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 소프트웨어(SW) 등 신사업 분야에 대해 1조원 규모로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일환으로 미래 신사업의 핵심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에 로봇 AI 연구소를 설립한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미래차 시대 신속한 SW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SW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개사는 1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洲)에 설립하는 로봇 AI 연구소에 4억2400만달러(약 5519억원)를 출자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로보틱스 분야에서 AI 역량을 꾸준히 확보해온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로봇 AI 연구소에 소규모 투자할 예정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해 6월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미국 로봇 전문 기업이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각 사별 투자 규모는 현대차 2759억원, 기아 1656억원, 현대모비스 1104억원 등에 달한다. 이에 따른 기업별 신설회사 지분은 현대차 47.5%, 기아 28.5%, 현대모비스 19.0% 등 규모로 기재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나머지 5.0%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가정할 경우 로봇 AI 연구소에 290억원 투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른 로봇 AI 연구소의 전체 기업가치는 5809억원으로 추산된다.
로봇 AI 연구소의 법인명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AI 인스티튜트(Boston Dynamics AI Institute)’로 정해질 예정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창업자이자 전 회장인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가 최고경영자(CEO) 겸 연구소장을 맡아 인재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20년 444억달러에서 연평균 32% 성장해 오는 2025년 177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이 더욱 심화한 수준의 기능을 수행해 용도를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담긴 예측이다. 로봇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AI 기술이 필요하다. 로봇 AI 연구소는 이 같은 업황을 고려해 로보틱스 역량을 지속 강화하고 로봇 기술의 범용성을 극대화하는 연구개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로봇 AI 연구소는 앞으로 차세대 로봇의 근간이 될 기반 기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운동지능, 인지지능 등의 로봇 기술력을 지속 발전시키는 동시에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하고 유효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로봇 기술의 범용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AI 모델도 연구개발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로봇 AI 플랫폼을 판매하는 자체 수익화 모델도 구축할 방침이다.
또 우수 연구인력을 유치하고 다양한 산학연 주체들과 협업해나갈 예정이다. 로봇 AI 연구소가 설립되는 보스턴 케임브리지 지역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하버드대학교 등 유수 대학들을 비롯해 연구기관, 글로벌 주요 테크기업 등이 자리잡은 점은 호재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로봇 AI 연구소는 로봇을 넘어 현대차그룹의 다양한 사업 영역에 인공지능 기술이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라며 “미래 신사업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AI 신기술 연구개발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포티투닷 품어 SW역량 강화
현대차그룹은 국내 설립할 글로벌 SW 센터에 그룹 SW 역량을 강화하는 활동의 주도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글로벌 SW 센터는 이에 따라 향후 SW를 바탕으로 상품성이 좌우되는 ‘SW 정의 차량(SDV)’을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SW에 관련된 역량이 향후 모빌리티 시장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글로벌 SW 센터를 구축해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SW 센터를 구축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국내 자율주행 전문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을 인수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공시에 따르면 현대차 2747억원(55.9%), 기아 1530억원(37.3%) 등 4277억원(93.2%) 현금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을 비롯해 글로벌 SW 센터를 앞세워 그룹 내 역량을 신속하게 결집해 SW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SW 센터는 기존 개발 체계에 의존하지 않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기반으로 과감한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SW 역량을 조속히 확보해 SDV 개발 체계의 조기 정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