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을 두고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양사는 파격적인 금융 조건과 특화 설계를 내세우며 조합원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조합은 6월 중순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 4월 15일 마감한 시공사 선정 입찰에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가 신청하며 맞대결이 성사됐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 약 7만1901㎡ 부지에 지하 6층~지상 38층 빌딩 12개동, 아파트 777가구, 오피스텔 894실, 상업·업무시설 등을 조성하는 복합개발 프로젝트다. 조합의 예상 공사비는 9558억원에 달한다.
전면1구역은 용산역, 한강 변에 인접하고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맞닿아 핵심 사업지로 꼽힌다. 최근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시공사 선정이 유찰되거나 수의계약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양사는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지며 적극적인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HDC현산·포스코, 업계 최고 수준 금융 조건 제안
HDC현대산업개발은 평(3.3㎡)당 공사비를 858만원으로 제안했다. 이는 조합이 산정한 예정 공사비 960만원보다 100만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공사 기간은 42개월을 제시했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원에게 가구당 최저 20억원의 이주비와 담보인정비율(LTV) 150%를 적용한 금융 조건을 제시했다. 이는 국내 정비사업 역대 최고 수준이다.
사업비 대출금리도 업계 최저 수준인 CD+0.1%를 제안했다. 사업비 전체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조합의 금융 이자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주거시설과 상가·오피스 등 비주거시설에 대한 미분양 발생 시 '최초 일반분양가 또는 준공 시 감정가 중 높은 금액으로 대물변제' 조건도 포함했다.
이에 맞서는 포스코이앤씨는 평당 894만원의 공사비를 제안했다. 또 공사비 물가상승분을 20개월 유예하는 조건을 제안함으로써 공사비 변동 리스크를 낮췄다. 공사 기간은 47개월을 제시했다.
포스코이앤씨는 필수사업비 금리를 'CD+0.7%'로 제시했다. 조합원의 추가 이주비는 LTV 160%를 보장하면서 'CD+0.85%'의 조달 금리 기준을 제안했다. 이주비는 가구당 16억원이다.
또한 포스코이앤씨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 촉진비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조합의 사업 초기 자금운용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비사업 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320억원을 제안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조합원 분담금 납부 방식도 '입주 시 100% 납부' 또는 '입주 후 2+2년 유예 납부' 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두 방식 모두 입주 전까지는 대출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조건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조합의 공사비 지급 방식에 있어서도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 조건을 제안했다. 시공사가 공사 진행률에 따라 공사비를 우선적으로 받는 ‘기성불’ 조건과는 달리,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은 조합이 분양을 통해 확보한 분양 수입 재원 범위 내에 시공사가 공사비를 지급받는 방식으로 조합의 공사비 지급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건이다.

"HDC용산타운 조성" vs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양사는 금융 조건뿐 아니라 설계에서도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용산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연계 개발 전략을 강조했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대형 건설사 중 유일하게 용산구에 본사를 두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수주를 기점으로 용산철도병원 부지 개발, 용산역 앞 공원 지하화 개발, 용산역 아이파크몰, HDC신라아이파크면세점 등을 연계한 'HDC용산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용산역과 연결되는 지하통로·상업공간을 설계해 약 5843평(약 1만9300㎡)의 면적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에 수주한 용산역 전면 공원의 지하공간과 철도병원 부지 개발 사업을 연계해 정비창 전면 1구역을 용산역과 직접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HDC현대산업개발은 '더 라인 330'이라는 프로젝트명을 내걸었다. 한강변을 따라 단지 내 초고층 타워를 잇는 국내 최장 330m 길이의 스카이라인 커뮤니티 조성계획을 제안했다. 스카이라인 브릿지는 지상 74.5m 높이에 조성할 예정이다.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지난 4월 직접 사업지를 방문해 “HDC는 용산에서 아이파크몰, 철도병원부지, 공원 지하화 등 다수의 성공적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용산역 일대 이 지역을 누구보다 잘 안다”라며 “HDC타운으로 조성해 시너지 효과를 내 조합원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혜택과 안정적 사업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는 대형 평형과 펜트하우스를 중심으로 한 고급화 전략을 앞세웠다. 전용 111㎡ 이상 대형 주택형을 조합이 제안한 231가구보다 49가구 많은 280가구로 확대했다. 이 중 11가구는 조합측 안에 없던 200㎡ 규모 펜트하우스로 구성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오피스텔 부분에서도 고급화 전략에 맞춰 설계를 차별화했다. 전용 29㎡ 단일 타입의 기존 조합안 대신 모듈형 설계 '큐브릭폼(Cubric Form)'을 도입해 전용 59㎡ 이상의 아파트형 세대를 대폭 늘렸다. 천장고는 2.5m로 시공해 개방감을 강화하고. 모든 오피스텔 세대에 외부 발코니를 설치해 추가 면적을 확보하는 설계를 제안했다.
또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인 하얏트와 협업해 세탁, 반려동물 돌봄, 전문 의료기관 연계 건강검진 서비스 등도 제공할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전면1구역에 용산 최초로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를 적용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송도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비롯해 해운대 101층 높이의 '해운대 엘시티'와 '여의도 파크원', '더현대 서울' 등 복합개발사업 경험을 내세웠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회사의 수익 추구만이 아닌 조합과 상생하기 위해 고심하여 제안한 사업 조건"이라며 "용산이라는 상징적인 입지에 당사 하이엔드 브랜드로 조합원들께 랜드마크를 선사하기 위한 진심이 담긴 제안"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