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 연속 동결로, 경기 부양 필요성과 금융안정 리스크 사이에서 신중한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한은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9월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국내에서도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으나, 한은은 일단 관망 자세를 택했다. 지난달 회의에서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이번 달은 통과시킨 셈이다.

동결 배경에는 여전히 불안한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문제가 자리했다. 정부가 6월 27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과 3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지만, 강남과 한강변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최고가 경신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한강벨트 일대의 거래가 다시 활기를 띠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어 통화당국으로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9월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한 뒤 한은이 10월 23일 금통위에서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을 확인한 뒤 움직이는 것이 환율과 자본유출 측면에서 안전하다는 계산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8%에서 0.9%로 0.1%포인트 끌어올렸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을 웃돈 데다,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 효과가 성장률을 추가로 견인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대미 관세협상 타결로 수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으로 내수 심리가 살아나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업 체감경기 지표와 소비자 신뢰지수가 최근 반등세를 보이는 것도 성장률 상향 조정의 근거가 됐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0.9%)와 같아졌고, 한국개발연구원(0.8%)보다는 소폭 높은 수준이다. 다만 여전히 1%를 밑도는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어 통화정책의 딜레마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은의 통화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신중 기조를 이어가겠지만, 대외 변수와 국내 경기 흐름이 뒷받침된다면 비교적 이른 시점에 금리 인하로 전환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9월 미 연준 결정 결과와 10월 금통위 회의가 하반기 통화정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