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일동제약.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일동제약.

일동제약이 윤웅섭 대표 체제에서 제네릭 위주의 안정적 내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 신약 기업 체질을 굳히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적자 구조도 발생했다. 그러자 윤 대표는 조직 전반의 쇄신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해 체질 전환에 나선 끝에 최근 흑자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윤 대표의 리더십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경영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웅섭 부회장은 1967년생으로, 일동제약 창업주 윤용구 회장의 손자이자 윤원영 일동홀딩스 회장의 장남이다.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주립대학교에서 회계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KPMG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며 회계 실무 경험을 쌓았다.

윤 부회장은 2005년 일동제약 상무로 합류한 뒤 기획조정실장, PI 팀장 등을 거쳤다. 그는 2014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고, 그는 2016년 일동제약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회사의 단독 대표에 오르며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했다. 이에 일동제약은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일동제약은 앞서 최근 3년간 적자를 이어왔다.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4분기 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12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연구개발비를 공격적으로 늘린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윤 부회장은 제네릭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로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했다. 특히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조코바’(S-217622)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2020년 기준 786억원, 2021년 1082억원, 2022년 1251억원을 연구 개발비용으로 사용하며 연간 1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R&D에 쏟아부었다.

이에 매출액 대비 연구 개발비용의 비중도 점차 확대됐다. 전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8년 10.9%에서 2019년 11.1%, 2021년 14%, 2022년 19.3%, 2023년 19.7%, 지난해 16.3%를 기록했다. 최근 3년 새 이 회사는 매출액의 15% 이상을 R&D에 투자한 셈이다.

경영 쇄신·R&D 자회사 분사…수익성 개선

윤 부회장은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대신 고강도 경영 쇄신과 R&D 전담 자회사를 분사에 나섰다.

그는 불필요한 사업과 인력을 줄이고, 핵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의 임원 20% 이상을 감원하고, 남아있는 임원의 급여 20%를 반납하도록 하고 차장 이상 간부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가동했다.

여기에 실적 개선 카드로 R&D 전담 자회사를 출범시켰다. 회사는 2023년 11월 물적 분할로 신약 연구개발 기업인 유노비아를 설립했다. 일동제약은 조직 쇄신과 유노비아 분할에 따라 비용을 대폭 줄이면서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실제로 일동제약은 2023년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별도 기준으로 분기 실적이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20년 3분기 이후 13분기 만이다.

이후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6149억원, 영업이익 131억원을 기록, 실적 반등을 이뤄내며 연간 실적에서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연구개발 강화로 인한 비용 부담을 조직 효율화와 체질 개선으로 상쇄했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윤 대표의 전략이 단기 실적을 희생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체질 변화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이는 유노비아가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들의 성과가 나타나면서 신약 개발 기업으로 안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노비아는 현재 ▲당뇨 ▲간섬유화·간경변 ▲간질환(MASH) ▲위식도 역류 질환 ▲안구건조증 ▲ 파킨슨질환 등 분야에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경구용 비만약, '계열 내 최고' 신약 기대

이중 주목받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GLP-1 계열 경구용 비만 치료제 ‘ID110521156’다. 사측은 ID110521156가 다른 제약사가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약 대비 체중 감량 효과가 크고 중대한 부작용이 없어 '계열 내 최고' 신약의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D110521156은 대사성 질환 분야의 신약후보 물질로 체내에서 GLP-1 호르몬의 유사체로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고 혈당 수치를 조절한다.

회사는 지난 6월 미국 당뇨병학회(ADA 2025)에서 일부 결과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 29일 고용량군 데이터를 포함한 1상 임상 톱라인 결과를 공개했다.

임상 1상 연구는 ID110521156의 안전성과 내약성, 약리적 특성 등을 평가하기 위해 무작위 배정, 이중 눈가림, 위약 대조 방식으로 시행됐으며, 단회 투여 후 단계적 증량(SAD) 시험과 반복 투여 후 단계적 증량(MAD) 시험 두 단계로 설계됐다.

SAD 연구 결과, 혈중에서 18시간 이상(최대 24시간까지) 효능 농도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약물 노출이 유지됐으며, 반복 투여 시 약물의 체내 축적성이 없고 식이 영향을 받지 않는 등 1일 1회 경구 투여 용법에 적합한 약동학적 특성이 확인됐다.

MAD 연구에서는 체중 감소와 혈당 강하 등 ID110521156의 약력학적 효능도 함께 확인됐다.

MAD 연구는 건강한 성인 36명을 대상으로 임상 기관에 입원한 상태에서 시행했다. 그 결과, 50mg과 100mg 투여군에서 4주 평균 각각 5.5%와 6.9%의 체중 감소 효능이 나타났다. 특히 200mg 투여군의 경우 평균 9.9%, 최대 13.8%의 체중 감량을 보였다.

4주 투여 후 5% 이상 체중 감소를 보인 피험자 비율은 위약군에서 0%를 보인 반면, 50mg 투여군과 100mg 투여군이 각각 55.6%와 66.7%, 나머지 200mg 투여군이 87.5%로 나타나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외에도 주요 파이프라인인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P-CAB) 기전의 소화궤양 치료제 ‘ID120040002’의 경우 국내 임상 2상이 완료됐다. 또 MASH 치료제 ‘ID119031166’도 미국 임상 1상을 완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