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가 내년 IPO(기업공개)를 계기로 삼아 친환경 플랫폼 전문기업으로 전환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맥락에서 그간 주력하던 플랜트사업에 사실상 손을 떼고, 국내외 폐기물 시장에서 ‘빅딜’을 터뜨리고 있다.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을 내건 SK그룹 방침에 따라 친환경 사이클을 일궈내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특히 실적 부침과 늘어나는 부채를 참아내며, 건설기업 이미지 탈피에 힘을 쏟는 중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2일 IPO를 위한 대표 주관사 3곳과 공동 주관사 2곳을 최종 선정했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ㆍ크레디트스위스(CS)증권ㆍ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며, 공동 주관사는 삼성증권ㆍ한국투자증권이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들과 관련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의 상장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글로벌시장 환경에 발맞춰 기존 건설기업에서 벗어나 환경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그림이다.

이 방침에 따라 올해 2월 글로벌 전자전기폐기물(E-Waste) 기업 ‘테스(TES)’를 인수했다. 지난 2020년 환경 플렛폼 기업인 EMC홀딩스(현 환경시설관리)를 인수한 데 이은 두 번째 ‘빅딜’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여 년간 EMC홀딩스를 포함해 9개사를 사들이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이번 인수는 E-waste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는 평가다.

SK에코플랜트는 테스를 품에 안고 ‘업스트림’ 시장을 넘보고 있다. 테스를 통해 폐기물의 소각·매립이 아닌 재활용·재사용하는 영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테스의 주력 부문인 ITAD(IT자산처분서비스)는 스마트폰에 담긴 각종 정보를 완전히 파기한 후 리사이클하는 사업이다. 사용 후 제품이 대상인만큼 정보 보호가 엄격하고 국가별 규제도 복잡해 진입장벽이 높다. 

그런데 테스는 사업 전 분야에 걸친 밸류체인을 확보한 드문 기업으로, 고객사와 높은 신뢰를 구축한 상태다. 총 21개국에서 43개의 처리시설을 운영하는 등 많은 거점을 보유한 점도 특징이다.

또 다른 분야는 이른바 ‘도시광산’으로 알려진 전기·전자 폐기물 리사이클이다. IT기기에서 희귀금속을 추출해 새로운 원자재로 활용하는 게 골자로, 원자개 가격이 급등하는 시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폐배터리를 새로운 배터리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재사용하는 신사업 기회도 적극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가 2020년 진출한 국내 폐기물 시장은 꾸준한 이익 창출이 가능한 ‘캐시카우’로 통했다. 국내외 수주 환경에 따라 실적 희비가 갈리는 플랜트 사업과 달리 환경 플랫폼은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한 분야다. EMC홀딩스의 경우 인수 전인 2019년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는 822억원이었던 데다, 과점 시점이 형성돼 경쟁 요인도 적다.

E-폐기물 시장은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자율주행, 메타버스와 전기차 등 IT사업이 확대되며, 오는 2030년 전후로 본격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E-폐기물 시장 규모가 2020년 500억 달러에서 2028년 1440억 달러로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익 30% '뚝', 부채는 300% '불안'

상장에 안간힘을 내고 있는 SK에코플랜트의 최대 고민은 내부 출혈이다. 대형 인수를 여러 차례 진행한 데다, 주력 사업을 매각하며 실적과 재무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2년 연속 감소세다.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SK에코플랜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1738억원, 11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1.37%, 33.5% 줄어든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2481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는데, 자회사인 TNS를 매객한 금액이 포함됐다.

사업부문별 매출을 살펴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화공 플랜트는 2조4986억원에서 1조7527억원으로 29.85% 감소했다. 산업플랜트는 1조2125억원에서 7520억원으로 27.97% 줄었다. 건축은 1조8840억원으로 전년 2조1086억원으로 11.92% 감소했다. 

신설된 신사업 부문은 기존 사업의 빈자리를 당장 매꾸지는 못했다. 폐기물 처리 매출이 1051억원이 발생했고, 운영관리 부문도 2845억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 안팎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플랜트 부분은 반도체를 제외하고 모두 빠졌다고 보면 된다"라며 "올해부터 인수한 회사들의 실적 성장이 잡힐 듯하다"라고 전했다. 

늘어나는 부채도 골칫거리다. SK에코플랜트의 부채비율은 2021년 기준으로 377.4%를 기록했다. 전년 2020년(386.1%)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경영 안정성을 저해하는 차입금 의존도는 29.2%에서 39.8%로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부채는 6조2665억원이다. 2019년  3조8078억원, 전년 5조0171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용도 저하도 우려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재무적 투자자의 참여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수천억원의 현금 지출이 예상되는 이번 인수로 인해 동사의 재무 부담 증가속도가 가속화될 수 있는 점은 재무 안정성에 상당한 부담 요인"이라면서 "재무부담 완화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후 회사채 정기평가시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