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의 닫힌 문이 열리고 창작자와 플레이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실험이 시작됐다. 넥슨이 자사의 샌드박스 플랫폼에서 이용자를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개발의 파트너로 격상시키는 전략적 움직임에 나섰다.

넥슨은 26일 자사 콘텐츠 제작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월드에 신규 서비스 메월드 실험실을 정식으로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서비스의 핵심은 완벽하게 포장된 결과물을 내놓는 기존의 관행을 깨는 데 있다. 메월드 실험실은 정식 출시 전의 미완성 월드(게임)를 이용자에게 먼저 공개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흡수해 완성도를 높이는 시스템이다. 개발자는 시장의 반응을 미리 확인해 실패 확률을 줄이고 이용자는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게임을 즐기는 선순환 구조를 노린다.

이러한 방식은 스팀의 얼리 액세스(Early Access)나 소프트웨어 업계의 오픈 베타와 유사하지만 샌드박스 플랫폼 내에서 자체적인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수많은 이용자 창작 콘텐츠(UGC)가 쏟아지는 플랫폼 특성상 옥석 가리기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집단지성을 통해 콘텐츠의 질적 상향 평준화를 꾀하겠다는 계산이다.

실험실의 첫 주자로 나서는 콘텐츠들은 넥슨의 대표 지식재산권(IP)인 메이플스토리를 창의적으로 비틀어낸 오리지널 월드 3종이다.

먼저 몬스터 가이드북은 귀여운 몬스터를 공포의 대상으로 재해석했다. 이용자는 어두운 맵을 탐험하며 몬스터에게 들키지 않고 사진을 찍어 도감을 완성해야 하는 은신 잠입형 공포 게임이다. 인피니티 라이즈는 적의 공격 패턴을 파악해 타이밍에 맞춰 반격하는 액션 RPG로 긴박한 전투 경험을 제공한다.

사진=넥슨
사진=넥슨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메이플 블록버스터다. 지형 파괴와 자유로운 탐험을 내세운 이 게임은 자원을 모아 물품을 제작하는 크래프팅 요소를 MMORPG에 접목했다. 이용자가 땅을 파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장비를 만들어 강화하는 높은 자유도가 특징이다.

넥슨은 이번 시스템의 안착을 위해 초기 유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오는 12월9일까지 각 월드를 플레이하고 설문에 참여한 이용자에게 추첨을 통해 월드별 500월드코인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는 단순한 보상을 넘어 이용자가 적극적인 테스터이자 기획자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동기부여책이다.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넥슨의 이번 시도는 콘텐츠 생태계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개발 단계부터 팬덤을 형성하고 이용자의 목소리를 데이터화해 흥행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메월드 실험실이 킬러 콘텐츠를 탄생시키는 산실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