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 1년 내내 온화한 태평양의 바람이 부는 곳이지만 지난 11일과 12일(현지시간) 퀄컴 본사 캠퍼스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팽팽했다. 인텔과 AMD가 수십 년간 철옹성처럼 지켜온 x86 기반의 PC 시장 패권에 대해 모바일의 절대 강자 퀄컴이 기술적 선전포고를 날리는 스냅드래곤 X 시리즈 아키텍처 딥다이브 2025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퀄컴은 전 세계 미디어를 자신들의 심장부인 엔지니어링 랩(Lab)으로 초대했다. 이를 바탕으로 40년간 모바일이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연마해 온 저전력 고성능 DNA를 PC라는 거대한 캔버스에 어떻게 이식했는지, 그리고 왜 지금이 AI PC의 골든타임인지를 증명하기 위해 모든 문을 열어젖혔다.
게이밍의 아킬레스건이었던 호환성 문제부터 80 TOPS에 달하는 NPU의 실제 구동 능력, 그리고 소름 돋을 정도의 정숙함을 보여준 무향실 테스트까지. 기존 PC 시장의 문법을 철저히 파괴하고 퀄컴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PC를 재정의한 그 치열했던 이틀간의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게이밍, 불신(不信)의 벽을 넘다
ARM 아키텍처 기반 PC 프로세서의 윈도우 생태계 진입에 있어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게임 호환성 문제. 그 중심에는 에뮬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주는 성능 저하와 불안정성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퀄컴은 이 불신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11일 딥다이브 현장에서 만난 카를로스 도밍게즈(Carlos Dominguez) 퀄컴 게임 개발자 기술 리드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퀄컴 내부의 스냅드래곤 게임 스튜디오를 이끌며 쇼케이스용 데모를 직접 제작하고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해보는, 말 그대로 최전선의 야전사령관이다.
"특히 게임에 관해서는, 에뮬레이트된다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도밍게즈 리드의 첫마디는 도발적이었다. 그는 에뮬레이션이라는 용어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며 기술적 팩트를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PC 게임은 AI, 물리 연산 등 CPU 로직과 파일 로드, 윈도우 API, 그리고 화면을 그리는 그래픽 작업(GPU)으로 구성된다.
"우리가 생태계를 활성화한 방식은 모든 윈도우 API 라이브러리와 모든 그래픽 호출이 기본적으로 네이티브라는 데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대부분 GPU에 부담이 걸리는(GPU-bound) PC 게이밍 시나리오에서는 사실상 네이티브로 실행되고 있는 셈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에뮬레이트되는가? 도밍게즈 리드는 "전체 다이어그램에서 에뮬레이트되는 유일한 것은 CPU 게임 로직의 첫 번째 패스(first pass)뿐이며, 이것이 번역되어 영구 캐시에 저장된다"고 설명했다. 게임의 특성상 작업은 매우 예측 가능하고 주기적이다. 프레임을 준비하고, 렌더링하고, 제출하는 과정의 반복이다.



즉 2~3 프레임만 플레이해도 대부분의 실행 경로는 이미 캐시된다. 초반의 아주 짧은 번역 과정을 거치면 이후에는 캐시된 경로를 통해 네이티브에 준하는 성능을 낸다는 논리다.
물론 성공은 공짜로 오지 않았다. 도밍게즈 리드는 지난 3년간의 사투를 회상했다. 첫 번째 장애물은 커널 드라이버, 특히 커널 안티 치트(Kernel Anti-Cheat) 문제였다. 에뮬레이터는 유저 모드 코드만 처리할 수 있는데, 이지 안티 치트(EAC) 같은 솔루션은 보안을 위해 커널 레벨에서 작동했기 때문이다. 안티 치트 프로그램이 "이건 내가 아는 드라이버가 아니다"라며 게임 실행을 차단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해결책은 정면 돌파뿐이었다. 퀄컴은 모든 서드파티 상용 안티 치트 솔루션 업체와 협력하며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그 결과 포트나이트, 기어스 오브 워 리로디드,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등 주요 인기 게임들이 지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핵심은 개발자의 수고를 덜어주는 것이었다. 게임 전체를 다시 빌드할 필요 없이, 안티 치트 모듈을 실행하는 부트스트래퍼 파일만 수정하면 되도록 만들었다.
