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주 용산구 녹사평대로에서 열린 솔로쇼(SOLO SHOW)에 참가했다. 결과적으로 전시는 성공적이었다. 오프닝 날에는 관람객 및 미술 애호가들로 북새통을 이루었고, 비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시 기간 동안에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와주었다. 무엇보다 재밌는 건 기존 아트페어처럼 대형 컨벤션 전시장이 아닌 이태원동 대로변에 위치한 건물 내 수제 맥주집으로 운영되던 공간을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던 화이트큐브 공간은 당연 아니다. 전 세입자가 나가면서 지금은 바닥, 벽, 천장 모두 시멘트가 훤히 드러나 있는 상태로,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활용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솔로쇼는 다양한 미술 전시 공간들이 상호 협력하여 차별화된 미술시장을 만들어 나가고자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작년 10월, 서울시 영천시장 내 철거 직전의 여관을 빌려 행사를 진행한 바 있으며, 그 당시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여기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한 명의 작가만 조명할 수 있고, 참여 부스비가 5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올해는 종이 매체 작업을 주제로 X자 형태의 전시 가벽을 세워 작은 공간을 적극 활용했다. 이런 기획력 덕분에 가나아트갤러리, 갤러리2, 갤러리 신라, 갤러리 조선, 갤러리 플래닛, 갤러리ERD, 백아트,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아트사이드갤러리, 원룸, 의외의조합, 조현화랑, 학고재, P21, Whistle 등 15개 갤러리들이 참여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트페어(art fair)는 여러 갤러리들이 한곳에 모여 미술품을 판매하는 행사로, 1959년 런던 중심 갤러리들이 주축으로 조직된 미술제를 시초로 뽑는다.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다양한 아트페어가 개최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갤러리들의 작품 거래의 미술시장 차원을 넘어서 미술계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거니와 전문적인 기획력이 만나 흥미로운 전시로 재탄생하여 문화향유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수많은 사례들 중 필자는 새로운 전시 콘셉트의 상업 플랫폼을 소개하고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Frieze)의 예술 감독이었던 애비 뱅서(Abby Bangser)에 의해 제작된 ‘오브젝트 & 씽(Object & Thing)’은 현대 및 20세기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어 서로 결합됨을 풀어낸 전시형 아트페어다. 지나칠 정도로 비싸고 고도로 정비된 기존의 아트페어 탈바꿈을 목표로, 올해 5월 미국 브루클린에서 그 처음을 선보였다.

▲ ⓒ오브젝트 & 씽(Object & Thing) 현장. photo by jongheon kim. 최고운 큐레이터

쇼 레이아웃(show layout)은 뉴욕의 세계적인 건축가 라파엘 드 카르데나스(Rafael de Cárdenas)가 맡았다. 미술 작품과 디자인의 ‘만남의 장소’ 다운 흥미로운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먼저 각각의 개성 뚜렷한 작품들 사이에서 유동성을 구축하기 위해 동일한 디자인의 나무 테이블을 설치하였다. 테이블의 높이는 오로지 출품 작품(또는 오브젝트들)에 맞춰 제작되었기 때문에 하나로 통합된 통일성 환경을 제시했다. 이로써 관람객들은 미술 작품과 디자인 상품 사이에서 이질감을 인식하지 못하고 전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오브젝트 & 씽(Object & Thing) 현장. photo by jongheon kim

©오브젝트 & 씽(Object & Thing) 현장. photo by jongheon kim

실속도 잡았다. 주최 측은 참가 업체에게 참여 부스비를 받지 않았다. 대신 각 업체의 매출에서 커미션을 측정하여 지불하는 시스템을 택했다. 덕분에 참가자들은 부스비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행사 기간 내에 모든 판매는 주최 측 전문 판매팀이 이행한다. 이 말인 즉슨 참가 업체의 대표 및 직원은 행사 기간 내에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전적 부담뿐만 아니라 시간적 제약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구도를 구현했다.

이러한 차별화된 시스템 덕분일까? 오브젝트 & 씽(Object & Thing)은 올해의 첫 데뷔임에도 불구하고, 뉴욕 프리드맨 벤다(Friedman Benda), 뉴욕 매튜 막스 갤러리(Matthew Marks Gallery) 등 32 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 ⓒ오브젝트 & 씽(Object & Thing) 현장. photo by jongheon kim. 최고운 큐레이터

현대사회에서 전통적인 관례를 깨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은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요구된다. 기존의 미술계가 갖고 있던 여러 가지 의미로서의 폐쇄성은 대중들에게 미술의 문턱을 높이는데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의 경제 시스템은 직장인의 지갑에서 나오는 화폐가 어디에 사용될 것인지를 감안해 짜여 있다. 다시 말해 핵심은 대중성이다. 그간의 미술시장의 한계에 도전하고 실험하는 시도들이 다양한 예술 활동으로 확장되어 컬렉터 및 수집가, 관람객들에게 개방될 때에 풍성하고 높은 문화 수준으로 향유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21세기 글로벌인 이지 아니한가.

▲ ⓒ오브젝트 & 씽(Object & Thing) 현장. photo by jongheon kim. 최고운 큐레이터

◾ 최고운 학고재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