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사장 노준형,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 신유열. 사진=롯데그룹
(왼쪽부터)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사장 노준형,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 신유열. 사진=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로 진통을 겪었던 롯데그룹이 안정화 수순을 밟고 있다. ‘월드타워’ 담보로 유동성 위기 해소와 정기 임원인사에서 역대급 물갈이로 반전을 꾀하는 모양새다. 

28일 롯데그룹은 롯데지주를 포함한 계열사들의 이사회를 열고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CEO 21명을 대거 교체했다고 밝혔다. 임원 규모 자체도 지난해말 대비 13% 감소했다. 60대 이상 임원의 절반이 퇴임하며 임원진 전체 연령을 낮췄다. 이는 위기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하고자 하는 롯데의 의지로 풀이된다.

번저 롯데가 ‘컨트롤 타워’를 내세운 것이 주목된다. 롯데의 새로운 컨트롤 타워는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는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노준형 부사장이다. 노 사장은 전략‧기획‧신사업 전문가로 통한다. 롯데는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을 통합해 노 사장에 전권을 일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노 사장이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은 물론이고 혁신 드라이브를 추진하게 하겠다는 심사다.

최근 유동성 위기설의 본진인 롯데케미칼은 13명의 CEO 중 10명이 교체되며 고강도 쇄신이 진행됐다.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롯데 화학군은 그룹의 든든한 캐시카우였으나 최근 중국의 저가 공세에 휘말려 저조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설상가상 롯데가 화학군 쪽에서 2022년 신사업으로 영입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도 인수 이후 실적부진을 겪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영업이익률은 2021년 10.15%였으나 올해 -2.92%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해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게 된 이영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다만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위기 문제는 한숨 돌린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실적부진으로 지난 21일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재무 특약을 미준수해 기한이익상실(EOD) 원인 사유가 발생하게 됐다. 지난 27일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신용보강을 목적으로 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불거진 위기설에 그룹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해 시장에 안심을 심어준 셈이다. 

유통군에서는 면세점 업황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한 호텔롯데 CEO가 완전히 갈렸다.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 정호석 부사장이 호텔롯데 구원투수로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정 부사장은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 롯데물산 기획개발부문장, 롯데지주 REVA(부동산 관리)팀장을 역임하며 탁월한 경영 리스크 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인천국제공항 입찰 탈락과 경기부진 글로벌적인 명품 소비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면세점에 적합한 인재라는 진단이다.

정 부사장과 함께 호텔롯데 법인 내 3개 사업부(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월드)를 이끌 사장단도 실무에 밝은 전략통이 내정됐다. 롯데면세점은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 김동하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신임 대표이사로 낙점됐다. 김 전무는 그룹 노무와 생산성 관리를 책임졌던 인물로 롯데면세점은 강도 높은 쇄신 전략이 예상된다. 롯데월드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권 전무는 12년간 롯데월드의 전략‧신사업‧마케팅‧개발 등을 책임져온 테마파크 전문가로 베트남과 동남아 현지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기획, 추진하기도 했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다. 현재 신 부사장은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하며 그룹의 차기 성장 동력과 밀접한 업무를 수행 중이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만큼 앞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사업을 지속해 발굴하고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1970년대생 신임 CEO 12명을 발탁하며 임원진 연령도 낮췄다. 롯데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추진 속도를 높인다는 목표다. 60대 롯데 계열사 CEO 8명도 퇴진한다. 이를 포함한 계열사 대표이사 21명이 교체된다. 60대 이상 임원의 경우 50% 이상이 퇴임한다.

한편 28일 롯데그룹주도 강세를 보였다. 28일 종가 기준 롯데지주는 전일보다 3.5% 증가한 2만1650원을 기록했으며, 롯데케미칼은 4.6% 오른 6만9400원, 롯데쇼핑은 3.7% 오른 5만8200원, 롯데웰푸드는 2.5% 오른 11만6200원으로 나타났다. 증권가는 지난 27일 롯데그룹이 최근 불거진 유동성 논란과 관련해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했다는 소식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