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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0년 동안 미술계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 간 수없이 많은 질문을 받아왔지만, 그중 가장 으뜸은 “어떤 작가(Artist)를 가장 좋아하세요?”이다. 사실 존경하는 작가는 많다.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승조”라고 답해왔던 것 같다.이승조는 파이프를 연상시키는 조형적 특성의 ‘핵(核, Nucleus)’ 연작을 일관되게 제시하며, 동시대 추상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했다.이승조가 활동했던 1960~80년대의 한국 화단은 동·서양 신구(新舊) 미술문화가 교차하며 한국 현대미술이 형성되어가던 시기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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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운 학고재 큐레이터
2020.05.2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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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있다. “미술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 전설적인 미술학자 에른스트 곰브리치(Ernst Gombrich, 1909-2001)가 한 말이다.수 세기 동안 예술은 소수의 유명한 천재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들은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간직하기 위해, 역사적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신의 언어를 묘사하기 위해, 단순히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예술을 활용해왔다. 다시 말해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은 작품의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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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운 학고재 큐레이터
2020.02.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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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현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흔히 과거의 전통을 완전히 깨트리고 이제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하려는 새로운 미술의 종류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現代)는 더욱더 복잡해졌으며 현대 미술(contemporary art)도 과거의 미술과 마찬가지로 한 시대의 특정한 문제에 대한 반응으로 존재한다.20세기 무렵, 자연 앞에 앉아서 ‘눈에 보이는 대로 그려야 한다’는 단순한 요구에 모순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미술은 나아갈 방향을 잃어버렸다. 미술가들은 실험하기 시작했고, 좋든 싫든 창안자가 되어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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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운 학고재 큐레이터
2019.12.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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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태생에 20세기 현대미술의 전설적인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Marguerite Guggenheim)은 “지금은 창작의 시대가 아니라 수집의 시대다. 우리가 가진 위대한 보물을 보존해 대중에게 보여줄 의무가 우리에게 있지 않은가.”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구겐하임은 제2차 세계대전 전쟁으로 인해 불타 없어질뻔한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 1876-1957),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페르낭 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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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운 학고재 큐레이터
2019.09.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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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박생광(朴生光, PARK Saeng Kwang, 1904-1985)의 대규모 회고전이 지난 5월 28일부터 10월 20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 개막과 동시에 하루 평균 약 1,5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인기몰이 중이다.대구미술관은 2011년에 개관했다. 시립미술관으로는 비교적 역사가 짧은 편이지만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 Kusama Yayoi, b.1929), 장샤오강(張曉剛, Zhang Xiaogang, b.1958) 등 블록버스터급 작가들의 전시를 진행하며 관람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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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운 학고재 큐레이터
2019.08.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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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백남준은 말했다. “사람은 미래가 내일이라고 말한다. '미래'는 지금이다.” 그렇다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는 무엇이며, 현대미술은 무엇일까.안타깝게도 그 개념은 실로 매우 막연하다. 미술에 있어 ‘현대’ 또는 ‘모던(modern, 현대의)’이라는 단어보다 ‘컨템포러리(contemporary, 동시대의)’란 단어가 더 자주 사용된다. 컨템포러리란 ‘최신 유행, 동시, 현재 현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흐름에 몸을 맡긴다’ 등의 깊은 의미를 내포한다. 라틴어 어원을 보면 ‘con(함께)’, ‘tempus(시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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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운 학고재 큐레이터
2019.07.19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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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법학자 로스코 파운드(Roscoe Pound, 1870-1964)는 '법은 안정적이어야 하나, 결코 정지하고 있어서는 안된다.(Law must be stable, and yet it can't stand still.)'라고 했다. 그의 말을 대변하듯 오늘날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신속하게 정착되어 기존의 질서인 양 되어버린다. 이에 따른 사회적 상황의 인식과 그러한 변화의 물결에 늘 관심을 갖고 이를 전향적으로 내지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법이며 법원일 것이다.이러한 막중한 임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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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운 학고재 큐레이터
2019.06.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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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주 용산구 녹사평대로에서 열린 솔로쇼(SOLO SHOW)에 참가했다. 결과적으로 전시는 성공적이었다. 오프닝 날에는 관람객 및 미술 애호가들로 북새통을 이루었고, 비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시 기간 동안에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와주었다. 무엇보다 재밌는 건 기존 아트페어처럼 대형 컨벤션 전시장이 아닌 이태원동 대로변에 위치한 건물 내 수제 맥주집으로 운영되던 공간을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던 화이트큐브 공간은 당연 아니다. 전 세입자가 나가면서 지금은 바닥, 벽, 천장 모두 시멘트가 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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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운 학고재 큐레이터
2019.05.29 1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