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두산타워. 사진 = 두산그룹.
분당 두산타워. 사진 = 두산그룹.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과 관련해 두산 3개사가 주주 설득에 나섰다. 앞서 지난달 24일 금융감독원이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두산에너빌리티와의 분할합병, 두산밥캣과의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 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경고 사인을 보내자 뒤늦게 주주 설득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 중인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등 3개사는 지난 4일 주주와의 소통을 목적으로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서한을 발표했다. 서한에는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와 합치는 사업 재편의 목적과 전망 등이 담겼다.

먼저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차입금을 7000억원 줄이고, 비영업용 자산 처분을 통해 확보한 현금 5000억원을 원전 사업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약 1조원의 신규투자 여력이 발생, 이를 생산설비 증설에 신속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력 발전 분야의 세계적 호황으로 전례 없는 사업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면서 “체코 원전에 이어 폴란드, UAE, 사우디, 영국 등의 신규 원전 수주도 기대되면서 향후 5년 간 체코를 포함해 총 10기 내외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SMR(소형모듈원전) 사업에 대해서는 “최근 AI를 위한 전력 수요의 유력한 대안으로 대두되면서 회사가 수립한 5년 간 62기 수주 목표를 대폭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신기술 확보 및 적시의 생산설비 증설을 위해 현금 확보와 더불어 추가 차입여력 확보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터빈사업의 경우 “스팀터빈은 원전 노형과 관계 없이 접근 가능한 시장이므로 유럽, 북미, 중동 등 해외 사업 추진을 위해 웨스팅하우스 노형 등과도 협의할 예정이며 SMR 스팀터빈은 뉴스케일, 테라파워, 롤스로이스와도 사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독자개발한 가스터빈은 2038년까지 총 105기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며, 수소터빈 사업은 선진 회사들보다 더 빠른 진행을 보이고 있다”면서 “클린에너지 종합기업으로서 제2의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밥캣 분할 시 배당수익이 줄어드는 우려에 대해 박 대표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확보하는 1조원을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할 경우 배당수익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율로 더 많은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할비율과 관련해 “주가는 기업가치와 주식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분할 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수는 25% 감소하는 반면 기업가치는 10%만 감소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따라서 재상장 시점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의 주당 가치는 두 비율의 차이만큼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두산밥캣은 주력 사업영역인 건설, 조경, 농업, 물류 분야의 소형장비 사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무인화·자동화 트렌드’가 이번 사업재편 추진의 배경임을 밝혔다.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는 “향후 시장 주도권 확보에 필수 요소가 될 무인화·자동화를 위해 당사를 비롯한 선도 업체들은 미래 기술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특히 로보틱스회사들과의 협력 또는 인수, 합병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건설장비 분야 글로벌 1위 업체인 캐터필러의 2020년 마블로봇 인수와 농업장비 글로벌 1위 업체인 디어앤컴퍼니의 2021년 베어 플래그 로보틱스 인수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박 대표는 “두산밥캣도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과의 기술적 협력을 추진해 오던 중 두산로보틱스와의 통합이 효과적 방안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어 “양사는 주식교환 완료 이후 신속히 합병할 것”이라며 “보유하던 자사주 이외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하게 되는 자사주를 전부 소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산밥캣은 배당정책 승계는 물론 기존 자사주 이외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하게 되는 자사주도 전부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두산밥캣과의 통합으로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사업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로봇의 최대 시장인 북미, 유럽 시장에서 압도적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춘 두산밥캣과 통합하면 이 최대 시장에서 고객에 대한 접점이 현재 대비 약 30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양사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두산로보틱스는 상장 시점에 제시한 3년 뒤 매출 목표 대비 50%의 추가 성장이 가능해지면서 5년 내 매출 1조원 이상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