두 번째 산은 AVX(Advanced Vector Extensions) 명령어 세트였다. 10년 넘게 PC 업계 표준으로 쓰인 이 고속 벡터 연산 명령어를 최신 게임들이 필수로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초기 에뮬레이터는 실행조차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퀄컴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고 AVX 지원 에뮬레이터를 배포하며 이 문제를 해결했다. 현장에서는 고사양 게임의 대명사 사이버펑크 2077이 1080p 해상도에서 60 FPS로 부드럽게 돌아가는 모습이 시연됐다. 도밍게즈 리드는 "이제 AVX 시뮬레이션은 더 이상 이슈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단순 실행(Just run)을 넘어 더 잘 수행(Perform better)하는 단계로의 진입. 퀄컴은 평균 FPS라는 숫자의 함정에도 주목했다. 평균 프레임은 높지만 순간적인 끊김(Stuttering)이 발생하는 오버워치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소프트웨어 스택 전반을 개선했다. 그 결과 오버워치는 이제 120 FPS로 실행되며, 하위 1% 프레임도 100 FPS 이상을 방어하는 쾌적한 게임으로 재탄생했다.
이 모든 과정 끝에 퀄컴은 역설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개발사들에게 "굳이 네이티브로 포팅하지 말라"는 것이다. 에뮬레이션 성능이 이미 충분하고, 개발자들의 귀한 시간을 뺏고 싶지 않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물론 전력 효율 등을 위해 네이티브를 원하는 개발사를 위해서는 유니티, 언리얼 엔진과 협력해 완벽한 지원 사격을 준비해뒀다.

성능의 증명, 4000점의 벽을 넘다
퀄컴은 차세대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X2 시리즈의 실성능 데이터도 대거 공개하며 하드웨어 성능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공개된 벤치마크 데이터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최상위 모델인 X2 엘리트 익스트림(X2E-96-100)의 압도적인 연산 능력이었다. 18코어를 탑재한 이 칩셋은 긱벤치 6.5 버전 기준 싱글코어 4,042~4,077점, 멀티코어 2만3,408~2만4,206점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달성했다.
특히 싱글코어 4,000점 돌파는 모바일 기반 아키텍처가 이제 데스크톱 수준의 단일 작업 성능을 완전히 따라잡았음을 시사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멀티코어 2만 4,000점대 역시 경쟁사의 최신 x86 프로세서 및 애플 실리콘 최상위 모델과 대등하거나 상회하는 수준이다.
라인업 간의 확실한 급 나누기도 눈에 띄었다. 18코어 일반 모델인 X2 엘리트는 싱글 3,800점대, 멀티 2만 점대로 허리를 담당했고, 보급형인 12코어 모델은 멀티코어 1만 6,000점대를 기록했다. 특히 3D 렌더링 성능을 측정하는 시네벤치 2024에서는 익스트림 모델이 보급형 대비 60% 이상의 성능 격차를 보이며, 전문가들을 위한 확실한 선택지를 제시했다.
반면 AI 성능만큼은 평등했다. NPU 성능을 측정하는 긱벤치 AI 테스트 결과, 최상위 모델과 하위 모델 간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이는 온디바이스 AI와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같은 핵심 기능을 보급형 모델 사용자도 차별 없이 누리게 하겠다는 퀄컴의 전략적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수리아 치틸루리 퀄컴 제품 관리 디렉터는 현장에 배치된 기기들에 대해 "직접 벤치마크를 돌려봐도 좋고, 전원 케이블을 뽑은 상태(Unplugged)에서 테스트해도 좋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과거 제조사들이 최적화된 특정 환경에서만 점수를 공개하던 관행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실제 사용 환경, 심지어 배터리 모드에서도 성능 저하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의지였다.

전력 효율, 퀄컴의 강박적 DNA
스냅드래곤 X 시리즈가 보여주는 이 놀라운 성능의 이면에는 전력 효율에 대한 퀄컴의 집요한 강박이 숨어 있다. 실제로 전력 최적화 랩(Power Lab)은 그 집착의 결정체였다.
발표를 맡은 카우시크 칼리타(Kaushik Kalita) 퀄컴 엔지니어링 시니어 디렉터는 "퀄컴의 DNA는 전력 최적화와 절감 그 자체에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업계 표준인 프로키온(Procyon) 배터리 테스트만으로는 엔지니어링 단계의 미세한 튜닝이 불가능하다며, 퀄컴이 자체 구축한 전력 최적화 시스템을 공개했다.
현장에 전시된 시스템은 일반 메인보드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100개 이상의 전력 레일(Power Rail)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고도화된 계측 장비였다. CPU, GPU는 물론 NPU, 저전력 아일랜드 등 칩 내부의 거의 모든 구역에 전력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현미경처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시연은 인상적이었다. 시스템이 엑셀, 파워포인트 등 오피스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실행하자 모니터의 파형이 춤을 추듯 움직였다. 칼리타 디렉터는 "단순한 그래프가 아니라, 각 시나리오에서 어떤 코어가 활성화되어야 하는지, 적정 전력량은 얼마인지 즉각 파악해 낭비되는 전력이 제로(0)가 되도록 튜닝한다"고 강조했다.
