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가공식품을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대규모 행사를 추진하는 가운데, 일부 식품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소비가 늘 수 있지만, 단발성 행사만으로는 장기적인 물가 안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식품기업이 마진 손실을 떠안는 사이 정부는 책임을 피하고 생색만 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 가공식품 공동 할인 행사 추진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7일 여름 휴가철 소비자 물가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대형마트·편의점 등과 연계한 가공식품 공동 할인 행사를 이달부터 대대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4일 주요 식품·유통기업들과의 간담회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된 물가 안정을 위한 대응책으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발표에 따른 후속 대응 차원에서 나왔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1로 전년 동월보다 2.2% 상승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2%대 상승률을 보이다가 5월 1.9%로 잠시 하락했지만 다시 2%대로 올라섰다.
이에 농식품부는 이달부터 소비자물가 체감도가 높고 원재료 가격 부담이 다소 완화된 제품과 여름철 소비가 많은 제품을 중심으로 공동 할인 행사를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할인 품목은 ▲라면 ▲빵 ▲커피·음료 ▲김치 ▲아이스크림 등이다. 참여 업체는 농심·오뚜기·팔도 등 라면 업체를 비롯해 동서식품, 롯데칠성음료, CJ제일제당, 매일유업 등 15개 업체와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GS리테일·농협 하나로마트 등 유통사로 알려졌다.
정부는 7월 할인행사 진행에 따른 물가 상황을 모니터링한 뒤, 8월에 지속할지 여부를 관련 업계와 논의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여름철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업계와 협력해 가공식품 할인 행사를 적극 추진한다”라며 “앞으로도 물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업계와 협의해 소비자 체감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식품업계 “취지는 공감하나 부담은 커져”
식품업계는 소비 촉진과 물가 안정에 적극 공감하며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대응이 실질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부담, 물류비 증가 등 식품업계가 직면한 비용 압력은 여전한데, 할인으로 판매량을 늘린다 해도 지속가능한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가격 탄력성이 낮아 할인 폭을 키우기 어려운 품목의 경우, 제조업체가 고스란히 마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가 주도하는 할인이라 해도 실제 비용은 제조사와 유통사가 나눠서 부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결국 식품기업 입장에서는 할인 품목을 늘리고 할인율을 높일수록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가 안정 대책이라곤 하지만, 할인 비용은 기업이 분담하게 되기에 결국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마진을 줄여가며 출혈 할인을 해야 한다”며 “사실상 부담 떠넘기기지만 물가 안정이 시급한 만큼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진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행사는 기존 진행하던 할인 행사에서 품목이나 할인율을 확대하는 방식이며, 이로 인한 마진 손실은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분담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격탄력성이 낮은 라면, 빵류는 단기적인 수요 확대가 제한적인 만큼, 실질 판가 하락이 실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특히 정책 타깃이 된 라면은 실제 행사 규모에 따라 단기 실적 우려가 확산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격 자체를 낮추는 건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 정부가 추가 상승 요인은 막아야 기업 입장에서는 효율적으로 경영하면서 가격 인상을 자제할 수 있다”며 “전반적인 경영 비용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환율, 유가가 안정화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향후 가격 인상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들이 밀, 팜유, 설탕 등 재료를 수입할 때 할당관세 적용을 대폭 확대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소비자들 숨통도 트이고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