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노년내과 교수. 사진=김민지 기자.
김광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노년내과 교수. 사진=김민지 기자.

급속한 고령화로 의료자원 소모와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감염성 질환에 취약한 고령자에 대한 국가필수예방접종(NIP)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고령층 예방접종 제도의 확대는 단기적 지출이 아닌 장기적 편익을 창출하는 전략적 투자라는 주장이다.

주한영국대사관과 주한영국상공회의소, 한국GSK는 12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2025 헬시에이징 코리아(2025 Healthy Ageing Korea)’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이날 김광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건강수명 연장을 위한 성인 예방접종’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고령화 사회의 감염 예방과 건강수명 연장을 위한 의료정책으로 생애 전주기 예방접종 프로그램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내 고령 인구에서 의료자원 소모와 사회적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감염성 질환에 취약한 만성질환자가 많은 성인의 경우 국가필수예방접종 프로그램에 속하는 백신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노인에서의 예방접종은 질병 관련 합병증을 예방해 의료 부담과 사망률을 감소시켜 건강한 노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 사회에 진입한 국가다. 올해 기준 65세 이상 인구비중은 20.3%로 이미 초고령 사회 기준을 넘어섰다. 2072년에는 이 비율이 47.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85세 이상 인구는 2022년 92만명에서 517만명으로 약 6배 증가할 전망이다.

이같은 인구 구조의 변화는 만성질환 유병률 상승과 면역 기능 저하와 맞물려 고령층의 질병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2019년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는 61조3000억원이었으나, 2023년에는 85조7000억원으로 약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의료비 중 노인의료비 비중도 40.5%에서 43.4%로 상승했다. 2026년에는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의료비 지출과 만성질환 진료비, 사회경제적 질병부담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17.9%지만 전체 진료비의 44.1%인 약 48조9011억원을 사용한다”며 “2020년 한국의 사회경제적 질병부담은 약 169조원으로 이중 74.6%는 의료이용으로 인한 직접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년기에는 면역력 감소로 인해 감염성 질병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독감으로 인한 의료비용 급증은 65세 이상에서 나타나고 있다. 10세 미만에서는 높은 유병률을 가지고 있지만 독감으로 인한 의료비용 발생은 없다”며 “65세 이상의 경우 독감으로 인해 폐렴이나 기저질환을 악화시켜서 의료비용을 더 높게 발생시킨다. 환자가 가지고 있는 만성질환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부분에서 비용을 더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같은 질환의 상당수는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건강한 노화는 고령화 사회에서 질병위험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며, 예방접종은 고령자 질환 예방을 위한 비용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예방접종은 감염병 예방 이외에도 감염병으로 인한 의료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예방접종의 다양한 정책적·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한길 이화여자대학교.
이한길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사진=김민지 기자.

이어 이한길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초고령 사회 대응을 위한 성인 예방접종의 가치’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대상포진 백신과 RSV(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 백신의 NIP에 포함해 공공재정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령층에서 예방접종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성인 예방접종을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해 공공재정으로 지원하고 있다. 실제 영국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무료 접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올해 4월부터 혼합형 재정 구조 형태로 대상포진 백신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성인 예방접종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예산을 활용한 소규모 예방접종 지원 사업을 통해 운영되고 있어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성인 예방접종은 감염병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공중보건 향상과 국가적 차원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는데 기여해 다양한 측면에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며 “그러나 국내에서는 성인 예방접종 백신이 초고령화사회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공공재로서의 성격이나 사회적 편익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과 일본, 프랑스 등 대포적인 고령화 국가들은 성인 예방접종을 공공정책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예방중심의 체계전환이 시급하다”며 “고령층 예방접종 제도의 확대는 단기적 지출이 아닌 장기적 편익을 창출하는 전략적 투자”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