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금융그룹. 사진 = 각 사.
5대금융그룹. 사진 = 각 사.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세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주요 시중은행들이 매년 1조원 이상의 교육세를 납부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교육재정과 무관한 업권에 간접세를 누진 구조로 부과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세 인상분이 대출 금리에 반영돼 금융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지난해 기준 총 5063억원의 교육세를 납부했다.

현행 교육세율은 금융사의 이자, 배당, 수수료, 보증료, 유가증권 매각·상환이익 등 '수익 금액'에 대해 0.5%를 적용하고 있다. 유가증권 매각·상환이익 등 일부 항목을 제외하면 일종의 매출과 같은 성격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이달 1일 입법 예고한 개정안은 수익 금액 1조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세율을 1.0%로 올리는 내용을 담았다.

"세법개정에 교육세 연 1조 넘을 듯…금리 오를 수도"

이 경우 5대 은행은 작년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4758억원을 추가 부담하게 되며, 이미 납부하고 있는 규모까지 합해 전체 납부액은 9821억원으로 늘어난다. 은행 수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부터는 1조원을 웃도는 세금을 낼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개정법률안에 대한 정부에 의견서를 이달 13일 제출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최근 실제 은행별 교육세 납부액 등에 대한 조사도 실시했다. 

은행 측은 교육세가 수익자 부담 원칙을 위배하고, 간접세임에도 누진 구조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과세 기준이 '이익'이 아닌 '수익 금액'이어서 적자가 발생해도 외형만 커지면 세금이 늘어나는 구조는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수익자부담 원칙에 안맞고 간접세인데 누진부과 부당"

직접세에 적용되는 '응능부담의 원칙'을 근거로 간접세 성격의 교육세율을 인상하는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응능부담이란 납세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소득세 등 직접세에 적용되는 원칙이다.  

개정안 시행 시 소비자 금리에 미칠 영향도 논란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은행법 개정안은 대출 가산금리에 반영할 수 없는 항목을 규정하면서도, 당초 제외 논의가 있던 교육세는 최종적으로 반영 가능 항목에 남았다.

지난해 12월 30일 민병덕 의원(민주당·대표발의자) 등 11명의 의원이 발의한 은행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보면, 신설되는 은행법 '제30조의 3'은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없는 항목을 열거하고 있다.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기술보증기금·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신용보증재단중앙회·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출연료가 가산금리 산입 금지 항목으로 명시됐다.

"대출 가산금리 산입항목에 교육세 남아 있어"…인상분 금리 전가 가능성

당초 교육세도 은행이 가산금리에 넣어 대출자에게 전가할 수 없는 대상으로 논의됐지만, "이자를 받는데 들어가는 엄연한 비용인데 반영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은행권의 주장을 정치권이 받아들여 산입 금지 대상에서 빠졌다.

따라서 만약 교육세법 개정안과 은행법 개정안이 모두 현재 원안대로 통과돼 실제로 적용될 경우, 은행권이 교육세 증가분의 일부라도 가산금리에 넣어 그만큼 대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교육세 부담이 대출 금리에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간접세 성격의 교육세가 금리에 일부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은행법 개정 취지와도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에 교육세 부담이 편중될 가능성도" 

은행권은 또 교육세 부담이 금융업 전체보다 은행업권에 집중되는 점도 문제라고 강조한다. 최근 기준 은행권의 교육세 납부 비중은 전체 금융권의 43% 이상으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입법예고 의견 수렴과 법제처 심사를 거쳐 8월 말 또는 9월 초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부터 발생하는 수익에 적용돼 2027년부터 납부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