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가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차기 CEO 선임 레이스의 중심에 섰다.
그가 지난해 8월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을 단기간 내 흑자 전환시켜 그룹의 '증권업 재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증권업 진출이 연착륙하며 남 대표의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포스증권 합병 진두지휘…인력 확보 주도
남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후,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런던현지법인장과 딜링룸 부서장 등을 거쳤다.
2016년부터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자회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에서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일했다. 이어 2023년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우리종합금융 대표이사로 일하다가 2024년 8월에 한국포스증권과의 합병 후 새로 출범한 우리투자증권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우리금융은 2014년에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에 넘긴 후 10년 만에 다시 증권업에 뛰어들었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중 우리금융만 증권사가 없었기에 자본 시장 경쟁력까지 갖춘 '종합 금융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한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우리금융은 2023년 말 5000억원을 출자해 우리종합금융의 자기자본을 1조1000억원으로 만들었다. 이후 2024년 6월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해 자기자본 1조1500억원의 규모로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다. 이는 당시 증권사들 중 자기자본 규모로는 18위에 해당한다.
남 대표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영입한 외부 인사다. 우리금융의 증권업 재건을 염두에 둔 인사였기에 남 대표는 한국포스증권과의 합병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인력 확보와 구성원 융합에 노력을 기울였다.
미래에셋·메리츠·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의 실무 인력들을 대거 영입했다. 특히 양완규 부사장, 박기웅 부사장, 이형락 전무 등 임원의 상당수가 시장에서 인정 받는 인물들로 구성됐다.
IB 안착·리테일 확장까지…영업이익 급등
우리투자증권은 출범 이후 올해 3월에야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획득했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기업금융(IB)을 중심으로 한 성과가 눈에 띈다. 지난 7월, 통영에코파워 회사채 발행에서 처음으로 대표 주관사로 참여해 1980억원을 모집했다.
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하나증권 등과 공동 주관사단을 구성했으며, 300억원의 물량을 인수한 바 있다. 공모채 시장에서는 우리은행 후순위채 400억원을 비롯해 총 15건, 2460억원 규모의 거래를 수행하며 입지를 쌓았다.
이에 힘입어 IB부문 영업을 시작한지 첫 분기만에 올해 2분기 기준 국내채권 대표주관 6위, 여전채 대표주관 4위, ABS 대표주관 14위 등을 기록하며 DCM(채권자본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IB 관련 수수료는 올해 3분기 누적 250억원으로 작년 동기(80억원)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리테일 부문도 순조로운 실적을 보이고 있다. 올해 3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인 '우리WON MTS'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증권 영업에 돌입했고 장외·장내채권, 환매조건부채권(RP), 개인형 퇴직연금(IRP), 상장지수펀드(ETF) 등 상품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했다.
특히 올해 3분기 기준 개인형 IRP 원리금비보장 상품의 5년 수익률은 연평균 7.41%로 IRP 증권사업자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년 수익률은 최근 7개 분기 중 5개 분기에서 증권사 1위를 차지했다.
리테일 고객 수는 올해 3분기 기준 69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늘었다. 지난해 1분기 우리종합금융의 약 32만명에 비하면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오는 12월에는 AI 기반 맞춤형 자산관리 기능을 탑재한 '우리WON MTS' 업그레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IB와 리테일의 고른 성장세에 따라 2025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82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손실 74억원) 대비 886% 폭증했다. 같은 기간 누적 당기순이익은 212억원으로 전년 대비(95억원) 123%나 증가했다.
3분기 누적 판매관리비는 100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512억원)보다 103% 뛰었다. 우리투자증권은 증권업 관련 인력을 충원하고 MTS와 해외 주식 서비스 등을 위한 IT 투자를 확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임종룡 회장 신임 속 시너지 본격화…남기천 컨트롤 타워 가동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취임할 때부터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아왔다. 이에 증권업을 시작으로 올해 7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해 보험업까지 진출하여 종합금융그룹 체계를 완성했다.
이러한 임 회장의 비전에 발맞춰 남 대표는 지난해 출범 당시 "5년 내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확보하고 10년 내 초대형 IB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1794억원으로 종투사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에는 못미친다. 이에 우리투자증권과 우리금융의 시너지는 앞으로도 더욱 극대화될 예정이다.
임 회장은 지난 9월 29일 우리은행에서 열린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생산적 금융'의 일환으로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증자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지주 차원에서 보면 증권사가 이번 투자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우리투자증권이 핵심 계열사로 부상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자산운용 등이 모험자본 투자에 앞장서고 우리은행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자금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증자 규모와 시기 등을 놓고서는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4월에는 우리투자증권 내부에 'CIB(기업투자금융)시너지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이명수 우리은행 IB그룹장(부행장)을 본부장으로 겸직 발령했다. 우리은행-우리투자증권의 협업 드라이브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임 회장의 전폭적 지지 하에 남 대표는 우리금융그룹 내 자본시장 부문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남 대표의 연임에도 무게가 실린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룹의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에서 증권 부문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선정되었기에 임 회장-남 대표 체제에도 연속성이 부여될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당분간 지주의 전략적 지원 하에서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탄탄한 IB 기반과 리테일의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곧 자생적 성장 궤도에 오를 것을 기대하고 있다.
남 대표는 올해 8월 우리투자증권 출범 1주년 기념식에서 "우리투자증권은 그룹 내 CIB성과를 견인하고, 연금, 자산관리 등 그룹의 비이자이익을 제고하는 중심축이 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