹 내 연초 대비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룹 내 유일한 세 자릿수 상승률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국내 해양방산 사업부문을 갖고 있지 않아 적용되는 주가 할인이 지나치다”며 “해양플랜트 기대수주가 계약으로 연결되고 운휴설비가 재가동되며, 2026년~2028년까지 LNGC 생산 계획을 가장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등 중장기 실적 개선 모멘텀이 많아진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