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측면에서라도 X-in-1은 꼭 필요합니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라도 꼭 연구하고 개발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18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개최한 제17회 자산어보 행사에서 KG모빌리티 심준엽 상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기차(EV)의 엔진 역할을 하는 파워트레인을 고성능으로 구현하기 위해선 모터, 인버터, 감속기 등 하나의 모듈로 통합하는 X-in-1 기술 개발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심 상무의 생각이다.

X-in-1은 지난 2019년 닛산이 제시한 개념으로 주요 구동 부품을 공유하고 유닛을 모듈화해 파워트레인 생산 비용 효율성을 개선하려는 기술이다.

뭉쳐야 산다… EV 기술 주도권 확보 핵심 열쇠로 꼽힌 ‘X-in-1’

18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개최한 제17회 자산어보 행사에서 KG모빌리티 심준엽 상무가 발표에 임하고 있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18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개최한 제17회 자산어보 행사에서 KG모빌리티 심준엽 상무가 발표에 임하고 있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날 현장에선 심 상무를 포함해 다수의 연사들이 X-in-1 기술에 대한 열띤 발표들을 이어갔다. X-in-1 기술은 EV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며 차량의 효율성과 성능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기술이다.

심 상무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부품 국산화는 작년까지 샘플 제작까지 완료한 상황이지만 중국을 포함한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은 추격자의 위치로 밀려났다”며 “일부 고객들은 2-in-1이면 어떻고 3-in-1이면 어떠냐라고 말하시는데 X-in-1을 개발하는 공급자 입장에선 내연기관 차와 가격 격차가 없는 전기차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X-in-1 개발은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X-in-1으로 통합 모듈이 개발될 시 ▲차량 경량화 및 부피 절감 ▲고성능·고효율 시스템 구현 ▲무게 감소 ▲비용 효율성 ▲효율성 향상 ▲모듈화 ▲정비성 향상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18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개최한 제17회 자산어보 행사에서 E-파워트레인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18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개최한 제17회 자산어보 행사에서 E-파워트레인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경량 소재 등을 사용해 부품 자체의 무게를 줄이며 X-in-1 기술로 파워트레인의 크기가 약 25%까지 줄어들어 부피 측면에서 이점을 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국외 연구는 글로벌 X-in-1 파워트레인 시장은 X-in-1 파워트레인 시장은 지난해 1억 7855만 5000달러(약 2573억 5000만원) 규모로 평가됐으며 오는 2034년까지 약 21억 9,181만 달러(약 3조 1590억 5000만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자연 손영욱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테슬라가 3000만원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제시한 것처럼 전기차에도 가성비를 따지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한국도 아이오닉5를 기점으로 전기차에서 큰 변화가 있었고 여러 예상을 조합해봤을 때 향후 현대차가 8-in-1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열이 올라요” 車 업계, EV 발열 관리 기술 연구 ‘올인’

지난달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X-in-1은 고도의 통합 설계를 요구해 초기 투자 비용이 다수 들고 높은 효율의 열 관리가 요구돼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자동차 업계에선 꾸준히 진행돼 왔다.

실제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X-in-1 기술 개발에선 열 관리와 방출이 큰 골칫거리로 꼽혔다. 단순히 열이 쌓이는 것을 넘어 고온 환경에선 인버터, 컨버터의 전력 변환 장치 효율이 떨어지고 전기 모터와 같은 핵심 부품의 성능도 저하되기 때문이다.

18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개최한 제17회 자산어보 행사에서 E-파워트레인의 개발과 관련된 논의가 이어졌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18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개최한 제17회 자산어보 행사에서 E-파워트레인의 개발과 관련된 논의가 이어졌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또 수냉식을 요구하는 인버터 냉각의 경우 균일한 냉각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으며 ▲급속 충전 시 발열 증가 ▲배터리 성능 저하 ▲저온 환경 배터리 내부 저항 증가 ▲고온 환경 배터리 폭발 문제 ▲발열 관리 실패 시 열 폭주 현상 발생 등이 발열 관리의 까다로운 부분으로 지적돼왔다.

이 중 열 폭주, 배터리 팽창 현상 등은 지난해 8월 벤츠 전기차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폭발한 사고처럼 전기차 폭발, 화재 등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전기차 업계의 고민을 낳았다.

보험개발원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화재, 폭발에 의한 전기차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담보) 사고 건수를 조사한 결과 전기차 1만 대 당 0.93대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비전기차 화재는 1만 대 당 0.90대였다.

과학계도 이 부분을 적극 공략 중이다. 지난 1월에는 이동윤 한국전기연구원 전기변환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이 발열 효율을 최대 30% 높인 ‘금속섬유천 면상 발연체’ 기술을 개발했다. 또 지난 17일에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소속 김해진 박사 연구팀이 기존 흑연 음극의 낮은 에너지 밀도를 개선하기 위한 고에너지 리튬 이온 금속 하이브리드 이차전지 소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18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개최한 제17회 자산어보 행사에서 한자연 손영욱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18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개최한 제17회 자산어보 행사에서 한자연 손영욱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손 본부장은 “X-in-1을 위해선 열 관리를 통합해야 하는데 모터는 유냉식의 구조고 인버터는 수냉식, 다른 부품은 공랭식을 요구해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게 X-in-1 기술 개발의 난제”라며 “냉각이 원활하지 않을 시 성능·내구 저하가 따라오는 만큼 각 부품이 요구하는 냉각 조건을 고려한 열 관리 통합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한양대학교 임명섭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한국 자동차 회사들과 업계는 모터에 제어기 2개를 다는 투스테이지 모터 등 파워트레인 성능을 높이기 위한 조합을 찾고 있다”며 “전기차와 X-in-1 기술 측면에서 퍼스트무버 역할을 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현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