최적화는 칩이 실물로 나오기 전인 프리 실리콘 단계부터 시작해 기본 전력, 기술 대시보드, 배터리 수명 시나리오라는 3단계의 검증을 거친다. 칼리타 디렉터는 "우리는 저전력을 지향하지만 성능 희생은 용납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극한으로 최적화해 놓는 것이야말로, 완제품이 경쟁사를 압도하는 배터리 수명을 갖게 되는 비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다른 랩에서는 로봇팔 수십 대가 노트북을 끊임없이 열고 닫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밀란 플라브시치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단순 내구성이 아니라, 화면이 켜지고 시스템이 구동되는 찰나의 순간 전력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소모되는지를 0.0001초 단위로 측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퀄컴은 이러한 테스트 랩을 전 세계에 운영하며 24시간 멈추지 않는 검증 체제를 갖추고 있다.

AI의 미래, NPU가 주도하는 온디바이스 혁명
퀄컴 본사 랩투어 현장에서 카우시크 칼리타 디렉터는 헥사곤 NPU를 통해 클라우드 서버 없이 노트북에서 초거대 AI 모델을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선언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인도 AI 스타트업 사르밤 AI와 협력한 거대 언어 모델(LLM) 시연이었다. 240억(24B) 파라미터에 달하는 이 초대형 모델은 힌디어를 포함한 10개 인도 언어로 미세조정된 것이 특징이다. 엣지 기기에서 돌리기 불가능해 보였던 이 모델을, 퀄컴은 NPU 최적화를 통해 초당 약 17토큰을 생성하는 속도로 구동해 냈다. 인터넷 연결 없이 복잡한 힌디어 문서를 영어로 요약하는 동안, 작업 관리자의 NPU 그래프는 치솟았지만 CPU는 평온했다.
두 번째 시연은 하이브리드 AI의 청사진을 보여줬다. 콴타(Quanta)의 2-in-1 태블릿을 활용한 시연에서 기기는 질문의 난이도에 따라 스스로 판단을 내렸다. "AI가 왜 중요한가?" 같은 일반적인 질문에는 온디바이스 모드로 NPU를 사용해 답했고, "두 개의 행렬을 곱하는 파이썬 코드를 짜줘" 같은 복잡한 연산 질문에는 즉시 클라우드 모드로 전환해 서버의 힘을 빌렸다.
칼리타 디렉터는 "보안이 필요한 문서는 기기 내에서 처리하고, 큰 연산은 클라우드를 쓰는 유연함이 하이브리드 AI의 핵심"이라며 "얇은 태블릿에서도 낮은 전력으로 강력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분산형 AI 기술도 소개됐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같은 모바일 기기의 AI 작업을 PC로 넘겨 처리하는 개념이다. 시연자가 스마트폰으로 PDF 문서를 불러와 질문하자, 가방 속에 있던 노트북의 NPU가 깨어나 문서를 분석하고 답을 스마트폰으로 보내줬다. PC가 개인용 AI 서버가 되는 셈이다.
창작 영역에서도 NPU의 활약은 눈부셨다. 토파즈 랩스와 협업해 텍스트를 비디오로 변환하고 이를 4K로 업스케일링하는 과정, 넥사.ai와 협력해 캘린더 이미지를 분석하고 음성 질문에 답하는 과정 모두가 온디바이스 NPU에서 매끄럽게 처리됐다. 퀄컴은 "개발사들의 모델이 출시 첫날부터 최적화된 상태로 구동되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생태계 확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오감(五感)의 혁신, 보고 듣는 방식을 바꾸다
AI와 연산 성능뿐만이 아니었다. 퀄컴은 PC의 눈과 귀에 해당하는 카메라와 오디오 기술에서도 모바일의 노하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안드레 셰브치우 퀄컴 어쿠스틱 부문 시니어 디렉터가 안내한 무향실(Anechoic Chamber)은 기묘한 공간이었다. 16개의 스피커가 사방을 둘러싸고 중앙에는 사람 형상의 헤드 앤 토르소 시뮬레이터(HATS)가 놓여 있었다. 문이 닫히자 세상의 소음이 단절된 듯한 정적(10~15 dB SPL)이 흘렀다. 이곳에서 퀄컴은 팀즈, 줌 같은 통신 플랫폼의 통화 품질을 극한의 조건에서 테스트한다.
