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현지 시간) 영국 유력 일간지인 가디언은 패트릭 무어 국가 수석 조사관 등 연구진이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세계 최초의 전령리보핵산(mRNA) 백신을 시험(3상)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노로바이러스는 전염력이 워낙 강해 매년 세계에서 약 6억8500만명이 감염되고 있다. 20만명가량의 목숨을 빼앗고 있기도 하다. 영국은 공공 의료 체계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를 통해 전 국민에게 무상 의료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노로바이러스 치료에 연간 약 1억파운드(약 1795억원)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이번 백신은 코로나 백신에서 효능을 입증한 mRNA 방식이고 이미 임상 3단계라 성공 가능성이 낮지 않은 만큼, 백신을 통해 노로바이러스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mRNA백신은 독감과 말라리아⋅뎅기열 같은 전염병, 피부암⋅폐암 등 각종 암 치료에 적용되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 지난해와 올해 RNA관련 연구 성과가 노벨상을 수상해 바야흐로 RNA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美 모더나, 노로바이러스 백신 개발 성공 시 시판 예정
mRNA는 세포핵 밖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일종의 설계도로 쓰이는 유전물질을 뜻한다. 지난 코로나 대유행에서 처음으로 mRNA를 활용한 백신이 상용화됐다.
보통 백신은 바이러스를 약하게 경험시킨 뒤 이에 대항하는 면역 단백질을 미리 준비하게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일반적으로 독성을 뺀 바이러스를 주입하거나 그 유전자를 사람에게 무해한 다른 바이러스(벡터)에 넣어 전달한다. 과거에 중국의 코로나 백신이 죽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용했고 미국 얀센과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벡터 방식을 썼다.
mRNA 백신은 기존 백신과 비교해 전염병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단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바이러스든 노로바이러스든 바이러스는 계속 돌연변이를 만든다. 독감 백신을 해마다 맞아야 하는 이유는 이런 신종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벡터 방식의 백신은 세포나 달걀에서 배양해 수개월이 소요된다. 이와 달리 mRNA는 화학 합성으로 빨리 만들 수 있다. 그만큼 돌연변이가 생겨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mRNA에 기반한 노로바이러스 백신을 시험하고 있는 연구진은 일본과 캐나다, 호주 등에서 2만5000명을 대상으로 2026년까지 임상을 시행할 계획이다. 연구에 참여 중인 미국 모더나는 백신 개발 성공 시 당국에 시판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간암도 RNA로 막을 수 있을까
사실 mRNA를 백신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1990년대부터 나왔다. 그러나 염증의 반응을 막지 못해 당시에는 상용화할 수 없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의 드루 와이스먼 교수와 커털린 커리코 박사 연구진은 2000년대 중반에 mRNA의 구성 분자 하나를 다른 형태로 바꾸면 면역세포가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RNA를 지방으로 감싸는 기술이 더해져 효소에 분해되지 않고 세포까지 전달할 수 있게 됐다. 공로를 인정받은 이들은 지난해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RNA 백신은 원래 암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해왔다. 그러다 코로나 백신으로 성공을 거두자 다시 암 백신의 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암 중엔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것도 적지 않아 백신에 대한 요구가 큰 게 사실이다. 실제로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암을 일으키고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자궁경부암을 유발한다.
이에 다케다제약과 노보노디스크는 각각 애로우헤드, 노바티스의 관련 간암 치료제 후보 물질(RZ-001)을 사들였다. 계약 규모는 각각 8억8000만달러(약 1조384억원)와 3억6000만달러(4196억원)다. 국내에서는 바이오사인 알지노믹스가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로 모은 자금의 대부분을 RZ-001의 임상시험 비용으로 쓸 예정이다.
알지노믹스 측은 “2022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RZ-001에 대한 임상시험 승인 이후 제조방법 변경이 발생했고 당국의 의견에 따라 변경된 제조법을 새로 등록, 임상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 물질에 대한 또 다른 임상은 로슈, 셀트리온과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