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년 이용 기간이 만료되는 2.6㎓ 대역에 위치한 3G 및 LTE 주파수 총 370㎒(메가헤르츠) 폭 재할당 방침을 연내 확정하기로 하면서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할당 대가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좌우하며, 정부가 설정할 가격 정책과 이용 기간은 향후 5G 고도화와 6G(6세대 이동통신) 주도권 확보를 위한 나침반이 될 전망이다.
특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형평성 문제다. 동일한 가치를 지닌 주파수를 사용함에도 특정 사업자가 경쟁사 대비 2배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비판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정부가 후발 사업자 육성을 위해 도입했던 비대칭 규제가 이제는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의 대물림으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한다. 다만 수혜 당사자로 지목된 기업은 과거의 불확실성을 감수한 '개척 비용'을 인정해야 한다고 맞서는 중이다.
정부는 세수 확보와 이용자 보호라는 전통적 가치와 시장의 공정 경쟁 및 미래 투자 유도라는 혁신적 가치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버릴 수도, 가질 수도 없는 계륵
2025년 재할당 대상인 370㎒ 폭에는 5G 시대에 걸맞지 않아 보이는 '구형 기술'인 3G와 LTE 주파수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가입자가 1% 미만으로 떨어진 3G 주파수까지 전량 재할당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 배경에는 복잡한 기술적, 사회적 딜레마가 숨어 있다는 말도 나온다.
2025년 4월 기준 국내 3G 가입자는 약 49만 명에 불과하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극히 일부다.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선진국 통신사들이 이미 3G 서비스를 종료(Sunset)하고 해당 주파수를 5G로 전환(Refarming)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3G 유지 결정은 이례적이다.
그런 이유로 통신사들은 3G 주파수의 조기 반납을 내심 원했다. 전력 효율이 떨어지는 구형 장비를 유지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용자 보호'와 '서비스 연속성'을 이유로 재할당을 강행했다.
숨겨진 진짜 이유는 사람이 아닌 사물에 있다. 현재 전력 원격 검침기, 물류 트래킹 단말기, 구형 카드 결제기 등 사회 곳곳에 깔린 IoT(사물인터넷) 기기들이 여전히 3G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기들을 단기간에 LTE나 5G로 교체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결국 3G는 '계륵' 같은 존재로 당분간 통신사의 주파수 포트폴리오 한구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LTE 주파수의 가치 하락 논쟁도 뜨겁다. 현재 대부분의 5G 서비스는 LTE망과 5G망을 함께 쓰는 비단독모드(NSA) 방식이다. 그리고 LTE가 5G의 신호를 잡아주는 '앵커' 역할을 하기에 아직은 그 가치가 유효하다.
하지만 정부와 통신업계는 이제 진정한 5G, 즉 5G 단독모드(SA)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SA 모드는 LTE 도움 없이 5G망만으로 통신하는 방식으로, 5G의 핵심인 초저지연과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SA 전환이 가속화되면 LTE는 5G의 보조자가 아닌 순수하게 남은 LTE 가입자를 위한 독자망으로 역할이 축소된다. 통신사들이 "SA 시대를 대비해 LTE 주파수의 가치를 낮게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는 "SA 투자는 미래의 일이고, 현재는 여전히 LTE 트래픽이 높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재할당 대가 산정 시 5G SA 전국망 구축 계획을 감면 조건(인센티브)으로 내걸어 통신사의 투자를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2.6㎓ 대역의 미스터리 "같은 물건, 다른 가격표"
현재 2.6㎓ 대역은 SK텔레콤이 60㎒(40㎒+20㎒), LG유플러스가 40㎒ 폭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재할당 계획을 수립하며 이들 주파수를 전파 특성과 경제적 가치가 유사한 'C그룹'으로 분류했다.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두 회사가 보유한 주파수의 가치는 사실상 동일하다는 의미다.
다만 각각의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먼저 SK텔레콤은 지난 2016년 주파수 경매 당시 치열한 경쟁 끝에 2.6㎓ 대역 40㎒를 9,500억 원, 20㎒를 3,277억 원에 낙찰받았다. 총액 1조 2,777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이를 연간 ㎒당 단가로 환산하면 약 23.75억 원(40㎒ 기준)에 이른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이보다 앞선 2013년 경매에서 2.6㎓ 대역 40㎒를 4,788억 원에 확보했다. 이후 2021년 재할당 당시 정부의 5G 투자 촉진 정책에 따라 추가 할인을 적용받았고 현재 연간 단가는 약 10.8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SK텔레콤은 경쟁자인 LG유플러스와 똑같은 품질의 주파수 고속도로를 사용하면서, 통행료는 2배 이상 내고 있는 셈이다. 가격 배율로 따지면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대비 약 51%에서 70% 수준의 비용만 부담하고 있다.
"부동산 시세가 내렸는데 옛날 전세금을 내라니"
SK텔레콤 측은 이러한 가격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강력히 반발한다. 핵심 논리는 '현시점 가치 반영'이다.
