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몰랐다. 남녀노소가 게임 하나에 이 정도로 몰두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게임사도 몰랐다. 자신들이 만든 게임의 폭발적인 인기가 믿겨지지 않았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잠재력이 이 정도인 줄은 미처 몰랐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카카오는 발 빠르게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자리 잡았다. 이용자를 충분히 확보하자 추가 서비스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때 주목한 것이 게임 플랫폼 사업이다. 카카오톡 이용자와 게임을 이어주겠다며 게임사를 설득했다.
게임사들은 미심쩍었다. 그 플랫폼에 입점하려면 수수료를 내야한다고 했다. 수익 배분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민 메신저’ 파워는 막강했다. 입점된 게임 몇 개가 엄청난 속도로 이용자를 끌어들이자 게임사 관계자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이 시절 ‘국민게임’이 탄생했다. 애니팡(선데이토즈), 드래곤플라이트(넥스트플로어), 아이러브커피(파티게임즈)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게임들이 이 시대를 주름잡았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이 게임들과 함께 성장했다.
예견된 대성공은 아니었다. “게임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어요. 그런데 이 같은 성공은 회사 내부에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죠.” 넥스트플로어 김석현 디렉터의 말이다. 다른 게임사의 예상도 빗나가기는 마찬가지였다. 빗나가서 행복했다.
일부 게임사는 코스닥 상장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선데이토즈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일각에서는 이 게임사가 상장 이후 성장 동력을 잃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실적은 꾸준히 상승 중이다. 작년에는 144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재작년보다 3배 가까이 규모를 키운 것이다.
이미 레드오션이라고?
국민게임 탄생 이후 3년이 흘렀다. 시장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 당시에도 PC온라인 분야가 강세를 보였고, 지금도 전체 게임 산업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모바일게임 진영은 빠른 속도로 비중을 늘려가는 중이다. 이제는 전체의 20% 점유율을 바라보고 있다.
체감 분위기는 더욱 모바일 중심이다. 모바일게임사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PC온라인 중심 게임사도 구조 개편을 통해 모바일 사업에 무게를 실었다. ‘모바일 퍼스트 시대’가 왔다는 것을 체감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매일 매일 모바일게임이 쏟아지는 시대다. 당연히 유저의 선택을 받는 게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공들여 개발했는데 잊히기는 금방이다. 조심스럽게 ‘레드오션’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물론 잘 버는 게임사는 계속 잘 번다. 넷마블게임즈가 대표적이다.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를 기준으로 5위권 중 4개의 게임이 넷마블게임즈의 것이다. 4위에 오른 웹젠의 뮤오리진만이 틈을 비집고 자리를 잡았을 따름이다.

카카오 게임 플랫폼의 영향력도 예전만큼은 아니라는 평가다. 게임사 입장에서 수익의 21%를 수수료로 내더라도 카카오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은 흥행보증수표를 얻는 일과 같았다. 강력한 마케팅 채널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탈-카카오 바람이 불고 있다. 카카오 플랫폼에 입점한 게임이 많아지면서 홍보효과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게임사 관계자들은 다른 홍보 채널에 마케팅비를 책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전략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국민게임의 신화를 쓴 게임사들은 무르익은 모바일 퍼스트 시대를 어떻게 건너고 있을까. 드래곤플라이트를 개발한 넥스트플로어는 ‘뚜렷한 색깔’에 방점을 찍었다. 이를 통해 견고한 팬덤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색깔을 살리기 위해서는 디렉터의 개성을 살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넥스트플로어가 디렉터 중심으로 개발 공정을 짠 이유다. “새로운 영화가 개봉됐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관객들은 영화사가 아닌 감독을 주목합니다. 게임에서는 감독의 역할이 훨씬 중요합니다.” 김민규 넥스트플로어 대표의 말이다.
현재 넥스트플로어만의 색채가 담긴 게임 3종이 출격 대기 중이다. 프로젝트 K, 크리스탈하츠, 데스티니차일드 등이 그것이다. 드래곤플라이트 후속작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식 출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애니팡 신화의 주인공 선데이토즈는 어떨까. 이들은 여전히 애니팡 시리즈에 몰두하고 있다. 애니팡2는 물론 애니팡 사천성, 상하이 애니팡 등 파생게임이 탄생했다. 시리즈 누적 다운로드는 6000만 건에 육박한다.
애니팡 브랜드의 가치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원소스멀티유즈’는 최근 업계 화두로 떠오른 IP(지식재산권)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길이다. 아직 선데이토즈가 다른 업체와 적극적으로 IP 사업을 추진해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진 않다. 다만 향후 IP홀더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아이러브커피를 탄생시킨 파티게임즈는 2017년까지 게임사 인수에 344억 원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게임즈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 게임사는 다수의 개발 스튜디오를 ‘장착’해서 막강한 생산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파티게임즈 역시도 상장 이후 다소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터닝 포인트를 마련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국민게임 리부트
이 게임사들이 다시 한 번 국민게임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한 일이다. 다른 업체에게도 길은 열려 있다. 다만 ‘국민게임 만들기’도 여느 일과 마찬가지로 노하우가 축적돼야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법이다.
선데이토즈 관계자가 국민게임의 조건에 대해 말했다. “국민게임은 기본적으로 많은 분들이 함께 즐기고 게임의 재미를 공감하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수많은 다운로드와 이용자에 대한 적극적인 고객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게임을 꾸준하게 즐길 수 있는 지속적인 업데이트 역시 중요합니다.”
이어 말했다. “업데이트를 지속하고 확대하기 위한 게임에 대한 연구와 고민도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많은 다운로드에 자만하지 않고 늘 고객들이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을 고민하고 게임을 통해 구현해 낼 수 있어야 할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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