이어 진행된 오디오 데모 룸에서는 디팍 쿠마 엔지니어가 개인 음성 분리(Personal Voice Call)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의 핵심은 CPU나 고성능 NPU를 쓰지 않고, 초저전력 아일랜드인 센싱 허브(Sensing Hub)와 마이크로 NPU만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시연자가 기능을 켜자, 바로 뒤에서 동료들이 떠드는 시끄러운 잡담 소리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발표자의 목소리만 선명하게 들렸다. 기능을 끄자마자 시장통 같은 소음이 쏟아져 들어왔다.
쿠마 엔지니어는 "기존 솔루션은 키보드 소리는 지워도 다른 사람의 말소리(간섭 화자)는 못 지웠지만, 우리는 해냈다"며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변해도 AI가 정확히 인식하며, 전력 소비는 밀리와트 단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카메라 랩에서는 8K 비디오 재생과 편집 성능이 공개됐다. 요게시 말호트라 엔지니어는 스냅드래곤 X2 엘리트로 8K 영상 2개를 동시에 매끄럽게 재생해 보이며, 버벅대던 이전 세대와의 차이를 증명했다. 또한 애플의 프로레스(ProRes) 코덱을 정조준한 APV(Advanced Professional Video) 코덱 가속을 시연하며, 화질 저하 없이 파일 크기를 10% 줄이고 렌더링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인 성과를 과시했다.
ISP(이미지 신호 프로세서)를 활용한 카메라는 스마트폰급 화질을 PC로 가져왔다. 데니스 리우 엔지니어는 "짧은 노출과 긴 노출을 동시에 캡처해 합성하는 HDR 기술로 저조도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적외선(IR) 카메라를 이용한 보안 안면 인증은 사진이나 마스크를 이용한 스푸핑 시도를 원천 차단하며, 1초 미만의 빠른 잠금 해제 속도를 보여줬다.

보안과 확장성, 산업 현장까지 넘보다
보안 세션에서는 스냅드래곤 가디언(Snapdragon Guardian) 기술이 공개됐다. 아디트야 수사리아 담당은 "이 기술은 메인 OS와 독립된 RISC-V 프로세서로 작동하기 때문에, PC가 꺼져 있거나 윈도우가 먹통이 돼도 살아있다"고 설명했다.
시연자가 분실 상황을 가정해 위치 찾기를 실행하자, 꺼진 노트북의 4G 모뎀이 기지국과 와이파이를 삼각 측량해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관리자는 원격으로 노트북을 잠그거나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Wipe)할 수도 있었다. 특정 지역에서만 앱 실행을 허용하는 지오펜싱 기능도 기업 보안 담당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마지막으로 퀄컴은 산업용 IoT 브랜드 드래곤윙(DragonWing)을 론칭하며 PC 기술의 영토 확장을 선언했다. 핵심 제품인 IQ-X는 스냅드래곤 X 엘리트의 산업용 버전으로, 영하 40도에서 영상 105도까지 견디는 내구성을 갖췄다.
아난드 벤카테산 디렉터가 선보인 데모는 인상적이었다. 하나의 칩셋이 공장 컨베이어 벨트를 제어하는 실시간 PLC 역할과, 불량품을 잡아내는 AI 비전 검사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그는 "기존에는 두 개의 장비가 필요했던 일을 하나로 통합해 비용과 공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로봇이 PCB 기판을 옮기고 카메라가 결함을 찾아내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스냅드래곤 칩 위에서 오차 없이 돌아갔다.




x86의 겨울, 그리고 스냅드래곤의 봄
퀄컴은 스마트폰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즉각적인 반응성, 하루 종일 가는 배터리,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는 통신, 그리고 똑똑한 AI 비서를 PC에 이식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x86 아키텍처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발열, 전력 소모, 무거운 무게라는 난제들을 자신들의 방식인 모바일 DNA로 풀어냈다.
게이밍의 장벽은 무너졌고, 성능은 데스크톱을 위협하며, 전력 효율은 경쟁자를 압도했다. 여기에 NPU를 중심으로 한 AI 생태계 선점은 x86 진영에 뼈아픈 일격이 될 전망이다.
샌디에고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퀄컴은 선언했다. 전원 플러그에 묶여있던 PC의 시대는 끝났다고. 그리고 사용자의 내면의 독백까지 이해하는 진정한 AI PC의 시대가 스냅드래곤과 함께 시작됐다고 말이다. 40년 x86 제국의 독주가 멈추는 소리가 샌디에고에서부터 들려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