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방산 전성기다. 무기 개발이 단순 국가 안보뿐만이 아닌, 글로벌 수출 사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런 변화에 맞춰 스마트 강군 육성과 대대적 방위산업 기술 개발 투자를 약속했다. 방위산업의 성장이 국방력 강화와 함께 경제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도록 하겠다는 포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건군 77주년 기념 국군의날 기념사를 통해 “내년 국방예산을 8.2% 늘린 66조3000억원을 편성해 ‘스마트 정예강군’으로 재편하겠다”며 “첨단항공엔진과 스텔스 기술 등 국방 전략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방산 생태계 조성을 다각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대한민국 차세대 무기체계들이 대거 공개됐다. 정부의 방위산업 육성 기조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비들이라는 평가다. ‘괴물 미사일’로 유명한 현무-5를 비롯해 방공망을 담당할 한국형 3축 체계 등 면면이 화려하다. 미래 전장을 대비하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는 물론, 소형 스텔스 무인기와 다족보행로봇도 베일을 벗었다.
현대전, 한국형 유무인 복합체계가 지배
각종 무기체계 가운데서도 주인공이라 부를법한 장비들이 있었다. 첨단 유무인 복합체계가 대표적이다.
현대전이 첨단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드론의 유용함과 무서움을 동시에 보여줬고, 많은 나라들에게 무인화 달성이라는 숙제를 안겼다. 문제는 기술 개발의 어려움이다. 단순히 폭약을 싣고 자폭하는 드론은 만들기 쉽지만, 이를 활용해 정밀한 작전을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 군은 해법으로 유무인 복합체계를 제시했다.
유무인 복합체계는 사람과 자동화 무기체계를 한 팀으로 엮는 개념이다. 시가지 폭격 등 임무 수행 시 고도의 가치판단이 필요한 영역은 사람이 총괄하고, 물리적으로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위험 지역이나 고난이도 임무는 자동화 장비가 수행한다. 최종적으로는 사람이 이를 총괄하는 형태다.

군이 공개한 유무인 복합체계에는 전투기와 함께 감시정찰 및 공격, 전자전 임무까지 수행하는 저피탐 무인편대기, 적 위협을 선제 타격하는 소형 자폭 무인기, 인공지능 자율 임무 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은밀하게 침투해 정찰부터 정밀타격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스텔스 무인기 등이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됐다. 임무에 따라 유인 전투기와 함께 출격하거나 단독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장비들이다.
이는 미 공군이 추진하는 '차세대 공중 지배(NGAD)' 구상이나 보잉의 'MQ-28 고스트 배트'와 같은 Loyal Wingman(충성스러운 셔틀) 개념과 맥을 함께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각종 로봇들의 등장이다. 지뢰 등 폭발물을 탐지,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폭발물탐지제거로봇과 위협 요소를 탐지하는 협업 기반 자율탐사로봇, 감시정찰 및 전투 임무 수행이 가능한 다중로봇 협동자율 시스템이 이날 처음 공개됐다. 현대로템과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일선 업체에서 개발에 속도를 내고있는 다족보행로봇, 무인수색차량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 아직 개발 중인 장비들이다. 실전 배치까지는 많은 실증과 개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 대통령이 국방비 증액과 스마트 정예 강군 육성을 약속한 이유다. 그간 민간 업체 주도로 활발히 연구되던 무인화 기술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북 탄도미사일은 격추하고 수뇌부는 응징…한국형 3축 체계 눈길
북한의 주요 원거리 전력을 효과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 한국형 3축 체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개됐다.
킬체인·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대량응징보복(KMPR)의 세 개 축으로 나뉜다. 북한의 공격 징후가 탐지되면 킬체인으로 선제타격 제거하고, KAMD로 미사일을 요격하며, 핵공격을 받으면 KMPR로 대대적 응징에 돌입해 북 수뇌부를 제거하는 체계다. 이날 행사에서는 항공기 요격과 탄도탄 대응을 겸비한 천궁-Ⅱ를 시작으로 해성 함대지 유도탄, 장거리 요격미사일 L-SAM이 차례로 모습을 보였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지난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현무-5다. 3축 체계 중 대량응징보복에 포함되는 초고위력 국산 탄도미사일이다. 최대 중량 8톤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탄두를 장착해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북한 전 지역에 대한 초정밀, 초고위력 타격이 가능하다. 적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파괴할 수 있어, 보유만으로도 적의 선제공격 의지를 꺾는 무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밖에도 현재 운용 중인 230㎜ 다연장로켓 천무와, 잠대지 유도탄 해성도 2발 공개됐다. 폴란드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 팔리며 K방산 수출 신화를 쓰고 있는 K9 자주포와 K2 전차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계룡대 행사장에서는 공군 전력의 공중분열이 하늘을 수놓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제작한 마린온은 파생형 MAH(상륙공격헬기)와 함께 출격했다. 내년 하반기 개발 완료 계획으로, 현재 기술 검증 중이다. 국산 소형무장헬기(LAH)와 기동헬기 수리온도 하늘을 날아다니며 진일보한 국산 회전익 기술력을 뽐냈다.
첨단 해상초계기 P-8(포세이돈)을 비롯해 F-35A, F-15K, KF-21 등 전투기도 기동했다. 특히 KAI가 국산 기술로 만든 초음속 전투기 KF-21은 수직 상승과 공중 회전 등 고난도 기동을 선보였다.
한편 지난해 국군의날 행사장 상공을 비행한 미국 전략자산 B-1B 전략폭격기는 올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국의 전략자산 없이, 주한미군 F-16 전투기 2대만 행사에 참가했다. 이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강조한 만큼 강력한 국군 전력을 온전히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