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동통신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내년 6월과 12월 이용 기간이 만료되는 3G(3세대) 및 LTE(4세대) 주파수 재할당을 목전에 두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수천억 원, 길게는 1조 원 단위의 자금이 걸린 대가 산정 방식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기 때문이다.

갈등의 핵심 전장은 'LTE의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2.6GHz(기가헤르츠) 대역이다. 동일한 품질과 용도의 주파수를 사용하면서도 경쟁사보다 2배 가까이 비싼 '통행료'를 내고 있는 SK텔레콤의 형평성 논리와 과거의 투자 결단과 정책 신뢰성을 앞세운 LG유플러스의 원칙론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서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청회를 앞두고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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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성 쌍둥이 주파수의 기형적 가격 구조
과기정통부는 내년 이용 기간이 끝나는 3G·LTE 주파수 총 370MHz(메가헤르츠) 폭을 이통 3사에 재할당할 방침이다. 재할당은 기존에 쓰던 주파수를 반납하지 않고 정부에 대가를 지불한 뒤 계약을 연장하는 절차다.

문제는 2.6GHz 대역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이번 재할당 정책 수립 과정에서 SK텔레콤(60MHz 폭)과 LG유플러스(40MHz 폭)가 보유한 이 대역을 전파 특성과 경제적 가치가 유사한 'C그룹'으로 분류했다. 정부가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두 회사가 사용하는 주파수를 동일한 물건으로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두 회사가 치러온, 그리고 앞으로 치러야 할 비용은 천지 차이라는 점이다.

먼저 SK텔레콤이다. 2016년 주파수 경매 당시 치열한 경쟁 끝에 2.6GHz 대역을 총 1조 2,777억 원에 낙찰받았다. 이를 단위 면적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MHz당 약 212억 원 수준이다. 그리고 LG유플러스는 2013년 당시 타사들이 외면했던 해당 대역을 단독 입찰해 4,788억 원에 확보했고, 2021년 재할당 당시 5G 투자 조건 이행에 따른 27.5% 할인까지 적용받았다. MHz당 가격은 약 119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와 똑같은 도로를 쓰면서 통행료는 2배 가까이 더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번 재할당에서 해당 격차를 '현시점' 기준으로 보정할지, 아니면 '과거 낙찰가'를 유지할지가 갈등의 본질로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동일 대역 = 동일 대가'라는 형평성의 원칙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들이 주장하는 핵심 키워드는 '현재 가치(Present Value)'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0년 전인 2016년은 LTE 트래픽이 폭발하던 시기라 '부르는 게 값'이었지만, 지금은 5G가 대세고 LTE는 명백한 쇠퇴기"라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어 전세 시세가 반토막 났는데 집주인이 10년 전 최고가 계약 당시의 금액으로 재계약을 강요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법리적 근거로는 전파법 제11조 제3항을 든다. 해당 조항은 '주파수 할당 대가는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는 과거의 낙찰가가 아니라 재할당 시점의 예상 매출액과 시장성이어야 한다는 것이 SK텔레콤의 주장이다. 더불어 SK텔레콤은 "과거의 높은 낙찰가가 족쇄가 되어 재할당 때마다 징벌적 비용을 물게 된다면 앞으로 열릴 6G 경매 등에서 어떤 사업자가 과감한 투자를 하겠느냐"며 투자 위축론까지 꺼내 들었다.

이에 맞서는 LG유플러스는 '정책의 일관성'과 '투자 리스크'를 방어 논리로 구축했다. 이들의 주장은 "지금의 싼 가격은 혜택이 아니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간 대가"라는 것이다.

2013년 당시 2.6GHz 대역은 장비 생태계가 부족해 '불모지' 취급을 받았다. 그리고 LG유플러스가 당시 기술적 불확실성과 장비 수급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단독 입찰해 시장을 개척한 것은 사실이다. 반면 SK텔레콤은 2016년 이미 시장성이 검증된 상태에서 광대역 확보를 위해 스스로 고액 베팅을 선택했다는 지적이다.

