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준말인 ESG는 전세계적으로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명문화된 규범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 건설사의 주 무대인 아시아와 중동시장에서 조차 국가 차원에서 ‘친환경’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맞춰 국내 건설사들 역시 ‘탈석탄’를 외치며 ESG경영에 ‘친환경’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적극 수주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의 ESG경영 노력과 현주소를 짚어 본다.

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준말인 ESG는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각국의 정부와 민간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면서, ESG는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전략이 되고 있다. 건설업 또한 사업구조 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E로 대표되는 친환경 부문이 주목된다.  온실가스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받던 건설기업들은 '탈탄소'를 내세우며 방향 전환에 나섰다. 과거에는 친환경 도급 사업 위주로 참여했다면, 최근에는 M&A와 기술 개발을 통해 공격적인 포트폴리오 전환을 꾀하는 점도 주목된다. 시장 환경이 시시각각 변모하는 가운데, 국내 건설사들의 성공적인 안착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건설업으로 탄소ZERO, 어려운 꿈 꾼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탈석탄을 선언했다. 같은 해 신사업 추진실을 신설하고, 올해 모듈러 건설 시장  진출을 알렸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스마트건설지원센터 2센터 사업을 수주하면서다. 석탄화력발전소 수요를 포기하는 대신, 탄소배출과 폐기물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기술로 선회한 것. 건설과 주택이라는 전통적인 사업영역에 더해 지속가능한 포트폴리오 확충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설비(ESS) 사업에 눈독 들이고 있다. 지난해 ISO 14001(환경경영 국제인증) 인증 범위에 신재생에너지를 추가, 사우디 법인에서도 해당 분야가 추가된 현지 인증을 취득했다.

현대건설은 2050년까지 '글로벌 그린 원 파이오니어' 비전을 수립했다. 장기적인 환경 에너지 경영 로드맵을 세운 것인데, 사업 수행의 전 과정인 건설기술 개발부터 운송, 시공, 철거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 현대건설 또한 올 7월 탈석탄을 선언했다. 해외 민간기업의 비판에 맞닥뜨리면서다. 지난해 삼성물산이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으며 탈석탄을 선언한 것과 같은 궤도다. 다소 마지못해 참여한 측면도 있지만, 시공능력평가 1, 2위를 다투는 건설사들의 행보는 글로벌 기업의 이목이 친환경에 쏠려 있음을 방증한다.

이처럼 탄소제로, 친환경 경영은 곧 건설기업의 생존전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멘트와 같은 건자재를 사용해 집과 빌딩, 발전소를 짓는 건설업은 그 특성상 반환경적인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환경보전 압력이 추상적인 인식에서 구체적인 정책과 규범으로 확대되면서, 기업 차원의 적극 대응이 절실해 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탄소국경세가 논의되고 있고, 미국은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했다.

국내에서도 2025년부터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민간기업들의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다. 친환경 에너지만 100%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에는 애플과 구글, 월마트 등 290여개 글로벌 기업이 동참했다. 참여 기업들은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업체와는 거래하지 않겠다는 식이다. 건설업의 환경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장은 벌써 '탄소' 지우기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글로벌 탈석탄 행보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ADB는 최근 석탄화력발전소 지분 확보에 나섰다. 애초 50년 운영 예정된 가동 기간을 15년으로 단축하기 위해서다. 앞서 5월 에너지 정책 초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직접 추진에 나선 것. 문제는 건설업과 금융의 협업이다. 국내 기관인 해외건설협회는 ADB 관련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프로젝트 관련 금융 지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면서 "석탄 채굴 및 발전소 관련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석유 및 천연가스 탐사 및 채굴활동도 금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흥국의 경우 국가 재정 상황이 상대적으로 원활하지 않아 건설사의 금융조달이 중요한데, 탈석탄이 민간금융과의 협업을 위한 일종의 '출입증'이 된 셈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주 무대인 아시아와 중동 시장 상황 또한 친환경 압박이 거세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9년 IEA(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서 기준, 동남아시아는 전력 수요가 연평균 6%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는 동남아시아권 시장은 석탄발전 의존도가 결코 낮지 않음에도, 국가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을 장려하는 추세다. 일례로 베트남은 기존 석탄 발전프로젝트를 절반 가까이 축소하고, 대신 오는 2030년까지 3,000~5,000MV 규모의 해상풍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필리핀 환경부는 지난해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을 금지했고, 세계 5위 탄소배출 국가인 인도네시아도 2025년까지 전체 전력량의 2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산유국인 중동 국가들은 신재생을 자국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에 포함한 지 오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발표한 각국의 시장동향 보고서에는 이러한 상황이 잘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태양광과 열 사업이 최근 5년간 계획된 프로젝트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UAE는 2015년부터 전 세계 최초로 그린 수쿠크(이슬람채권) 발행을 준비하며 신재생 에너지 흐름을 가속화한 국가이기도 하다. 또한 카타르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수요의 20%를 태양광 발전을 통해 확보하고, 사우디는 자국 에너지의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기술확보부터 M&A까지

