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인공지능) 혁신이 기존의 경쟁질서를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새로운 경쟁정책 패러다임을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AI 경쟁정책의 핵심은 경쟁자가 아닌 시장경쟁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산업 특성을 반영한 규제혁신과 신뢰 기반의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제연구원은 13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공정거래조정원, 한국산업조직학회와 공동으로 'AI·디지털 혁신과 경쟁정책'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AI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경쟁정책 방향과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정철 한경협 정책총괄대표 겸 한경연 원장은 환영사에서 "기술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경쟁질서가 나타나고 있으며 AI 확산은 산업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데이터 집중, 알고리즘 기반 의사결정, 수직통합 구조 심화 등으로 복합적인 정책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I가 산업지형을 바꾸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공정하면서도 유연한 경쟁의 새 룰'을 만들어야 한다"며 심포지엄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최영근 조정원 원장은 "AI가 만들어낼 새로운 경쟁환경 속에서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과 산업 혁신을 함께 고민하는 의미 있는 논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며 "논의된 내용이 향후 정책 발전과 연구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성진 산조학회장은 "AI 기술은 산업혁신의 촉매제이자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시장지배력과 경쟁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심포지엄이 학계와 정책·산업 현장이 함께 공정한 경쟁질서와 지속가능한 혁신 방향을 모색하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AI·디지털 전환기...경쟁정책 방향 모색
첫 번째 발표에서 유민희 한경연 연구위원은 'AI 경쟁정책의 글로벌 전환과 산업혁신 과제'를 주제로 생성형 AI 확산이 기존 경쟁정책 패러다임에 미치는 구조적 변화를 분석했다.
유 연구위원은 "복잡한 경쟁이슈로 인해 시장 불확실성 확대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정부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원칙으로 하되 산업계의 자율규제와 공동협약을 병행해 혁신과 공정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AI 경쟁정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쟁당국은 예측가능성과 신뢰를 높여 혁신을 지원하는 파트너로 발전하고 AI 산업의 특성과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재 경쟁부터 소비자 보호 등 산업별 맞춤형 접근 필요
이진형 조정원 연구위원은 'AI 등 첨단산업 분야 경쟁제한 조항의 현황 분석'을 통해 AI 산업의 인재 확보 경쟁 속 '가든리브(유급 경업금지)' 약정이 혁신 저해 및 노동 이동성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경업금지 약정은 직원이 퇴사한 뒤 일정 기간 경쟁사에서 일하거나 유사한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가든리브는 이직을 제한하되 회사가 그 기간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의 이익 보호와 산업별 특성을 조화시키는 균형 잡힌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조정원 연구위원은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와 소비자 후생' 발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가 소비자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의 정보 제공이 공정한 거래 환경 조성과 소비자 후생 증진에 기여한다"며 "투명성 제고는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고 시장 신뢰를 높여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부연했다.

혁신 속도에 걸맞은 경쟁정책 구축, 민관 함께 논의해야
패널토론은 '디지털 경쟁정책의 진화: 규제·혁신·신뢰의 조화'를 주제로 진행됐다. 김민기 KAIST 교수를 좌장으로 강준모 법무법인 광장 박사, 김정열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준호 한경협 팀장, 심경보 숙명여대 교수, 오준형 조정원 연구위원이 참여해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참석자들은 경쟁정책의 핵심은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분석 및 모니터링 체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경연은 이번 논의를 계기로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 한국의 디지털 경쟁정책 전략을 재정비하며 예측가능하고 신뢰받는 경쟁정책 환경 조성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대화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