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입법 토론회’를 주최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입법 토론회’를 주최했다.

창작자들의 생생한 증언 쏟아진 토론회

“플랫폼 할인 행사 손실을 작가가 부담한 사례도 있다.”(조은 웹툰 작가)

“고인이 된 형의 딸인 어린 조카를 상대로 수 천 만원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이우진 만화 작가)

“편집에서 삭제되면 출연료를 받지 못한다”(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총장).

지난 6월 27일(목) 진행된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입법 토론회’에서 콘텐츠 창작자들은 자신들이 보고 듣고 겪은 불공정 사례들을 가감없이 쏟아냈다. 

조은 웹툰 작가는 “보너스 코인 등 플랫폼의 할인 행사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작가가 부담한 사례도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판촉 행사에 동의한 적이 없어도 플랫폼 연재를 위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불공정 계약을 강요당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조은 웹툰 작가는 “보너스 코인 등 플랫폼의 할인 행사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작가가 부담한 사례도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판촉 행사에 동의한 적이 없어도 플랫폼 연재를 위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불공정 계약을 강요당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들이 증언한 사례는 개인의 불만이 아니라 시스템 문제였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 바로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이다. 문화산업계의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으로 소위 ‘검정 고무신 방지법’으로도 불린다(▶ 관련 기사).

그런데 한번 실패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하고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를 다시 살리기 위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이번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에 ER 이코노믹리뷰 문화부가 강유정 의원에게 토론회 취지와 계획, 그리고 영화계 현안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언론이 가장 많이 인용한 '전문가'의 시도

강 의원은 지난 3일에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며 지난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던 법안을 다시 살렸다.

그런데 그는 게임계와 무관한 영화 평론가이자 교수 출신이다. 그래서 그가 나선 이유를 게임계와 게이머들도 궁금해했다. 국회의원 됐으니까 한 번 던지는 ‘아이템’ 정도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었으리라. 괜한 의구심이 아니었다. 그런 사례가 꽤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의 목소리를 추적하면 이상할 게 없다. 그는 영화평만 하는 일반적인 평론가가 아니었다.

그는 언론들이 가장 많이 인용했던 영화시장 전문가 중 한 명이었다. ‘강유정 영화시장’으로 뉴스를 검색하면 쉽게 영화 산업 현안에 관한 그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 아니었을 때도 그는 ‘좋은 영화’만이 아니라 ‘좋은 영화시장’에 관심을 뒀다. 

이번 토론회도 그 연장선상이다. 그런 전문가가 다시 이 법안을 시도하는 첫 자리가 이번 토론회였다.

“강유정 영화시장”으로 뉴스를 검색하면 쉽게 영화 산업 현안에 관한 그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에서 '강유정 영화시장'으로 뉴스를 검색하면 영화 산업 현안에 관한 그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콘텐츠 산업의 성장통이라는 맥락

강 의원실에서 보내온 보도자료는 이렇게 시작한다.

“2022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66조 9천억 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 방식이 복잡·다양화되고 산업구조의 양극화도 심화되면서 다양한 불공정 행위들이 누적되고 있다.”

토론회에서 나온 증언은 ‘텍스트’다. 그 텍스트를 ‘콘텐츠 산업의 성장통’이라는 ‘맥락’으로 기자들에게 전했다.

또 성장 규모를 구체적으로 전했다. 짐작하면, 보도자료의 매출액은 2022년 말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를 인용한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왜 수년 전 자료를 인용했냐 싶을 수 있다. 그런데 2022년 전체 콘텐츠산업조사 보고서가 올해 5월 말에서야 나왔고 수치상 큰 차이가 없다. 통계 자료로서 문제는 없다.

오히려 이 토론회가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급조한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방증에 더 가깝다. 그가 영화평론가로 활동할 때부터 콘텐츠 산업 전반에 관심을 가졌고, 그만큼 이해도가 높다는 뜻이다.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첫 시작”

ER 이코노믹리뷰 문화부가 강 의원에게 토론회 취지를 확인했다.

강 의원은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을 “창작자 보호를 위한 법”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사랑하는 K-콘텐츠 이면에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이를 바로잡고자 지난 국회에서 관련 법이 발의되었으나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강 의원은 이번에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분명하게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첫 시작이다.”

“첫 시작”이라는 중복된 표현은 법안 통과에 관한 의지이다. 동시에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내건 정치인의 공약이다. 아무리 원내 대변인으로서 바빠져도 콘텐츠 산업계 주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두 번째, 세 번째, 계속 논의해야만 한다.

“공정위와 방통위 반대로 무산”

그러면 강 의원은 왜 이 법안이 지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고 보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부처 간 이견 조율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한마디에 이 법안을 둘러싼 상황들이 드러나 있다.

일단, 해당 법안은 현 정부의 문화 정책과 이견이 있는 ‘야당 법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문화체육관광부 진재영 콘텐츠금융지원과 과장도 “피해 발표 사례를 들으면서 문화산업공정유통 취지에 공감했고, 국회에서 입법이 진행되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물론 그 자리에서 부정적인 태도를 취할 공무원은 없다. 그런데 “적극”이라는 표현을 굳이 쓸 이유도 없다. 다시 말해 현장 공무원 입장에서도 현재 문화 정책 기조와 어긋나는 법안은 아니다.

“중복 규제 등 이견 해결 필요”

그런데 뒤집어 생각하면, 오히려 그렇기에 이 법안의 입법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다.

강 의원이 지적한 대로 방통위와 공정위가 반대하는 법안이라면 조율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ER 이코노믹리뷰 문화부가 강 의원에게 입법을 위한 계획을 묻자 그가 가장 먼저 언급한 대목이 공정위의 중복 규제 우려를 해결하는 것이다.

“법 통과를 위해서는 먼저 중복 규제 등 이견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법 통과 시 영향을 받는 산업계와도 소통할 계획이다.”

그런데 중복 규제 우려는 표면적인 이유다. 본질적으로 콘텐츠 산업의 핵심 부처 중 하나인 방통위와 창작자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공정위가 창작자 개인보다 제작사와 배급사(플랫폼) 입장에 가깝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중복 규제 문제를 해결한들 '부처 입장'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문광위 소속 의원들 자체적으로 돌파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강 의원은 당시 토론회를 정리하며 “정무위 차원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를 설득하는 데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22대 국회에서는 꼭 관련 법을 통과시키는 데 힘써 달라”라고 당부했다.

준비된 발언이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이날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토론회에 굳이 참석했을까. 강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준비한 것은 그 당부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입법 토론회’를 주최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입법 토론회’를 주최했다.

“행정과 법이 양극화의 한쪽 끝을 보호-육성해야”

마지막으로 그의 전문 분야인 영화 산업의 현재 이슈를 물었다. 흥행 양극화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까?

“양극화라는 말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영화계 신진 세력 혹은 약자 보호 시스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도 30년 전에는 신인이었고 제작비 100만 원이 아쉬운 약자였습니다. 그러니 행정과 법이 그 양극화의 한쪽 끝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국회에서 입법으로 양극의 간극을 줄이는 방안들을 고민하고 실현하겠습니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을 활용해 국내 콘텐츠 시장의 성장통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입법 토론회’를 주최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입법 토론회’를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