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대신해 행동하는 AI, 그것이 바로 에이전틱 AI(Agentic AI)이며 이를 위해서는 PC가 24시간 깨어 있어야 합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X 시리즈 아키텍처 딥다이브 2025'는 40년간 도구에 머물렀던 PC(Personal Computer)의 개념이 능동적 비서로 진화하는 변곡점이다.
퀄컴은 이날 모바일에서 축적한 DNA를 PC에 이식하며 x86 진영이 주도해 온 기존 컴퓨팅 문법의 파괴를 선언했다. 이번 행사를 관통하는 5가지 핵심 키워드를 통해 퀄컴이 그리는 PC의 미래 트렌드를 짚어본다.

에이전틱 AI "인지를 넘어 행동으로"
이번 행사의 최대 화두는 단연 '에이전틱 AI'였다. 그리고 퀄컴은 AI의 진화 단계를 인지(Perceptive), 생성(Generative)을 거쳐 '행동(Agentic)'으로 정의했다.
우펜드라 쿨카르니 퀄컴 제품 매니지먼트 부사장은 "생성형 모델은 결과물을 만들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 당신을 대신해 행동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목표만 주면 오케스트레이터 에이전트가 작업을 분해하고 캘린더, 이메일 등과 협력해 스스로 작업을 완수하는 것이 에이전틱 AI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PC가 사용자의 명령을 기다리는 수동적 기계에서,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백그라운드에서 미리 준비하는 지능형 파트너로 거듭남을 의미한다. 루시안 코드레스쿠 기술 부사장은 이를 "기계의 지속적인 내면의 독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올웨이즈 온 "잠들지 않는 PC의 탄생"
에이전틱 AI를 구현하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은 '상시 구동(Always-on)'이다. 사용자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PC가 꺼져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퀄컴은 이를 위해 메인 CPU가 아닌 초저전력의 '올웨이즈 온 서브시스템'을 도입했다. 파라그 아가시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이를 두고 "PC가 잠자고 있을 때도 센싱 허브와 마이크로 NPU는 항상 살아있다"고 설명했으며 케다르 콘답 수석 부사장은 기존 방식에 대해 "모기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대포를 쏘는 격"이라며 비효율성을 꼬집기도 했다.
퀄컴의 새로운 설계는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면서도 사용자의 호출이나 접근을 즉각 감지해 메인 시스템을 깨우는 모바일 DNA의 정수다.
80 TOPS의 평등 "AI 경험의 보편화"
경쟁사들이 프로세서 등급에 따라 AI 성능을 차별화하는 것과 달리, 퀄컴은 스냅드래곤 X2 전 라인업에 동일하게 80 TOPS(초당 80조 회 연산) 성능의 NPU를 탑재하는 강수를 뒀다.
콘답 수석 부사장은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서로 다른 가격대에서도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어떤 가격대의 제품을 사더라도 같은 수준의 AI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며 AI 기능을 특정 프리미엄 제품의 전유물이 아닌 보편적인 경험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개발자들이 하드웨어 제약 없이 혁신적인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Headroom)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적 결단이다.
이종 컴퓨팅 "기술의 오케스트라"
퀄컴은 고성능 CPU 하나가 모든 짐을 지는 구조를 거부했다. 대신 CPU, GPU, NPU, ISP 등 각 프로세서가 가장 잘하는 일을 나눠 맡는 '이종(Heterogeneous) 컴퓨팅'을 완성했다.
콘답 수석 부사장은 이를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며 "지휘자의 통제하에 모든 악기가 최적의 연주를 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오라이온(Oryon) CPU는 내부에 AI 가속을 위한 매트릭스 엔진을 직접 내장했다.
프라딥 카나파티필라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CPU 명령어 스트림에 완전히 통합되어 있다"며 CPU가 처리하는 작업 흐름 속의 작은 AI 연산까지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된 칩 레벨의 혁신을 강조했다.
타협 없는 효율 "주행 거리 불안감 해소"
마지막 키워드는 전력 효율성이다. 퀄컴은 고성능 작업 시 배터리가 급격히 소모되는 이른바 '주행 거리 불안감(Range Anxiety)'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가이 테리엔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실제 시스템 전력 소모를 반영한 'INPP(Idle Normalized Platform Power)'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전원 코드를 뽑았을 때도 성능 저하가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스냅드래곤 X2는 18코어라는 다코어 구조를 통해 낮은 전력에서도 작업을 효율적으로 분산 처리하며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를 입증했다.
파라그 아가시 수석 부사장은 "저전력은 우리의 DNA"이라 말하기도 했다. 성능을 위해 배터리를 희생하던 시대의 종말을 고하며 윈도우 PC 시장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