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올해 초 진에어(272450)의 시가총액이 제주항공을 넘어서는 등 국내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코로나19 속에서도 부대사업으로 견고한 수익을 내고 있는데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으로 LCC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으로 관측된다.
진에어 vs 제주항공, 시총 엎치락 뒷치락
25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진에어의 시가총액은 올 1월 들어 세 차례나 제주항공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이달 7일, 8일, 11일 종가기준으로 진에어의 시가총액은 7492억원, 7312억원, 72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날 제주항공은 7065억원, 7065억원, 7018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진에어가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총 주식수가 크게 늘었고 통합 LCC 출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가 크게 뛴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진에어의 주식 매수·매도가가 조만간 제주항공을 넘어설 것이란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진에어는 그간 제주항공에 밀려 만년 2인자로 평가받아왔다. 특히 지난해 3월까지 19개월간 조현민 한진 부사장의 ‘물컵갑질’로 정부의 제재를 받으며 업계 3위인 티웨이항공의 바짝 추격을 겪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진에어의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보이콧 재팬에 이어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국토부의 제재가 해제돼도 위태로울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신규 항공사들의 등장으로 본래의 경쟁력 회복은 물론 미래 생존을 확답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나왔다.
불황 속 사업 다각화 전략 통했다
항공업 전반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진에어는 코로나19 속 저력을 발휘하며 선방하는 모습이다.
특히 사업 다각화로 인한 수익성 제고 효과가 눈에 띈다.
항공화물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탈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지난해 총 8303톤의 화물을 날랐다. LCC 가운데서는 압도적인 물량이다.
2위인 에어부산(6465톤)보다도 2000톤가량 앞서는 수준이다.
진에어는 지난해 10월 LCC 최초로 화물 전용기와 카고 시트 백(여객 좌석에 화물을 고정하는 가방)을 통한 화물 운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24일 인천~방콕, 27일 인천~칭다오에 의류, 전자부품, 마스크 소재 등을 실어 날랐다. 그달 말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의 전자부품 운송까지 성공했다. 진에어는 미주와 유럽까지 운항할 수 있는 대형항공기 B777-200ER를 보유하고 있어 차별화된 화물 운송 서비스가 가능하다.
항공기를 띄울 수 없어 고육지책으로 택한 무착륙 관광비행의 성과도 긍정적이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진에어의 1월 국제선 무착륙 관광비행 탑승률은 1일 37%, 2일 61%, 9일 95%, 16일 43%, 23일 73%를 기록했다. 1일과 2일 공급석이 약 60석 가량 많았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기내식을 컨셉으로 내놓은 가정간편식 지니키친 더리얼이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1만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4분에 1개꼴로 팔린 셈이다. 진에어는 지난해 12월 탑승객만이 아닌 회원이면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몰 지니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합LCC·오너리스크 해소 등에 기대감 ↑
시장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M&A로 통합 LCC의 출범이 예고됨에 따라 진에어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처리 시 진에어 중심으로 흡수 통합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현재 진에어 등 3사의 국내선 점유율은 42.1%, 국제선 점유율은 38.6%로 통합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아울러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는 진에어 28대(대형기 4대 포함), 에어부산 25대, 에어서울 7대 등 총 60대다. 업계 1위인 제주항공(44대)을 넘어서는 규모다. 외형이 커지면 따른 노선 조정, 가격결정력 확보, 리스료와 유류비 절감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조현민 부사장이 ㈜한진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잠재적인 오너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진에어는 국토부의 제재 해제 조건으로 경영문화 개선을 내걸었고, 사외이사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지속 이행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2020년 상장기업 ESG 평가에서 국내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배구조부문 A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풀서비스캐리어(FSC)의 백신 수송으로 화물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기회다. 진에어는 LCC인 만큼 온도 등에 민감한 백신을 운송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기 어렵다. 백신 공급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는 기대라기 어렵다는 말이다. 다만 FSC들의 본격 백신 수송에 따라 넘치는 일반 화물을 진에어가 대신 수송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통합LCC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통합으로 누릴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서다. 일례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에어버스 항공기를 운용하지만 진에어는 보잉 항공기를 사용한다. 활용 기재가 다른 만큼 비용 절감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지역사회와 시민단체 등의 통합LCC에 대한 반발이 거센만큼 방안이나 일정이나 계획이 구체화되고 실현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된다.
진에어 관계자는 “대형 화물 전용기 보유 등 타 LCC가 가지지 못한 강점을 활용해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며 “화물 사업 강화, 국내선 노선 확충, 비용절감, 신규 수익원 발굴 등을 통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