10년 전인 2016년은 LTE 트래픽이 폭증하던 시기로 주파수 확보가 곧 생존이었기에 높은 경매가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5G가 대세로 자리 잡았고 LTE는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로 접어드는 시점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를 부동산 시장에 비유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어 전세 시세가 내려갔는데, 집주인이 10년 전 계약 당시의 최고가 전세금을 기준으로 재계약을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스스로 두 주파수를 '동일 가치 그룹(C그룹)'으로 묶어놓고도 대가 산정 시에는 과거의 낙찰가 차이를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은 정책적 모순이라고 반발한다.
"황무지 개척한 비용과 경매 원칙 무시 말라"
LG유플러스의 입장은 정반대다. 현재의 낮은 가격은 정당한 투자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2013년 당시 2.6㎓ 대역은 생태계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타 통신사들이 외면했던 '황무지'였다. LG유플러스는 장비 수급의 어려움과 기술적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단독으로 입찰해 시장을 개척했다.
LG유플러스 측은 "SK텔레콤이 비싼 값을 치른 것은 2016년 당시 이미 활성화된 시장에 후발 주자로 진입하면서 광대역 확보를 위해 스스로 베팅한 결과"라고 일축했다. 경매라는 것은 당시의 시장 상황과 사업자의 전략적 판단이 결합된 결과물인데, 이제 와서 자신이 쓴 돈이 많으니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경매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이 역시 일리가 있다.
비대칭 규제 15년 "유효 경쟁의 도구인가, 특혜의 온상인가"
이번 주파수 논란의 이면에는 정부가 오랫동안 고수해 온 '비대칭 규제' 정책도 자리 잡고 있다.
비대칭 규제란 시장 지배적 사업자(SKT)를 견제하고 후발 사업자(LGU+)를 육성해 시장의 유효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후발 주자에게 혜택을 주거나 선발 주자를 규제하는 정책을 말한다. 다만 지금은 이 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시발점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마트폰 도입과 함께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자 정부는 2.1㎓ 대역 주파수 경매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3위 사업자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명분 아래 2.1㎓ 대역 20㎒ 폭을 LG유플러스만 입찰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사실상 단독 입찰권을 준 셈이다.
결과는 LG유플러스의 승리였다. 경쟁사와의 출혈 경쟁 없이 최저가인 4,455억 원에 황금 주파수를 손에 넣었다. 당시 SK텔레콤과 KT가 주파수 확보를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며 천문학적인 금액을 베팅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당연히 반대편에서는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 방식은 '과거 경매 낙찰가'를 중요한 기준점(Benchmark)으로 삼는다. 즉, 한 번 싸게 낙찰받으면 이후 재할당 때도 그 낮은 가격이 기준이 되어 계속해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런 이유로 LG유플러스는 2011년 저렴하게 확보한 2.1㎓ 주파수를 기반으로 2016년 재할당 때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또한 2022년 5G 주파수 추가 할당 당시에도 인접 대역이라는 이유로 단독 입찰해 경쟁 없이 주파수를 가져갔다.
논란이 끝날 수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 주자가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돕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지만 10년이 넘도록 같은 방식의 지원이 반복되는 것은 '가난의 대물림'이 아니라 '특혜의 대물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현재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 20%를 훌쩍 넘기고 2위 사업자 KT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거대 사업자로 성장했다. 더 이상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경쟁사들의 시각이다.
5년의 관행을 깰 것인가
이번 재할당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이것이 다가올 6G 시대를 준비하는 징검다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신 업계는 2028년에서 2030년경 6G가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행대로 주파수 이용 기간을 5년으로 설정할 경우 이번에 재할당되는 주파수의 만료 시점은 2031년이 된다. 이는 6G 상용화 예상 시점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 6G 도입 시점에 맞춰 기존 주파수를 6G용으로 용도 변경(리파밍)하거나 효율적으로 재배치해야 하는데, 이용 기간이 묶여 있으면 유연한 대응이 불가능해진다.
특히 KT는 3G 주파수 이용 기간의 단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3G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종료하고 해당 대역을 차세대 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출구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술 진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주파수 이용 기간도 5년이라는 경직된 틀에서 벗어나 3년 단축 옵션 등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편 한국전자파학회 등 학계에서는 6G 시대의 핵심 기술로 '주파수 공유'를 꼽는다. 고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6G는 커버리지(도달 거리)가 짧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3G·LTE용 저주파 대역을 6G와 공유하여 사용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파수 공유 시 망 구축 비용을 최대 45%까지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번 재할당 정책에는 향후 LTE 주파수를 6G와 공유하거나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제 완화 조항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말 공청회를 열고 운명의 주사위를 던진다. 그리고 이번 주파수 재할당은 과거의 유산인 '비대칭 규제'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 그리고 쇠퇴하는 기술(3G/LTE)과 부상하는 기술(5G SA/6G)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철학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이 주장하는 '동일 가치 동일 대가'의 원칙과 LG유플러스가 호소하는 '신뢰 보호와 개척 비용'의 논리는 양쪽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엔 셈법이 너무나 복잡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주파수 정책의 최종 목표가 기업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통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키는 데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조 원의 할당 대가가 단순한 '세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5G 품질 개선과 6G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말 그대로 정부의 솔로몬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