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텍스트로만 감정을 전달하던 시대가 저물고 디지털 이미지 하나가 수백 마디의 말을 대신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메신저 창 안에서 웃고 울며 공감을 이끌어내던 작은 그림들이 거대한 콘텐츠 산업으로 진화하며 한국인의 소통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카카오는 자사의 이모티콘 서비스가 출시 14주년을 맞이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지난 2011년 카카오톡에 처음 도입된 이모티콘은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궤를 같이해왔다. 카카오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4년간 출시된 개별 이모티콘 수는 총 85만 개에 달한다. 이용자들이 대화창에서 이모티콘을 발신한 누적 횟수는 무려 3000억 건을 넘어섰다. 이는 전 국민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모티콘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문화가 완전히 정착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업계는 카카오 이모티콘이 단순한 부가 기능을 넘어 거대한 창작자 생태계(Creator Economy)를 구축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누구나 작가가 되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망그러진 곰’이나 ‘토심이’ 같은 인기 IP(지식재산권)가 탄생했고, 이는 다시 굿즈나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 산업으로 확장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했다.

수익 모델의 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카카오는 개별 구매 방식에서 나아가 월정액 구독 서비스인 ‘이모티콘 플러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원하는 이모티콘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누적 2000만 명이 경험하며 플랫폼의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단건 구매의 한계를 넘어 구독 경제로 전환하려는 플랫폼 업계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사진=카카오
사진=카카오

최근에는 이용자 저변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정기 무료 이모티콘 증정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제공된 153종의 이모티콘은 누적 다운로드 6800만 건을 기록했다. 유료 결제 장벽을 낮추고 라이트 유저를 락인(Lock-in)하려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14주년을 기념해 이용자와 창작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인기 작가들이 직접 그린 생일 축하 축전 이미지를 공개하고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생일 케이크 굽기 게임’을 진행한다. 타이밍에 맞춰 게임에 성공하고 SNS에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1만 명에게 이모티콘 플러스 1개월 이용권을 지급한다. 이는 단순한 축하를 넘어 구독 서비스 체험 기회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김지현 카카오 이모티콘 리더는 “카카오 이모티콘이 14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창작자분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과 이용자들의 애정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창작자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이용자에게는 더 큰 즐거움이 제공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속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