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대적 인사를 단행한 SK그룹은 올해 신성장동력 확보에 매진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동안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하며 그룹 안팎의 변화를 지속해 강조해 왔다. 기존 지휘부를 ‘새로운 얼굴’로 교체하는 세대교체를 통해 현재 마주하고 있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처하고, 앞으로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풀이된다.

SK지휘부 전격교체…수펙스 의장 ‘그룹 2인자’에 최창원
최태원 SK그룹은 회장은 2023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하게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 데스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SK그룹이 지난해 단행한 인사의 주요 키워드는 ‘50대 최고경영자 전진배치’와 ‘사촌경영’이다. 2016년부터 10년 가까이 SK그룹을 이끌어 왔던 전문 경영인 부회장단은 모두 2선으로 물러났다. 50대 위주로 그룹 경영진을 재편해 SK그룹을 둘러싼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그림이다.
그룹의 2인자 격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임명됐다. 최창원 부회장은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아들이
다. 업계에서는 최 부회장이 2인자 자리에 오른 것을 두고 SK그룹이 본격적인 ‘사촌경영’에 나섰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2023년 12월 대한상공회의소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그 사람(최 부회장)의 ‘프로페셔널 커리어(직업적 경력)’와 나이, 위치로 보면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최 부회장의 능력을 봐달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창원 의장은 그린 소재와 에너지, 바이오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사업 재편 등에서 경영인으로서 전문성도 인정 받은 인물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의사결정 전반을 조율하면서 신속하게 혁신을 실행할 수 있는 적임자로 최 의장을 낙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박정호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곽노정 단독 대표 체제에 돌입한다. 곽 사장은 위해 우수 인재 확보와 HBM과 DDR5 부문에서 선두 업체로서의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 점유율 격차를 낮출 예정이다. 2차전지 기업인 SK온의 CEO에는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대표가 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이석희 SK온 신임 사장은 복귀해 SK온의 흑자 전환이라는 숙제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앞서 지난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리돼 새롭게 출범된 후 2021년 6880억원, 2022년 1조726억원 등 잇달아 적자를 기록했다. 지동섭 현 SK온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고 수펙스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2023년 12월에 열린 이사회에서는 총 7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됐다. 앞서 언급된 CEO 외 SK㈜ 사장에는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SK실트론 사장에는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이 선임됐다. SK에너지 사장에는 오종훈 SK에너지 P&M CIC 대표가 선임됐다.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기존 조대식 의장이 총괄하던 수펙스 내 투자1·2팀을 SK㈜ 산하 4개 투자센터와 합쳐 SK㈜로 통폐합 및 축소한다. 그동안 계열사 간 중복됐던 투지 기능을 일원화 시킴으로써 신중한 투자를 통해 투자 자산의 미래 가치를 높여가겠다는 해석이다.

BBC 사업 가속화…2026년까지 247조원 투자
SK그룹은 지난 2022년 배터리·바이오·반도체(BBC) 사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꼽고, 2026년까지 24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를 키워 나갈 인재 5만명을 국내에서 채용하겠다는 공격적인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2023년까지 가시화된 투자만 △SK하이닉스 약 10조원 △SK온 7조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 6500억원 △SK E&S 1조2000억원 등에 달한다.
투자 규모가 가장 큰 SK하이닉스는 적자 폭이 줄고 있지만 정보기술(IT) 전방 수요 위축 영향이 워낙 커 2023년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도 2023년 설비투자로 전년 대비 약 50% 가량 늘어난 10조원을 집행한다. 그동안 침체됐던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CES2024에도 그룹사 7개가 총 출동해 넷제로 청사진을 제시한다. SK그룹은 이번 CES에서 공동 전시관을 꾸리고 탄소 감축으로 기후 위기가 사라진 넷제로 세계의 청사진을 테마파크 콘셉트로 선보인다.
최태원 회장은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등 주요 계열사 CEO들과 함께 넷제로-ESG 리더로서의 입지 강화, 경영 성과로 이어지는 친환경 사업과 관련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며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앞서 경영진의 세대교체를 통해 내부 쇄신을 마친 최 회장은 최근 미국과 유럽에 사업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3년 12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있는 SK하이닉스 미주법인을 방문해 HBM 관련 사업 현황을 보고 받았다.
이 기간 동안 최태원 회장은 SK가 투자한 AI 연구개발(R&D) 전문 기업 가우스랩스와 주거용 에너지저장 장치(ESS) 전문 기업 루나에너지 사업장도 방문했다. 미국 일정을 마무리한 이후 그는 독일을 찾아 팀 회트 게스 도이치텔레콤 회장과 글로벌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행해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본사를 찾아 반도체 파트너십 강화 등을 논의했다. 하이 NA EUV 장비를 살피고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지난해 연말 글로벌 경영행보는 올해 새해에도 반도체, AI, 미래에너지 등 그룹 신성장 사업을 직접 챙기고, 앞으로 ‘글로벌 스토리’도 한층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