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 롱리스트가 17일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의 회장 선임 절차가 연이은 풍랑에 흔들리고 있다. 최정우 현 회장의 3연임 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더니, 최정우 회장이 후보 리스트에서 배제된 이후론 후추위 소속 사외이사들의 ‘초호화 해외 이사회 논란’이 보도되며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초호화 이사회 논란과, 그에 따른 배임 혐의는 후추위가 지난해 12월 21일 출범과 함께 공표한 핵심 가치 ‘투명성’과 ‘공정성’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향후 차기 회장 선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15일 경찰은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의 호화 해외 이사회 의혹을 금융수사대로 이첩해서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최정우 회장과 사내·외 이사 등 16명이며, 이번 후추위 소속 사외이사 7명도 대상에 포함됐다.
이사회는 지난해 8월 6일부터 12일까지 5박 7일 일정으로 캐나다에서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 일정에는 약 6억8000만원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규에 따라 포스코홀딩스가 해당 비용을 집행해야 하지만 자회사인 포스칸과 포스코가 각각 3억1000만원, 3억2000만원씩 나눠 냈다는 혐의다.
이사회는 지난 2019년 중국 출장 당시 7일간 백두산 일대를 여행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여행 일정을 제외한 이사회의 중국 일정은 단 하루에 그쳤다고 알려졌다. 해당 비용 역시 자회사인 포스코차이나가 부담했다는 의혹도 존재한다. 이밖에도 일부 사외이사는 업무와 무관한 아르헨티나 살타주 공장 착공식에 회장단과 동행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처럼 후추위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짐에 따라 오늘 발표 예정인 ‘내외부 롱리스트’에도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연임 논란이 있는 최정우 회장을 후보에서 배제함으로써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후추위지만, 이번 사건으로 대외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단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롱리스트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후추위로선 내외부적 여론을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공교로운 시기에 연이어 논란이 터지고 있다. 판을 재편해야 할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일련의 논란에 대해 후추위 측은 지난 13일 “비판하는 취지를 겸허하게 수용해 앞으로 더욱 신중할 것을 다짐한다”며 “다만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엄정한 심사 작업을 진행하는 중요한 시기에 후추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이득을 보려는 시도가 없는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이번 포스코그룹 회장 선출 양상이 지난 KT 대표이사 선출과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3월 구현모 전 회장의 연임 실패 후 윤경림 전 사장을 후보로 올렸다. 하지만 윤 전 사장은 구현모 전 회장의 측근이란 지적과 함께 ‘공정성’ 논란에 시달리다 끝내 사퇴했다. 결국 KT 이사회는 사외이사 전원을 새롭게 구성한 뒤 외부인사인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신규 대표로 선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포스코 후추위가 제시한 내부 인사 중에서도 최 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있기에 롱리스트 발표와 이후 선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후추위는 외부후보에 대한 평판조회 결과까지 취합해 최종 확정한 롱리스트를 오늘 공개하고, 확정된 후보자들에 대해 외부인사 5인으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자문단'에 자문을 의뢰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