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삼양식품·SPC그룹 모두 오너 3세를 전면 배치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과 ‘미래 사업 체질 개선’을 위한 경영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다. 다만 초고속 승진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들의 실질적인 성과 입증이 향후 경영 과제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 3세’ 신상열, 신사업 발굴 본격화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 21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신상열 미래사업실장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지난해 전무로 오른 지 1년 만의 초고속 승진이다.
신상열 부사장은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의 손자다. 1993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9년 농심 경영기획실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2021년 말 구매담당 상무로 승진했고, 2024년 하반기 인사에서 전무로 선임됐다. 올해부터는 새롭게 신설된 ‘미래사업실’에서 실장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신사업 발굴, 글로벌 성장 로드맵 설계, 투자·M&A(인수합병) 등 농심의 미래 방향을 총괄하고 있다.
이번 승진은 농심이 오너 3세를 중심으로 한 미래 경영 체제 구축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농심은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매출 7조3000억원, 영업이익률 10%, 해외 매출 비중 61%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사업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7대 핵심 국가사업에서 면류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스낵 사업을 제2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이 가운데 신 부사장이 ‘비전 2030’ 실현에 앞장설 것이란 분석이다.
농심 관계자는 “비전 2030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래사업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번 승진도 그러한 흐름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성과 인정받은 ‘삼양식품 3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역시 이달 17일 정기 임원인사에서 오너 3세인 전병우 최고운영책임자(COO) 상무를 전무에 올리고, ‘해외 사업’과 ‘신사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겼다.
1994년생인 전병우 전무는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 고(故) 전중윤 삼양식품 회장의 손자이다. 신상열 농심 전무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2019년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해 1년 만에 이사로 승진하며 임원에 합류했다. 이후 2023년 10월 상무로 승진했으며, 불과 2년 만에 전무 자리까지 올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그간 전 전무가 ‘불닭 브랜드 글로벌 프로젝트’와 ‘해외사업 확장’을 총괄하며 가시적 성과를 쌓아온 점을 인정받았다”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 자싱공장 설립을 주도해 해외 성장 동력을 마련한 데 이어, 코첼라(COACHELLA) 등 글로벌 마케팅과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불닭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전 전무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불닭 브랜드의 인지도를 굳히고,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등 그룹의 중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실제 최근에는 불닭 이후의 차세대 성장 브랜드로 육성 중인 신규 브랜드 ‘맵탱’ 기획과 단백질·헬스케어 신사업 논의에도 참여하며 그룹의 성장축 다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SPC도 3세 경영 전면 배치해 혁신 드라이브

SPC그룹 또한 이달 4일 허영인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인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차남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1977년생인 허진수 부회장은 파리크라상의 최고전략책임자(CSO)와 글로벌BU(Business Unit)장으로 파리바게뜨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해왔고, ‘SPC 변화와 혁신 추진단’ 의장을 맡고 있다. 올해 7월 출범한 ‘SPC 변화와 혁신 추진단’은 그룹의 쇄신과 변화를 위한 대표 협의체로, 안전경영·준법경영 등 그룹의 주요 과제 해결 방향을 제시하고, 각 사 대표 협의체에 개선 방안을 권고한다. 허 부회장은 SPC그룹의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이해 관계자의 신뢰 회복을 위한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1978년생으로 허 부회장과 연년생인 허희수 사장의 경우 비알코리아의 최고비전책임자(CVO)로서 배스킨라빈스와 던킨의 혁신을 주도하고, 글로벌 브랜드 도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등 신사업 추진을 이끌어 왔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표 멕시칸 푸드 브랜드 ‘치폴레’의 국내·싱가포르 도입을 성사시켰다. 앞으로도 허 사장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미래 사업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CEO 중심의 책임경영 체계를 강화해 주요 경영 현안과 안전에 대한 실행력과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라며 “새로운 리더십으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연말 인사를 기점으로 사실상 국내 식품기업에 ‘오너 3세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초고속 승진을 둘러싼 우려의 시선도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실질적 성과를 보여 리더십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K푸드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는 오너 3세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혁신 리더로 자리매김할지, 승계 논란을 지속적으로 안게 될지는 향후 몇 년간의 성과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