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총 125조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14일 밝혔다. 사상 최대 규모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 기준 89조1000억원을 투자한 것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역대급이다. 36조1000억원가량 더 많은 투자금이며 연평균 투자 금액으로 환산하면 25조400억원이다. 직전 5년 연평균 투자액 17조8000억원 대비 40% 이상 증가한 액수다.

유형별로 분류하면 ▲인공지능(AI), SDV(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 전동화, 로보틱스, 수소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50조5000억원 ▲기존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 지속 강화를 위한 R&D투자에 38조5000억원 ▲경상투자에 36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한미 관세협상 시한을 나흘 앞두고 2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가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 관세협상 시한을 나흘 앞두고 2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가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I 자율주행은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차량 주변을 스스로 인지하고, 실시간으로 판단해 주행하는 기술로, 현대차그룹은 엔드 투 엔드 딥러닝 모델 기반의 ‘Atria(아트리아) AI’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42dot 및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과 해당 기술 구현을 가속화한다.

향후 5년간 AI 기술 고도화를 기반으로 한 로보틱스 등 신사업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며 국내 AI·로봇 혁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218만대였던 완성차 수출을 2030년 247만대로 늘리고, 그 중 전동화(EV, PHEV, HEV, FCEV) 차량 수출은 지난해 69만대에서 2030년 176만대로 2.5배 이상 확장시킬 계획이다.

화성 EVO Plant East 차체 용접 생산라인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화성 EVO Plant East 차체 용접 생산라인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엔비디아 칩의 활용처도 스케치가 그려진다. 현대차그룹은 AI 모델 학습 및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고전력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데이터센터는 피지컬 AI 로봇, 자율주행차 등에서 생성되는 AI 학습 데이터 저장이 가능한 PB(페타바이트)급 데이터 저장소를 확보한다.

피지컬 AI 생태계 발전의 중추를 담당할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어플리케이션 센터' 설립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피지컬 AI를 활용해 확보한 고객 맞춤형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도 조성한다. 

신규 공장도 건설된다. 내년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이 준공되고,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도 건설 중이다. 기아도 경기도 화성 PBV 전용 신규 전기차 거점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에 위치한 오토랜드(AutoLand) 화성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에 위치한 오토랜드(AutoLand) 화성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그린 에너지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현대차그룹은 재생 에너지가 풍부한 서남권에 1GW 규모 PEM 수전해 플랜트를 건설하며, 인근에 수소 출하센터 및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국내 수소 경제 조기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PEM 수전해기 및 수소연료전지 부품 제조 시설을 건립해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육성한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생산 중추 거점으로서 한국의 위상도 더욱 공고히 한다. 국내 완성차 생산 공장의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국내 전기차 전용공장을 글로벌 마더팩토리 및 수출 기지로 육성해 국내 생산 차량의 해외 수출을 대폭 증대시킬 방침이다.

양재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양재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현대차그룹은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안정화를 위해 현대차·기아 1차 협력사가 올 한해 부담하는 대미 관세 전액을 지원하는 등 협력사와의 상생협력을 확대한다. 그룹과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사가 부품 등을 현대차그룹 미국 생산법인(HMGMA,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등)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실제 부담하는 관세를 매입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협력사의 관세를 지원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1차 협력사뿐 아니라 직접 거래가 없는 5000여개의 2·3차 중소 협력사까지 포괄해 협력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안정화를 위한 신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 규모도 확대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중장기 국내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대한민국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협력사 관세 지원과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