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인계 없이 퇴사한 전임자의 방대한 자료만 남았다. 이를 바탕으로 당장 신규 사업 기획안을 작성하라."

막막한 상황이지만 문제 해결의 열쇠는 인간의 기억력이 아닌 인공지능(AI) 활용 능력에 있었다. 복잡한 코딩 언어를 몰라도 상황에 맞는 적절한 질문(프롬프트)을 던지고 AI 도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논리 구조를 짜는 기획력이 승부를 갈랐다.

카카오임팩트와 브라이언임팩트는 지난 22일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 AI캠퍼스에서 'AI TOP 100' 경진대회 본선 행사를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코딩 대회가 아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카카오가 후원한 이 행사는 AI와 협업했을 때 인간의 역량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거대한 사회적 실험장 같았다. 예선을 거쳐 선발된 100명의 본선 참가자들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부터 중년의 직장인까지 다양했다. 특히 비개발자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AI가 이미 대중적 도구로 파고들었음을 증명했다.

현장 분위기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 등이 더 똑똑한 AI 모델 자체를 만드는데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면 카카오는 그 기술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방점을 찍었다. 이는 기술 자체의 고도화를 넘어 기술이 실생활과 결합하는 접점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날 시상식에서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옛 방식을 과감히 버리는 언러닝(Un-learning)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를 도구 삼아 잠재력의 최대치를 실험하는 도전에 나서준 참가자들에게서 기술보다 위대한 사람의 힘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과거의 암기식 지식이나 기술적 숙련도보다는 AI라는 도구를 유연하게 다루는 문제 해결 능력이 새로운 시대의 인재상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10월 18일 진행된 온라인 예선에는 3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테크 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방관 농부 변호사 등 AI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직군들이 대거 참여했다. 연령대 역시 2010년생인 15세 청소년부터 1958년생인 67세 장년층까지 전 세대를 아울렀다.

이날 대상은 대학생 제태호 씨가 차지했다. 제 씨는 "기술을 통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이번 수상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 총상금 규모는 1억5000만원이다. 대상 1명에게는 3000만원이 수여됐으며 금상 2명에게 각 1000만원 은상 3명에게 각 500만원 동상 4명에게 각 250만원이 돌아갔다.

사진=카카오
사진=카카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총리 겸 장관은 "AI 활용 능력은 미래 핵심 역량"이라며 "오늘 대회에서 다양한 세대의 참가자들이 보여준 역량과 도전정신은 대한민국 AI 기본사회 구현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AI 리터러시(문해력)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지표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류석영 카카오임팩트 이사장도 "AI TOP 100 행사는 인간이 AI와 함께 얼마나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던 치열한 축제의 장이었다"며 "앞으로도 카카오임팩트는 기술이 사회를 이롭게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기술이 바꾸어 나갈 새 시대에 맞는 소셜 임팩트를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임팩트는 대회 직후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예선과 본선의 일부 문제를 공개했다. 이어 대회에서 제시된 모든 문제를 일반인들도 실제로 풀어볼 수 있는 전용 웹사이트를 조만간 오픈해 AI 활용 저변을 지속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