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사진=롯데케미칼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인적 쇄신을 통한 반등에 나섰다.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통해 분위기 반전과 위기 극복에 집중할 것으로 풀이된다.

고강도 인적쇄신…CEO 대거 교체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출처=GS칼텍스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출처=GS칼텍스

롯데그룹은 지난달 28일 단행한 인사를 통해 롯데 화학군 총 13명의 CEO 중 10명을 새로 선임했다. 특히 화학군을 이끌었던 이훈기 사장은 1년 만에 교체, 이영준 신임 사장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올해 1~3분기 누적적자액이 6600억원에 달하면서 쇄신을 위한 초대형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달 27일 GS도 그룹 내 CEO를 대거 교체했다. 정유·석유화학 부문 계열사와 발전사 등 에너지 부문이 속한다. 이번 인사 단행을 통해 GS는 에너지 전환과 전력시장 개편 등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실시간 전력시장 도입, 전력가격 입찰제, 분산에너지법 등의 시장 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전략이다.

핵심 발전사인 GS EPS의 대표에는 또 다른 발전사 GS E&R의 대표를 맡고 있던 김석환 사장이 이동 선임됐다. GS E&R 신임 대표에는 김성원 부사장을, GS동해전력 신임 대표에는 황병소 전무를 각각 임명했다. GS파워의 대표이사 유재영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SK그룹의 정유·석유화학 중간지주사 SK이노베이션도 지난 10월 SK E&S와의 합병을 앞두고 계열사인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계열사 3곳의 CEO를 전격 교체했다. 특히 주력 자회사인 SK에너지는 1년도 안 돼 수장을 바꾸며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 7월 한화그룹 화학 계열사인 한화솔루션도 케미칼 부문과 여천NCC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한화케미칼 대표에는 남정운 여천NCC 대표, 여천NCC 대표에는 김명헌 한화임팩트 사업부장을 앉혔다.

한화그룹은 “대내외적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예년 대비 한 달 빨리 인사를 결정했다”면서 “선제적으로 내년도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을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익성 개선 ‘절실’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는 올해 3분기 정유부문에서 합계 1조953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는 올해 3분기 정유부문에서 합계 1조953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인사 단행은 업계에 계속된 실적부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는 올해 3분기 정유부문에서 합계 1조953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3개월 만에 2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낸 셈이다.

적자 이유로는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감소가 꼽힌다. 특히 국제유가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3분기 소폭 상승한 이후 중국의 원유 수요 감소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며 대폭 하락한 바 있다.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은 화학 산업 생산액 세계 5위, 에틸렌 생산 능력 세계 4위로 대표적인 주력 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업계는 중국발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 높은 원재료비 등으로 장기 불황을 겪었다.

4대 석유화학 기업으로 꼽히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3개 기업은 올해 3분기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불황 속 ‘스페셜티’로 흑자를 낸 금호석유화학 또한 작년 동기 대비 영업익이 22.7% 급감했다.

새로운 리더십, 경쟁력 강화 ‘집중’

한화솔루션 석유화학 계열사인 여천NCC 제2사업장 전경. 사진=여천NCC
한화솔루션 석유화학 계열사인 여천NCC 제2사업장 전경. 사진=여천NCC

이번 인사를 통해 인적 쇄신에 나선 기업들은 새로운 리더십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사업 전반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통해 인적 쇄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0월 선임된 이상민 SKIET 사장, 최안섭 SK지오센트릭 사장, 김종화 SK에너지 사장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 인사를 통해 이공계 출신의 ‘기술통’ 사장을 선임, 기술과 현장에 집중하면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석유화학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신임 사장 선임과 함께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3명을 신규 임원으로 승진하는 내용의 후속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전체적인 임원 규모는 줄이고 조직을 단순화하면서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실행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대대적 쇄신에 나선 GS그룹은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에서의 선제적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GS EPS 대표에 선임된 김석환 사장은 발전 시설 고도화를 비롯해 전력시장 전환기의 전략적 대응 임무를 수행한다.

사장으로 승진한 유재영 GS파워 대표이사는 부천과 안양 지역의 열병합발전 사업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GS E&R와 GS동해전력 신임 대표로 각각 선임된 김성원·황병소 대표는 GS그룹의 발전 사업 역량 고도화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임무 수행의 중책을 맡을 예정이다.

HD현대 정유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오일뱅크도 공동 대표 체제를 통해 실적 반등에 나선다.

HD현대는 올해 사장단 인사를 통해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에 송명준 HD현대 재무지원실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내정했다. 정임주 HD현대오일뱅크 안전생산본부장 부사장은 송명준 사장 내정자와 함께 공동대표로 내정됐다. 재무·현장 전문가를 전면배치해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갖추고 실적 회복을 위한 준비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정제마진 축소와 석유화학 시장 악화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면서 “새로운 경영진 선임으로 조직문화 혁신과 원가절감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 다양한 경영개선 노력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