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슬픈 순간에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모순. 장례 산업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극대화된 시장이다. 부르는 게 값인 장지 비용과 복잡한 절차 속에서 유가족은 선택권을 잃기 십상이었다. 이 깜깜이 시장에 데이터와 인공지능이라는 메스를 댄 스타트업이 정부의 기술 유망주로 낙점받았다.
장례·장지·추모 전주기 디지털 전환 서비스를 개발하는 첫장컴퍼니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 일반 트랙에 최종 선정됐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선정은 액셀러레이터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의 추천으로 성사됐다. 첫장컴퍼니는 앞서 지난 2025년 8월 해당 기관으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 팁스 선정으로 첫장컴퍼니는 향후 2년간 연구개발 자금 5억원과 해외 마케팅 및 창업 사업화 지원금 2억원을 포함해 최대 7억원의 지원을 받게 된다. 스타트업이 데스네크(Death-Tech)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대규모 R&D 자금을 확보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보수적이고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상조 및 장례 산업에도 디지털 전환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첫장컴퍼니가 주목받은 핵심은 파편화된 정보의 통합이다. 이들은 장례 정보의 비대칭 해소를 모토로 복잡하고 비표준화된 장례 비용과 장지 선택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현재 운영 중인 플랫폼은 장례식장과 장지 추천은 물론 가성비 상조 연결과 스마트 부고 발송 그리고 추모 콘텐츠 생성까지 장례의 전 과정을 하나의 앱 안에서 해결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국내 최초로 장례 견적 산출부터 디지털 추모관 생성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구현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존 상조 시장이 인력 중심의 서비스였다면 첫장컴퍼니는 이를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로 전환시켰다.
확보된 자금은 기술 고도화에 투입된다. 첫장컴퍼니는 AI 기반 장지 추천 엔진과 맞춤형 장례비용 예측 시스템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여기에 AI 상담 챗봇과 디지털 추모 콘텐츠 자동 생성 기술을 더해 기술적 해자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장례를 치르는 행위를 넘어 고인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방식까지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이번 선정을 계기로 장례 산업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는 장례식장마다 천차만별인 비용 구조와 불투명한 옵션 판매로 인해 혼란을 겪어왔다. 첫장컴퍼니의 솔루션이 시장에 안착한다면 숙박이나 여행 업계가 야놀자나 여기어때 등을 통해 가격 표준화를 이뤘던 것과 유사한 혁신이 장례 업계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첫장컴퍼니의 배경 또한 이러한 혁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이 회사는 교원그룹 사내벤처로 출발해 2024년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장원봉 대표는 전 교원라이프 부서장 출신으로 상조 업계의 현장 경험과 IT 서비스 역량을 동시에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상조평판 1위 기업인 교원라이프 및 전국 주요 장지 시설과 구축한 탄탄한 협력망은 초기 스타트업이 갖기 힘든 강력한 무기다.
장원봉 첫장컴퍼니 대표는 “이번 팁스 선정은 전통적으로 폐쇄적이던 장례 산업에서 기술 기반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겠다는 첫장컴퍼니의 방향성과 실행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AI 기반 장례 전주기 플랫폼을 고도화해 고객이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