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앞서 사업을 진행했던 분당·평촌에 이어 산본·일산에서도 사업에 관심을 갖는 단지가 속속 나오고 모양새다. 게다가 재건축 규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리모델링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건설사들이 늘어난 가운데, 이들 신도시들도 속속들이 시공사 선정에 나서며 관심이 주목된다.
분당·평촌에서 산본·일산으로 번진 리모델링 열기

먼저, 우륵아파트가 내년초 시공사 선정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에 위치한 우륵아파트는 1994년 준공돼 올해 27년차를 맞은 단지로, 최근 리모델링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30일 우륵아파트 조합에 따르면 지난 9월 진행된 조합창립 총회가 소유자 70.12%의 동의로 진행되면서, 이달 20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우륵아파트 조합측은 내년 2월 총회를 열어 시공사 선정을 진행하고, 2023년에는 사업계획승인과 이주를, 2027년 4월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기존 15개동 1312가구 아파트가 신규 분양 196가구 포함 1508가구로 거듭나게 된다. 주차장 규모도 649대에서 1570대로 확충된다.
단지는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 수평·별동증축 방식을 택했다. 노승만 조합장은 "1기 신도시 중에 평촌, 분당이 선두로 치고 나갔는데 수직 중측 때문에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그런 단지들을 벤치마킹했는데, 수직 중측으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수평별동증축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1기 신도시에선 일찌감치 재건축 사업의 대안으로 리모델링이 주목받았다. 1990년대 지어진 이 지역 아파트들은 대부분 10층 이상의 중층 아파트로, 용적률이 200%가 넘는 반면 건폐율은 높지 않다. 일대가 주거단지인 만큼 재건축은 수익성이 낮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수평 증축해도 채광 등 주거환경을 확보할 있어 서울 노후 단지와는 차이점이 있다.
특히 다른 신도시보다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분당과 평촌신도시는 10여년전부터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됐다. 경기도청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는 10개 단지 가운데 4곳이 사업승인을 신청했는데, 이들 모두가 분당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촌의 경우에도 2곳이 이전 단계인 건축심의 등을 통과한 상태다.
수주고 채우려는 대형건설사도 '기웃'
이런 가운데 후발주자인 군포 산본과 고양 일산에서도 GTX호재가 있는 지역이나 역세권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에 관심을 보이는 단지가 늘고 있다.
산본신도시에서는 입주 27년차 율곡주공 아파트(2402가구)가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를 받은 지 10여일 만에 동의율 50%를 넘어섰고, 내년 시공사 선정을 목표로 조합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산의 경우 장성마을2단지를 시작으로 문촌17단지 등이 사업 추진을 위해 입주자들이 단체를 구성하는 등 의견을 모으고 있다.
1시 신도시의 건축연한이 20년이 넘어가면서 주차시설과 난방설비 등 주거환경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재산가치 상승에 대한 소유자들의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리모델링 '붐'이 일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근 몇년 새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재건축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내년초부터 안전진단과 실거주 기한이 강화되는 등 문턱이 높아지게 된다. 반면 리모델링은 공사기간이 비교적 짧고, 기준 연한도 15년으로 재건축의 절반 수준이다. 안전진단 등급도 기준 C~D등급으로, 재건축(D등급)보다 높다.
시공사 선정의 경우 수의계약 방식이 많았지만, 최근 경기 용인 수지 '현대성우8단지'에는 건설사 2곳이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전통 강자인 포스코건설과 올해 리모델링 전담팀을 구성한 현대건설이다. GS건설도 내년 서울 마포 밤섬현대 시공사 선정이 기대되며, 롯데건설, 대림산업 등도 리모델링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1기 신도시에서도 대형건설사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우륵아파트 노 조합장은 "올해 12월 안에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면서 "입찰 업체는 나중에 확정되겠지만, 현재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 내 메이저 건설사 두 곳과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례 없는 신도시 리모델링···구조상 시장은 커질 것
이처럼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로 사업을 추진해 신규 분양을 진행한 사례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구조적으로 정비사업이 필요한 만큼, 사업 속도가 빠른 분당 등에서 선례가 나오면 기대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사업이 추진되면 인근 아파트와 차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단지들은 이같은 기대감이 반영되며 호가가 오르고 있다. 일례로 우륵아파트 전용면적 58㎡ 아파트는 올해초 3억원 안팎에서 거래됐지만, 지난달 4억500만원에 실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신도시에서는 리모델링이 계속 이슈가 될 것이다"면서 "재건축을 할 수 있는 마땅한 여건이 안 된 상황에서, 건축연한이 20년이 넘어서며 정비가 점점 필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까지 리모델링 선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도 "일단 선례가 나오면 신도시 리모델링 시장의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