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대표이사 김영섭)가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7조1267억원 영업이익 5382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0% 증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KT는 이날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총력 대응에 나서는 한편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AICT(AI+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이중 과제를 제시했다.

"뼈아픈 사과"… 4분기 실적 불확실성 감수
장민 KT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통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해 고객과 투자자께 우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앞으로 KT는 고객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해 기술과 제도를 보완하고 선제적이고 포괄적으로 보강한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KT는 신뢰 회복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에 나섰다. 지난 11월 5일부터 교체를 희망하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USIM) 무상 교체를 시행 중이다. 또한 초소형 기지국 신규 개통을 제한하고 불법 기기 접속을 원천 차단하는 등 네트워크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 이와 함께 FDS(사기탐지시스템) 고도화와 24시간 전담 고객센터 운영 등 선제적인 보안체계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는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데이터와 단말기 할인 또는 요금할인 보상안도 제공하고 있다.
관건은 이번 사태가 실적에 미칠 영향이다.
KT는 4분기 실적 전망에 대해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전무는 "계절성 이슈도 있고 지금 시행 중인 고객 보상안 비용도 반영돼야 한다"며 "과징금 등 불확실성도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고객 피해나 재무적인 영향은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태 수습 비용은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재무제표에 반영될 예정이다. 장 전무는 "전 고객 대상 유심 교체 비용은 4분기에 반영될 예정이며 그 외에 무료 데이터나 단말 요금 할인 등 고객 혜택들은 미래 발생 시점에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인 재무 영향 규모에 대해서는 "현재 민관합동조사단과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 최종적으로 규모가 결정될 예정"이라며 "규모나 시기에 대해 완벽하게 추산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정보보안 관련 투자는 기존 계획을 유지하며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장 전무는 "이미 시장에 향후 5년간 1조원 규모의 정보보안 관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공유한 바 있다"며 "과거에도 1200억원에서 1300억원 수준을 투자해왔기 때문에 관련 투자는 큰 부담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4분기 배당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KT는 3분기 배당금으로 1 2분기와 동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20% 상향된 600원을 책정했다.
장 전무는 "4분기 배당은 해킹과 관련해서 일시적인 재무적인 영향이 있고 불확실성이 있지만 연간 재무 성과와 투자자의 기대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사회에서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 속 빛난 '본업'… 3분기 영업익 16% 성장
사상 초유의 위기 속에서도 KT의 3분기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견고했다.
클라우드·데이터센터(DC)와 부동산 등 주요 그룹사의 성장이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특히 강북본부 부지 개발에 따른 일회성 부동산 분양이익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본업인 통신 사업도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했다. 무선 사업은 5G 가입자가 전체 핸드셋 가입자의 80.7%를 차지할 정도로 성숙기에 접어들며 서비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유선 사업 매출 역시 인터넷과 미디어 사업의 고른 성장으로 1.5% 늘었다.
그룹사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kt cloud는 공공 부문 중심의 AI Cloud 사업 수주가 확대되고 가산 AIDC 완공으로 신규 데이터센터가 확보되며 안정적인 매출 흐름이 전망된다. KT에스테이트는 오피스와 호텔 등 임대 부문이 고르게 확대됐다.
케이뱅크의 성장세도 가팔랐다. 9월 말 기준 고객 수 1497만명을 돌파하고 수신 잔액 30조 4000억원 여신 잔액 17조 9000억원을 기록했다.
KT는 4분기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연간 성장 전망을 유지했다. 장 전무는 "3분기까지 안정적인 실적을 보여왔다"며 "그렇기 때문에 연간으로 볼 땐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 노력 NCP(비핵심이익) 일회성 이익 핵심 사업 중심 그룹사 성장을 통해 연결과 별도 기준 모두 전년 대비로는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자신했다.
리더십 공백 메운다… CEO 선임 절차 돌입
이번 해킹 사태는 KT의 리더십 공백기에 터졌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KT는 사태 수습과 동시에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KT는 지난 11월 4일 CEO 후보군 구성안 논의를 시작으로 선임 절차가 공식 개시됐다고 밝혔다. 이사회 규정에 따라 사외이사 8인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절차를 진행한다.
후보군은 외부 전문 기관 추천 공개모집 주주 추천 규정에 따른 사내 후보군 중에서 구성된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서류와 면접 심사를 통해 올해 말까지 CEO 후보 1인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후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로 확정되고 2026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시장의 관심은 CEO 교체로 인해 기존에 발표했던 '밸류업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다. KT는 지난해 11월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등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KT 측은 "밸류업 계획은 작년 11월 회사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시장에 공시했고 지난 5월에는 이행현황을 공시한 바 있다"며 "CEO 교체로 밸류업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사회가 밸류업 계획을 현재 방향으로 인식하는 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으로 시장과 약속한 플랜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계획된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은 이미 완료했으며 내년 계획 역시 시장 신뢰를 고려해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이사회에서 협의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밸류업 계획의 지속성은 단순한 약속을 넘어 KT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시장에 증명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CEO 선임 절차에 주주 추천이 포함된 만큼 차기 리더십 역시 주주가치 제고라는 대원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위기 속 'AICT' 전환 가속
KT는 신뢰 위기 극복과 별개로 미래 성장을 위한 AI 전환(AX) 전략을 본궤도에 올리며 'AICT 기업'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3분기부터 AI 멀티모델 라인업을 본격 출시하며 한국형 대규모언어모델(LLM)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7월 독자 개발 모델 ‘믿:음 K 2.0’을 공개했고 9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협력 기반 ‘SOTA K’와 메타의 오픈소스를 활용한 ‘Llama K’를 순차적으로 출시했다. 이는 단일 모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고객사의 니즈와 비용 효율성을 고려한 맞춤형 AI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산업별 맞춤형 AX 로드맵을 컨설팅하는 ‘KT 이노베이션 허브’를 개소하며 B2B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AI 전략은 2분기 실적발표에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KT는 당시에도 마이크로소프트 팔란티어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와 한국형 AI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3분기의 연이은 모델 출시는 이러한 전략이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민 전무는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고객 보호 조치를 신속히 이행하는 동시에 정보보호 체계와 네트워크 관리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어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기반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충실히 이행해 시장 신뢰를 높이고 통신 본업과 AX 사업의 성장을 통해 지속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