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한-UAE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한-UAE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방산 협력 확대가 빠르게 논의되고 있다. 정상 간 ‘전략적 동반자’ 선언과 함께 방산 품질보증·수출 협력·현지 공동생산 논의가 동시에 진전되면서 향후 UAE가 한국 방산업계에 있어 ‘제2의 폴란드’가 되리란 기대감도 싹튼다.

방산 협력으로 ‘윈-윈’

이재명 대통령은 11월 18일 UAE 국빈 방문을 통해 양국 100년 동행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AI·원전·방산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 확대가 골자다. 국가·기업 차원의 대형 사업(공동개발·현지생산·제3국 공동 수출) 추진 의지를 담고 있어 방산 협력의 정치적·외교적 후광을 제공한다는 평가다.

주목할 점은 양국의 방산 협력이 단순 ‘수출량 증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동개발과 현지생산의 경우 한국의 앞선 방산 기술력을 현지에 적극 도입하면서 UAE도 수혜를 보는 구조다. 일종의 절충교역으로, 타국 무기체계 도입으로 국산 무기 개발 필요성이 줄어들고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는 만큼 반대급부로 기술이전 등 절충안을 제공하는 형태다.

이는 한국이 기존 유럽·미국산 무기체계가 장악한 국제 방산시장을 개척할 때 가장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카드기도 하다. 폴란드 역시 한국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현지 거점 마련과 기술 이전, 인재 양성 약속을 보고 K9자주포와 K2전차 대량 구매를 결정했다.

한국과 UAE는 제3국 공동 수출에서도 협력한다. 앞서 공동개발과 현지생산으로 UAE에게 수혜가 돌아갔다면, 제3국 공동 수출은 한국도 상당한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UAE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중동 시장 개척 가능성이 열린 셈이기 때문이다. UAE의 현지 네트워크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동을 제2의 동유럽 시장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중동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 이미 한국산 무기체계를 수입 중인 국가가 다수 있지만 여전히 미국·중국·러시아제 무기에 의존하는 국가도 상당수다. UAE와의 공동 수출 협력으로 이들 국가를 잠재적 수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K방산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달리는 K방산

정부간 합의에 맞춰 일선 방산업체들과 방산 관련 정부부처들도 모두 UAE 현장에 출동했다. 특히 두바이에서 열리는 두바이 에어쇼 현장에서 네트워크를 다지고 실무급 협약 체결도 연이어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지금이 실무 논의 적기”라고 평가한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방산 수출은 국가 대 국가 거래 형식을 띄기에, 개별 기업이 스스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당장 수출 계약을 체결해도 정부에서 수출금융 지원이 늦어지면서 계약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도 있어왔다”며 “이번 양국 정상간 합의는 이런 방산 거래에 필수적인 고위급 승인과 신뢰 보증을 받은 것과 다름없다. 현지화든 공동개발이든 지금부터 추진해야 물살에 올라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론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과 UAE 방산품질기관(TQC) 간 ‘정부품질보증 협정’ 체결이 있다. 양국 간 교역되는 군수품에 대해 수출국 정부가 수입국을 대신해 품질보증 활동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상호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이 UAE에 수출하는 군수품 품질을 안정적으로 확보함과 동시에 중동지역 방산 수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품원 관계자는 “협정서에는 군수품 품질검사·시험 등에 대한 상호 정보공유 및 국제 기준에 기반한 품질보증 활동 협력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KF-21시제1~6호기. 사진=KAI
KAI가 수출 추진 중인 KF-21 시제1~6호기. 사진=KAI

한국형 초음속전투기 KF-21을 제작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역시 UAE로 향했다. 두바이 에어쇼에서 UAE ‘EDGE 그룹’ 산하 ‘플랫폼 & 시스템즈’와 전략적 협력을 체결한 것이다. EDGE는 UAE 정부가 국영·민간 방산기업 25개사를 통합해 설립한 방산 연합체다. 무인기, 유도무기, 사이버·전자전, 해양· 지상시스템 등 미래 기술 중심의 솔루션을 개발한다.

KAI는 현재 KF-21을 비롯해 자사 전투기 수출을 추진 중이다. UAE에서도 KF-21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단순 도입뿐 아니라 KF-21의 성능개량 모델 개발에도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업무협약 체결로 KF-21 실현 가능성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4월에는 라시드 모하메드 알 샴시 UAE 공군방공사령관이 KAI 사천 본사를 방문해 KF-21 생산시설을 둘러봤다. 당시 알 샴시 사령관은 이영수 전 공군참모총장과 사천 공군기지에서 양해각서보다 진전된 ‘KF-21 포괄적 협력에 관한 의향서(LOI)’를 체결하기도 했다.

문서에는 향후 KF-21 참가 훈련에 UAE 공군이 참관하고 관련 부대를 방문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알 샴시 사령관과 함께 방한한 아잔 알리 알누아이미(준장) 공군전력센터(AWC) 사령관은 한국 시험비행조종사와 함께 KF-21 시제기에 탑승해 성능을 체험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위원은 “군 고위급 인사가 개발이 끝나지 않은 타국 전투기에 탑승하는 것은 전투기 세일즈 역사 속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며 “KF-21은 아직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 시험조종사 이외의 외국인이 탑승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화는 김동관 부회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UAE를 직접 방문하며 ‘찾아가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김 부회장은 19일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에 참석해 방산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화는 폴란드 K9 납품 등 다수의 무기체계 수출 이력을 보유한 만큼, UAE에서 가장 기술 협력을 원하는 업체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