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원제약의 신사업 영역 확장에 먹구름이 끼었다. 이 회사가 화장품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인수한 에스디생명공학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면서다. 여기에 연결 대상 계열사들의 영업실적 부진도 잇따르면서 백인환 대표의 리더십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400억 들인 에스디생명공학, 인수 후 수익성 부진 속 상폐 위기
최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에스디생명공학에 대해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일 이후 20일 이내(7월 28일) 코스닥시장위원회를 다시 개최해 당해 기업의 상장폐지 여부, 개선기간 부여 여부 등을 최종결정할 예정이다.

에스디생명공학 인수는 오너 3세 백인환 대표가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주도한 첫 사업이다.
1984년생인 백인환 대표이사 사장은 창업주인 고(故) 백부현 선대 회장의 장손이며 2세 백승호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2011년 대원제약 전략기획실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어 해외사업부, 헬스케어사업부를 거쳐 마케팅본부장 등을 지내면서 회사의 핵심 자리를 거쳤다.
백 대표는 2023년 1월, 경영 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후 같은 해에 아버지 백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아 5%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서 주요주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앞서 사장 취임 시절부터 신사업 발굴을 통한 사업다각화에 힘써왔다. 백 대표는 2023년 에스디생명공학 인수에 나서면서 화장품 사업 확장에 나섰다. 대원제약은 에스디생명공학에 회생계획 인가 결정에 따른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400억원을 들여 지분 72.9%를 획득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에스디생명공학은 2008년 설립된 화장품·건강기능식품 전문 기업으로 주요 사업은 마스크팩과 기초 스킨케어 제품 등이다. 이 회사는 2018년 중국 마스크팩 판매 호황으로 1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후 매출액은 떨어지고 영업적자는 커졌다. 화장품 매출이 감소하고 건기식 사업이 위축된 것이 영업 부진 요인으로 풀이된다.
에스디생명공학의 실적 하락세는 대원제약이 이 회사를 인수한 후에도 지속됐다.
실제로 2022년 기준 566억원이던 에스디생명공학의 매출액은 2023년 469억원, 지난해에는 345억원으로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315억원, 137억원, 92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적자가 지속됐다. 지난해 영업손실 폭은 줄였지만, 매출이 급감한 만큼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지난해 연결 기준 순이익 90억…2년 새 70% ‘급감’
문제는 400억원을 들여 투자한 에스디생명공학이 상장 폐지될 경우, 대원제약의 신사업 확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에스디생명공학 등 주요 계열사로 인해 대원제약의 신뢰도나 재무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원제약의 판매고는 계열사 확대로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악화 일로다. 실제로 2022년 4789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3년 5270억원, 지난해 5982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원제약의 영업이익은 2022년 430억원, 2023년 322억원, 지난해는 282억원을 기록했다. 3년 새 영업이익이 400억원대에서 200억원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지난해 대원제약의 별도 기준 순이익은 21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종속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 순이익은 90억원에 불과했다. 앞서 연결 기준 순이익이 2022년 307억원, 2023년 235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 사이 순이익의 70%가 쪼그라든 셈이다.
순이익 감소는 투자에 따른 금융비용(차입이자 등)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회사가 부담한 이자 비용만 93억원 규모다. 이는 2023년에 지급한 이자인 46억원에 비해 두 배가 늘어난 금액이다.
앞서 대원제약이 투자한 계열사들의 영업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23억원을 주고 인수한 보청기 업체 대원메디테크는 2022년 전액 자본잠식됐으며 경영악화로 인해 현재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
대원헬스케어 역시 대원제약이 인수 이후에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대원헬스케어는 지난해 2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앞서 2023년에는 24억원의 순손실이 기록했으며, 올 1분기도 5억원의 적자가 났다. 앞서 대원제약은 2021년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인 대원헬스케어(舊 극동에치팜)를 인수하며 건기식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이외에도 베트남 현지법인 대원파마슈티컬스(DAEWON PHARMACEUTICAL) 역시 적자 늪에서 빠져 나오질 못하고 있다. 당초 회사는 베트남에서 보청기를 직접 유통하는 사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대원메디케어가 사실상 공급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베트남 법인 역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원제약의 베트남 법인 매출은 5억원을, 손실은 2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