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두나무의 합병 소식은 주변 업계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기회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존이 걸린 위기다.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의 실명계좌 제휴를 통해 급성장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과 결합하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장기적으로 두나무가 네이버페이 시스템을 통해 자체적인 입출금망을 구축하거나, 네이버와 밀월 관계인 다른 대형 시중은행(하나은행 등)으로 제휴선을 갈아탈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여의도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케이뱅크 전체 수신고의 상당 부분이 업비트 예치금인 상황에서 만약 이 연결고리가 약해진다면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폭락할 수밖에 없다"며 "IPO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케이뱅크 측은 공식적으로 "계약 기간이 남아있어 당장 영향은 없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긴박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 대박설은 힘을 얻고 있다. 당장 이해진 의장의 사우디 행보와 맞물려 합병 법인에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자금이 대거 유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PIF는 최근 게임, 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만약 막대한 오일머니가 네이버-두나무 연합군에 투자된다면, 이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두나무를 품는 그림을 완성한 뒤, PIF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시나리오 중 하나로 거론된다"고 귀띔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지각변동도 불가피하다. 당장 현재 점유율 70~80%를 차지하는 업비트의 독주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경쟁 거래소들은 '네이버 버프'를 받은 업비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술적 관전 포인트는 'AI와 블록체인의 융합'이다. 네이버의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가 업비트의 방대한 트레이딩 데이터(틱 데이터, 호가창 움직임 등)를 학습한다면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고도화된 AI 트레이딩 봇이나 시장 예측 모델이 나올 수 있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네이버의 데이터 처리 능력과 두나무의 금융 데이터가 만나면, 지금까지 없었던 '알파고급' 투자 AI가 탄생할 수 있다"며 "이는 핀테크의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술적 특이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