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서영종 기아차 사장·정호승 시인·서세원 씨도 동문
“대륜 생각만 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반기진이란 친구가 오늘 이 자리에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는 마치 내 보호자처럼 자존심 상하지 않게 옷도, 먹을 것도 사줬습니다. 형제 이상의 우애를 나누던 그 친구에게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하는데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메입니다.”
지난 2008년 5월29일 대륜총동창회 정기총회에서 ‘자랑스런 대륜인’상을 수상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수상소감 도중 만감이 교차한 듯 목이 메어 몇 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는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반기진이란 친구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와 관련해 최 위원장은 재경대륜고의 교지 〈재경샛별〉 인터뷰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를 떠올리며 아마 친구도 저 세상에서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며 아직 대륜에 갚아야 할 빚이 많다고 말했다.
1주일에 3일 동창모임 열리기도
학창 시절 추억에 대한 애뜻함이 모교 사랑으로 이어진 신흥 명문이 있다. 대구시 수성구에 자리 잡은 대륜고등학교는 1921년 9월15일 홍주일, 김영서, 정운기 등 세 명의 우국지사가 세운 순수 민족학교다. 88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명문사학답게 각계 각층의 많은 인사를 배출했다.
정치인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만섭 전 국회의장, 윤영탁 국회사무총장, 박종근 의원, 김성조 의원, 유승민 의원이 있다.
특히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임은경 교감은 “학창 시절 어렵게 생활하며 공부했다고 들었다”면서 “후배들과 모교에 대한 사랑이 지극해 장학사업에 관심이 많아 장학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며 현재의 대륜고 장학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고위 공직자로는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 최종흡 국정원 3차장, 이병욱 환경부 차관, 서정석 용인시장과 강현석 고양시장이 있고 김석기 전 경찰청장내정자와 김수정 서울경찰청 차장, 최동해 노원경찰서장, 이상정 마포경찰서장 등도 대륜고 출신이다.
이 외에도 이준승 전 대법관, 김영준 전 감사원장,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을 담당했던 강원일 전 특별검사도 대륜고를 졸업했다.
정부 고위관료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대륜의 인재들은 뻗어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최외홍 삼성벤처투자 사장, 송진철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서영종 기아자동차 사장, 이성희 두산엔진 사장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CEO들이 대륜고를 거쳐갔다.
또한 박종대 전 평화은행장과 황태성 KB은행 서부지역 본부장, 홍세윤 KB투자창업 사장, 김병영 현대증권 강서본부장, 박희성 하나대투증권 강서본부장, 신진호 KTB캐피탈 대표, 박상성 미래에셋 자산운용감사 등 금융권 인사들도 포진돼 있다.
예능인으로는 코미디언 서세원, 탤런트 이원종 등이 있고, ‘2008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미술부문을 받은 서기흔 경원대학교 교수, 정호승 시인도 있다. 특히 정호승 시인의 문학세계에 대륜고 문예반의 영향이 컸다고 알려진다.
김기환 전 KDI원장과 장건상 금융투자협회 상근부회장, 전대열 한국벤처협회 상근부회장, 양재억 한국주유소협회 회장, 이성우 국민대 총장도 대륜고를 나왔다.
스포츠인으로는 한국 스포츠계의 거물로 꼽히는 박성인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과 전 올림픽 국가대표이자 현 체조 국가대표 감독인 이주형 선수가 있다.
현재 수도권 재경동문회에는 5000명의 동창들이 등록돼 있고 성남·용인, 인천·부천, 고양시, 수원시 등의 지역 동창회도 활성화돼 있어 다양한 동창모임으로 함께하고 있다.
최원수 재경동문회 사무처장은 “동창들이 모이면 서로 간의 인사동정도 나누지만 새로 생긴 대륜고 축구부, 후배들 진학률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면서 “어떤 때는 일주일에 3일이나 동창모임이 있던 적도 있을 정도로 응집력이 좋고 서로 간에 정이 끈끈하다”고 전했다.
또한 “올 초 1월9일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신년교례회에는 500명 정도가 모였고, 돌아오는 5월9일에는 잠실보조경기장에서 체육대회도 열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산행은 4시간, 뒤풀이는 7시간
대륜고는 선후배 간의 정이 끈끈하기로 유명하다. 매주 열리는 산행에 평균 150여명이 모이는데, 정작 산행은 4시간인데 뒤풀이가 7시간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서로 간의 정이 끈끈하고 응집력이 강해 모이기만 하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고.
이러한 내리사랑은 후배들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대륜고는 대구 수성시 학군에서 가장 지원율이 높은데 이는 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이 높고 학교 시설이 좋아 이미 명문으로 명성이 자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대륜고등학교는 서울대에만 11명을 배출해 대구, 경북지역에서 진학률 1위를, 인문고에서도 진학률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 인문계 수석도 대륜고에서 배출했다. 대륜고 측은 서울소재 대학에 130여명이 진학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후배들이 서울대에 시험을 보러 갈 때 선배들이 숙소로 찾아와 격려해 주는 전통은 대륜고만의 자랑이다. 해마다 많은 학생들이 서울대에 진학하다 보니 생긴 전통이라고.
이 같은 결과는 학생들과 교직원, 학부모들의 노력과 동창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특히 동문들의 모교 사랑은 학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으로 이어진다. 대륜고에는 인근 학교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인조잔디가 깔려 있는데 동창회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이 지원해 설치했다.
이는 즉각적인 성적 향상으로 나타났는데, 대륜고 축구부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작년에만 전국 선수권대회에서 2번의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또한 대륜고 재경장학재단은 자본금 12억원의 법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년에만 약 1억5000만원이 모교에 지원돼 후배들에게 돌아갔다. 대륜고는 선배가 1계좌를 열어 후배의 한 학년 학비를 내주는 제도가 있는데 1년 학비가 170만원 정도로 적지 않은 금액인데도 작년에만 50계좌가 열렸다.
이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아이디어인데 학창 시절을 어렵게 보낸 만큼 후배들은 돈 걱정 없이 마음껏 공부하게 해주고 싶은 선배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장학금은 체육특기자, 소년소녀 가장 등 형편이 어려운 후배나 특기생에게 돌아간다.
임은경 교감은 “선배들이 장학금을 1계좌씩 후배들에게 지원할 때 선배와 후배가 직접 얼굴을 마주 보며 전달식을 하는데 이 같은 전통이 선후배 간의 정을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지역 서울대 진학률 1위
임은경 교감은 “학생들의 성적이 뛰어나고 학교 시설도 좋아 수성구에서는 학생들의 지원률이 높은 편”이라면서 이 같은 결과는 “수업협의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수업에 참관한 후 선생님들이 다같이 모여 수업 개선에 대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과 학교를 개방해 학교와 지역주민들과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선배들의 지원이 후배들의 높은 대학진학률로 나타나 선배들도 기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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