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환율 안정을 논의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24일 출범시키고 첫 회의를 열었다.
이달 1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연금과 수급 안정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지 열흘 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다시 상승해 1480원에 근접했다.
기재부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은 공동 메시지를 통해 4자 협의체의 첫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회의에는 외환시장과 국민연금 업무를 맡는 각 부처의 1급과 국장급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부처는 회의 취지에 대해 "국민연금 해외 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첫 회의에서 구체적 방안이 도출되지는 않았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이날 회의는 킥오프 회의"라고 말했다. 당국은 25일에도 회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협의체가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시점과 물량 조정 방안을 다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환율이 장기 평균을 벗어날 경우 해외 자산의 최대 10% 범위 내에서 전략적 환헤지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
시장에서는 발동 기준을 원달러 환율 1480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환헤지가 실행되면 외환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올해 초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실시했을 당시 원달러 환율은 하루 동안 약 20원 하락했다.
국민연금은 당시 환헤지 물량을 일시에 투입하는 대신 수개월에 걸쳐 분할 방식으로 시장에 풀었다. 외환당국과 환헤지 시점·물량을 협의하게 되면 변동성 완화라는 환헤지의 목적을 유지하면서 외환시장 안정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제기된다.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이 체결한 650억달러 규모 외환스와프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스와프 계약은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시 달러를 시장에서 조달하는 대신 외환보유액에서 조달하도록 해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는 장치이며 올해 말 종료된다.
아울러 현재 14.9% 수준인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방안도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적 자산 배분의 ±3%포인트와 전술적 자산 배분의 ±2%포인트를 활용해 국내 주식 보유 비중 상단을 19.9%까지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한 내년 기금운용위원회에서 2030년까지 매년 약 0.5%포인트씩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자산배분 계획 재검토도 논의될 수 있다. 국내 주식 비중이 늘면 해외 비중이 낮아져 국민연금의 달러 환전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투자 전략을 변경하는 데 대해 기관 내부 반대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국민연금 수익률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외환시장 안정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중점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가 외환당국과의 협조 체계를 구성한 자체가 정부의 환율 안정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환율 대응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며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면밀한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정부의 발표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지속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 거래일 대비 1원50전 오른 1477원10전에 마감했다. 4월 9일 기록한 1484원10전 이후 7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한편 정부가 이처럼 국민들의 노후 안전판인 국민연금을 외환시장 대응에 동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환율 상승의 요인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속에서도 자본이 지속 유출되는 구조적 문제, 한미 금리 역전 장기화, 확장 재정 정책, 대미 투자 확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 해외 투자 증가 등을 지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연금 활용 같은 미봉책이 아니라 노동시장 유연화와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활력 제고, 기업의 국내 투자 유도 등을 통한 생산성과 경쟁력 강화에 더 집중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