탈석탄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건설사들의 대응 양상도 적극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의 진출이 이어지는 중이다. 사업성 확보를 위한 대형 M&A가 이뤄지는가 하면, 디벨로퍼와 EPC 경험을 바탕으로 친환경 신사업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신재생 에너지 기업과 기술을 획득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전략도 주목된다. 친환경 건축 부문에서 소재 개발을 통한 탈탄소화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SK ecoplant)는 지난해 1조 규모의 '빅딜'을 진행한 데 이어, 오는 2023년까지 총 3조원 규모의 친환경 신사업 개발과 기술혁신기업과의 M&A를 추진할 방침이다. 국내에서 축적된 기술과 역량을 기반으로 아시아 거점국가의 현지 환경기업들을 인수하고 밸류체인을 구축해 아시아 전역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1조500억원에 인수한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발판 삼아 수처리와 소각·매립분야를 선도하는 한편, 볼트온(Bolt-on) 전략에 따라 기술혁신기업 M&A와 산업단지 신규 개발 등도 검토할 방침이다. 신에너지 사업의 경우 최근 부유식 해상풍력,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사업 개발과 기술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활발하게 맺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는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을 목표로 내걸었다.

북평레포츠센터 연료전지 발전소 위치도  사진=SK에코플랜트
북평레포츠센터 연료전지 발전소 위치도 사진=SK에코플랜트

중견사인 코오롱글로벌은 단순 시공 중심에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역량 키우기에 나섰다. 현재 가덕산 풍력과 경주풍력을 합쳐 총 80.7MW의 풍력단지를 운영 중이다. 그간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EPC 공사를 진행했고, 지분투자를 통한 배당이익도 연간 200억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풍력발전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를 활용해 그린수소 사업에도 손을 뻗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재서 코오롱글로벌 신재생에너지사업팀 이사는 “관점의 변화를 통해 풍력사업을 전통적인 건설사업이 아닌 발전사업으로 바라보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사업을 발굴하고 진행해 육상풍력 시장에서 선두주자가 됐다”며 “해상풍력 조기 사업화 및 풍력발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기반 구축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분야 선도기업으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백가덕산풍력발전단지 전경  사진=코오롱글로벌
태백가덕산풍력발전단지 전경 사진=코오롱글로벌

이처럼 건설사들이 에너지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가운데, 건축 부문에서는 친환경 소재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DL이앤씨는 올 8월 현대오일뱅크와 '탄소저감 친환경 소재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현대오일뱅크의 대산공장 정유시설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해 탄산화제품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오는 2022년 연간 10만톤 규모를 시작으로 연간 생산량을 60만톤까지 늘릴 방침이다. 또한 탄소저감 소재를 활용한 자재를 아파트와 토목 현장에서 도입할 예정이다. 반도건설 또한 엘에스이피에스와 ‘친환경, 준불연 단열재 기술협력’을 체결했다. 새로운 건축자재 기술개발, 현장 적용 및 실효성 증대를 위해 적극 협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