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해치는 요인에는 무엇이 있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리를 저지르는 행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이는 곳에서 문제는 금방 해치우면 되지만 안 보이는 비리야말로 신뢰를 무너트리는 치명적인 문제다.
미래차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동차가 고도화되며 '보이지 않는 부식'이 고객의 공포를 유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과 현대자동차는 코앞으로 다가온 자율주행차·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신뢰도를 높이려는 각자의 시도를 발표했다.

10일 한자연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미래차 신뢰성 | 성능을 넘은 약속, 미래차의 신뢰성 혁신이라는 주제로 제 20회 자산어보를 개최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신뢰성이란 규정된 환경에서 수명 기간 고장 없이 임무를 수행할 확률로 정의되는 제품의 능력을 뜻한다.
이날 행사에는 한자연 진종욱 원장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안승호 전동화부식제어리서치랩 실장,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곽용원 단장, 윌로그 배성훈 대표 등 테마와 관련된 완성차사, 중견·중소 부품기업과 관계기관 관계자 120여명이 참석했다.
보이지 않는 부식이 차를 망친다

안 실장은 "전동화로 자동차 추세가 옮겨가며 신뢰도 문제가 고객 경험 차원에서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며 "보이는 부식이 예전에 1차원 적으로 중요했다면 앞으론 보이지 않는 부식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이지 않는 부식이란 전기파 잡음 등 운전자나 정비사가 외관상 쉽게 확인할 수 없는 곳에서 진행되는 부식 현상을 뜻한다.
안 실장은 "고전적인 부식이 외관 표면 부식이었다면 전동화 특성에 기인한 복잡 다양한 부식현상과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 부식 열화가 발생하고 있다"며 "전장화가 되며 전기적인 부식, 열화가 되며 문제는 1+1=2가 돼야 하는데 미래차의 개발 과정에선 1+1=2일 수도 있고 1+1=3일 수도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성능 컴퓨터의 경우 열을 많이 내뱉는데 자동차는 반대로 과열을 막기 위해 냉각수를 돌리는 과정에서 부식이 일어나기 쉽고 열화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안 실장은 단순히 현상에만 지나치게 집중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모터 베어링 전식(베어링을 경유하는 전류에 의해 발생하는 전기적인 부식)처럼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 현상에 몰입하면 안 되고 이게 왜 나왔을까라고 생각해 보는 태도를 엔지니어들은 지녔으면 좋겠다"며 "스페이스 펜 개발 당시와 소련이 연필을 대안으로 들고나왔을 때처럼 현상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접근하냐에 따라 돈을 많이 들이기도, 적게 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평균 수명이 84세지만 평균 수명이 늘어나며 치매 걱정을 하듯 자동차도 하드웨어가 단단해지지만 그 안에 있는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며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SDV)와 고객 경험, 신뢰성을 높이는 과정을 위해선 이를 이루는 알고리즘 자체가 건강해져야 된다"고 덧붙였다.
고객 선택 요인 엎어졌다… 품질·안전 ↑

한자연도 나섰다. 미래차 캐즘과 포비아 현상이 지속되자 현상을 연구했고 신뢰성·안전성에 대한 지속적 우려가 소비자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끌어냈다. 짧은 역사에 비해 높은 품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직은 고객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자연 위신환 신뢰성기술부문 부문장은 "공급 사슬에서의 고객 고려 사항 중 1순위가 예전에는 가격이었다면 이제는 품질, 신뢰성이고 안전성도 3등까지 올라왔다"며 "작동 주체가 자율주행으로 변하고 있는데 이는 설계 혁신이 있어야 하고 신 공법이 있어야 해서 설계 불확실성이 증대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위 부문장은 신뢰성을 놓칠 수 없는 최우선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017년 결함 에어백으로 인해 사망자 30명, 부상자 400명을 내며 10조원에 가까운 품질 비용 손실로 인해 파산한 타카타(TAKATA)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타카타는 전세계 법규와 20여개 완성차사의 표준을 모두 통과했음에도 결함 에어백으로 인해 1억대가 넘는 차량을 리콜했고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리콜 비용, 손해배상, 벌금, 합의금 등으로 인해 파산했다.
위 부문장은 "실질적으로 신뢰도 문제는 설계적인 경우 많다. 부품 설계 문제 있는 경우 많고, 불충분한 시험으로 검증하고 합격하고 나와서 필드에서 문제 생긴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표준이 어느 회사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고장 물리 기반의 신뢰성 표준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뢰성과 안전성의 상호 보완적 연계 운영에 대해서도 짚었다. 위 부문장은 "고장은 고장 중점(신뢰성 문제)과 사고 중점(안전성 문제)으로 나뉘어진다. 고장 중점은 AS센터에 오는 거만 수리하면 되지만 사고 중점은 모든 차량을 전부 다 수리 해야 해 업무 처리의 규모가 달라진다"며 "경제성 기반의 신뢰성 경영 정책과 법적 책임에 대용만 안전성 정책은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원장은 "자동차연구원에 온 뒤로 신뢰성이 성능 이상으로 중요한 팩터가 됐음을 느낀다"며 "미래차 신뢰성 기술은 전동화,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자동차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대중 수용성 확보를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