법적 근거로는 전파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을 제시한다. 재할당 대가 산정 시 '과거 경매 낙찰가'를 중요 기준으로 삼도록 규정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측은 "각 사의 주파수 가격은 당시의 전략적 판단과 시장 상황이 반영된 확정된 결과물"이라며 "자신들이 비싸게 샀다고 해서 이제 와서 깎아달라는 것은 경매 제도의 근간을 부정하는 '떼쓰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15년 이어진 '비대칭 규제'의 그림자

이번 갈등을 이해하려면 정부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비대칭 규제' 정책을 들여다봐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통신 시장의 독과점을 막고 유효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1위 사업자(SKT)를 견제하고 3위 사업자(LGU+)를 육성하는 정책을 펴왔다. 2011년 2.1GHz 경매 당시 LG유플러스에 단독 입찰 기회를 준 것이 대표적이다. 덕분에 LG유플러스는 경쟁 없이 최저가에 황금 주파수를 확보했고 이 가격은 이후 재할당 때마다 기준점이 되어 낮은 비용 구조를 고착화시켰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경쟁사들의 논리다. 실제로 경쟁사들은 "LG유플러스는 이제 가입자 점유율 20%를 넘기고 KT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거대 사업자가 됐다"며 "과거의 '약자 보호' 논리를 현재까지 적용해 특혜를 대물림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비판한다. 

이는 사실이다. SKT와 KT가 최근 연이은 보안 이슈에 휘말리며 가입자 이탈을 경험한 사이 LG유플러스는 반사이익을 나름 얻었기 때문이다. 당장 점유율의 변화가 크다. SKT가 해지 위약금 면제 조치를 발표한 5월 5일부터 12일까지 불과 일주일 새 무려 12만 4000여 명이 LG유플러스 등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이 기간 순감 규모만 5만 3000명에 달했다.

4월 사고 발생 이후 누적 순감 규모는 6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며 10년 넘게 지켜온 '시장점유율 40%'의 마지노선 붕괴가 현실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LG유플러스에 대한 '인위적 보호'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경쟁사들의 주장이다.

반면 정부 입장은 다르다. 후발 사업자의 성장 동력을 꺾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주파수 결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비대칭 규제 종식'의 신호탄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온다.

6G 시대와의 엇박자, '기간'이 문제다

이번 재할당 전쟁의 또 다른 뇌관은 이용 기간이다. 

통상적인 재할당 기간인 5년을 적용할 경우 이번 주파수의 만료 시점은 2031년이 된다. 하지만 통신 업계는 6G(6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시점을 2028년에서 2030년 사이로 보고 있다.

당연히 그 주기가 엇박자를 낸다. 6G 시대가 도래하면 기존 LTE 주파수를 6G용으로 용도 변경(Refarming)하거나 재배치해야 하는데, 2031년까지 사용권이 묶여 있으면 유연한 대응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SKT·KT의 입장은 "기술 진화 속도에 맞춰 이용 기간을 3년 내외로 단축하거나, 중도 반납이 가능한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인 반면 정부는 이용 기간을 줄이면 그만큼 징수하는 할당 대가 총액이 줄어들어 세수 부족 우려가 생긴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3G 주파수의 경우 IoT(사물인터넷) 기기들이 여전히 사용 중이라 조기 종료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딜레마도 있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대가 산정의 기술

과기정통부는 진퇴양난이다. SKT의 손을 들어주면 경매 원칙 훼손이라는 비판을, LG유플러스의 손을 들어주면 특혜 대물림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이 오가는 결정인 만큼, 패배한 쪽의 행정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가 산정이 단순한 '비용 정산'을 넘어 '미래 투자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통신 시장은 LTE에서 5G로, 나아가 5G SA(단독모드)와 6G로 넘어가는 과도기다. LTE 주파수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지만, 5G망의 신호를 잡아주는 '앵커'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가 산정할 대가는 기업의 과도한 부담을 줄여주되, 그 절감된 재원이 5G 품질 개선과 6G R&D(연구개발) 투자로 이어지도록 강제하는 조건부 인센티브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