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한국 출시 행사장에 위고비 관련 안내판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한국 출시 행사장에 위고비 관련 안내판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에서 월 1000달러(약 150만원) 이상이던 위고비(Wegovy)와 젭바운드(Zepbound) 등 주요 비만치료제의 가격이 25050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약사들과 직접 약가 인하 합의를 발표하면서다.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위고비를 생산하는 노보 노디스크, 젭바운드를 제조하는 일라이 릴리와의 합의를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 치료약을 ‘최혜국 국가’ 기준으로 미국 환자에게 제공하기로 했다”며 “위고비 가격은 월 1350달러에서 250달러로, 젭바운드는 1080달러에서 346달러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 및 장애인 의료지원)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 가입자의 경우 정부 지원으로 본인부담금이 50달러 수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약들은 효과가 좋다. 지금까지 이 약들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 약들은 수많은 미국인의 생명을 구하고 건강을 개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뚱보 약(fat drug)’이라고 부르는 이 약들이 실제로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연내 새롭게 개설될 웹사이트 ‘트럼프알엑스(TrumpRx)’를 통해 위고비와 젭바운드를 직접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두 약물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계열 비만치료제로, 음식 섭취 시 분비되는 호르몬을 이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약사의 가격 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전 세계 인구의 4%에 불과하고 전 세계 처방약의 13%만 소비하지만, 제약사들은 이익의 75%를 미국 소비자에게서 거둬간다”며 “이건 만성적 불공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나는 올해 초 행정명령 서명과 함께 ‘최혜국 약가 정책’을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이 정책은 관세 덕분에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하며, 제약사들의 잇단 약가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은 제약사가 자율적으로 약값을 정하는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민간 보험사 등의 이해가 얽혀 약가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를 지렛대로 글로벌 제약사들에 미국 내 약값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출 것을 지속 압박해왔다. 이 과정에서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주요 제약사들도 트럼프 행정부와 약가 인하에 합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더 이상 불합리한 약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만들겠다”며 “이번 조치는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