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 위기관리를 위해 전문가들께 조언을 얻고 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궁금합니다. 가만히 놓아 두었다가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문제가 해결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우선 먼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핵심 개념이 있습니다. 위기관리를 위한 자문을 요청하셨는데, 구체적 질문 내용을 들어보면 '해결'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계십니다. 위기 대응을 논할 때는 보통 '관리'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선택합니다. 이는 '해결'과는 다른 뉘앙스를 지니고 있으므로, 이 구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질문하신 기업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해결'은 스스로 문제를 풀어 마무리 짓는다는 의미입니다. 이 경우에는 우선, 스스로 풀어낼 수 있는 구체적 문제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영역을 한정 지어, 단계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필요하죠. 위기관리 관점에서 '해결'은 주로 해프닝이나 소규모 문제 수준의 대상에 해당하며, 기업이 '최대한 할 수 있는' 활동으로 상황을 종결 짓는 것을 가리킵니다.
반면, '관리'는 당면한 위기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기울이는 모든 중장기적 노력을 포괄합니다. 이는 단순 단기 해결을 넘어서는 더 넓은 개념으로, 기업의 자체 노력뿐 아니라 환경적 변수에 대한 대응까지 포함합니다. 즉, '최대한 할 수 있는' 해결 활동에 더해 '꼭 해야 하는 추가 노력'과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에 대한 대비'를 아우르는 것입니다.
기업 자체 역량으로 주도하는 '해결'과 달리, '관리'는 때때로 수동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대상과 영역을 규정하기 어렵고, 환경 변수가 예상 밖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리'라는 표현이 적합합니다. 만약 상황이 단순 '해결'될 수 있다면, 그것은 애초에 위기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기업이 위기관리를 '위기 해결'로 인식하는 데 있습니다. '어떻게 이 위기를 해결할까'라는 적극적 사고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죠. 왜 우리가 '여론 해결', '언론 해결', '부정기사 해결', '직원 해결', '위기 해결', '재난 해결' 같은 표현을 피하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이 영역들은 단순히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관리'의 대상입니다. 이러듯 위기를 바라보는 마인드가 '해결' 중심인지 '관리' 중심인지에 따라 대응의 성패는 크게 좌우됩니다.

이를 병원 비유로 설명 드리자면, 시술이나 수술로 병을 단번에 고쳐 '해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여러 치료법과 지속 관리, 식이요법, 재활 운동 등으로 병을 '관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는 두 방식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위기관리가 바로 이와 같습니다. 수술처럼 '해결'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그러나 수술로 고쳐지지 않거나, 수술할 수 없거나, 수술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질문으로 돌아가, 현재 위기가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인지, 아니면 '관리'해야 하는 성격인지를 먼저 명확히 규정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해결 가능한 구체적 대상이 있다면, 그 부분을 식별하고 해결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위기 해결'이라는 사고는 오히려 위기관리에 방해가 될 뿐,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