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7 에어와 갤럭시 S25 엣지 스텝이 꼬였다. 디자인 차별화, 세련됨과 프리미엄 감성 등을 어필하며 두꺼운 휴대전화에서 탈피하고자 했었으나 베이퍼 챔버를 비롯한 발열 이슈를 잡지 못하며 힘을 쓰지 못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제조사들의 전략적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컨슈머 인텔리전스 리서치 파트너스(CIRP)는 지난 9월 기준 전체 아이폰 판매량 가운데 아이폰17 에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3%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대세로 떠오른 eSIM 등 혁신을 이끌기 위해 많은 비중을 투자했지만 큰 실패를 겪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 애플 수석 제품 매니저 제이슨 퍼디는 “아이폰17 에어의 성능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얇게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고 말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삼성도 지난 8월 기준 ‘갤럭시 S25 엣지’의 3개월치 판매량이 131만대로 ‘갤럭시 S25 플러스(505만대)’ 대비 74%가 적어 S26 시리즈 합류도 불투명하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문제는 마찬가지로 배터리와 발열이라는 지적이다.

핫팩? 휴대전화?…원인은 두께와 동시에 얇아진 베이퍼 챔버

베이퍼 챔버. 사진=삼성전자 서비스센터
베이퍼 챔버. 사진=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초박형 스마트폰에서는 베이퍼 챔버가 0.2~0.5mm 수준으로 기존보다 훨씬 얇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는 0.4mm~0.7mm 전후 두께가 가장 일반적이며, 고성능·대형 모델(특히 게이밍폰, 태블릿 등)은 1mm 이상 베이퍼 챔버가 사용되는 사례도 있다.

특히 두께가 얇아질수록 방열 효율(열 확산·저장 용량)은 물리적으로 감소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는 더 큰 열 관리 부담이 생긴다.

이때 발열을 잡아주는 베이퍼 챔버가 얇아지면 내부 냉매량과 증발·응축 표면적 자체가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인공지능(AI), 고성능 게임 등 과도한 연산 순간 열 폭주 상황에서 열을 빨리 퍼뜨리거나 저장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가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갤럭시 S25 엣지에는 플러스 모델보다 10% 이상 더 넓은 베이퍼 챔버가 들어갔다고 알려졌다.

생산 현장에선 최신 플래그십의 냉각은 두께의 싸움이 아니라 면적의 싸움에 가깝다고 말한다. 실제 생산 현장에선 AP 쪽 열을 잘 빼주기 위해 보드 위로 열을 넓게 퍼뜨리는 스택을 설계하고, 상단·하단을 가리지 않고 열 경로를 만들어 표면 온도와 쓰로틀링을 억제하는 접근이 ‘정공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베이퍼 챔버. 사진=삼성전자
베이퍼 챔버. 사진=삼성전자

다만 제조 난이도는 상당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완성 조립 후 보드에 미세 홀을 뚫어 액상 TIM(서멀 겔)을 역주입하는 공정은 아이디어 자체는 단순하나 점도·토출·역류·실링·벤트(배기) 설계가 얽히며 난이도가 가파르게 높아진다고 현장에서 전해졌다. 휴대폰을 얇게 만드는 선택이 공정 난도를 높이고 열 경로 확보를 더 어렵게 만드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결과물이 발열이 심해지며 외면당하는 악순환이 돌아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현재 AP 위에 굉장히 두꺼운 동박 플레이트를 넣어서 열을 1차로 빼고 있다”며 “발열 쪽은 소재를 만드는거나 액상 방열(Thermal Interface Material) 연구 난이도가 매우 높아 개발해야 될 게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이폰 17에어. 사진=애플
아이폰 17에어. 사진=애플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 ‘컴퓨터’를 요구하는 것도 초박형 휴대전화가 인기가 덜한 이유다. 스마트폰에서 데이터를 더 많고 빨리 처리할수록 열도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열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과거 엑시노스 때처럼 안전을 위해 인위적으로 성능을 떨어뜨려야 하는 상황에서 이용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갤럭시 S7부터 삼성은 물을 기반으로 한 쿨링 시스템을 도입했고 갤럭시 노트9에선 효율적인 열 방출을 위해 구리를 넣었다. 이어 갤럭시 S23 시리즈부턴 방열 성능이 강화된 베이퍼 챔버를 적용하고 베이퍼 챔버 면적을 기존 모델 대비 넓게 설계해 보다 효율적으로 열을 배출해왔다. 유독 얇은 베이퍼 챔버를 지닌 갤럭시 S25 엣지·아이폰17 에어에 소비자들이 발열을 크게 느끼는 이유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SAP센터'에서 개최된 상반기 '갤럭시 언팩 2025'에서 공개된 '갤럭시 S25 엣지'의 디자인(왼쪽부터 '갤럭시 S25 엣지', '갤럭시 S24 울트라 모형', '갤럭시 S23 울트라 모형'). 사진=삼성전자
22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SAP센터'에서 개최된 상반기 '갤럭시 언팩 2025'에서 공개된 '갤럭시 S25 엣지'의 디자인(왼쪽부터 '갤럭시 S25 엣지', '갤럭시 S24 울트라 모형', '갤럭시 S23 울트라 모형'). 사진=삼성전자

이러한 실리콘 칩의 열을 잘 빼기 위해 업계 관계자는 “베이퍼 챔버의 시대가 다가오면서 갈륨 합금 등 ’리퀴드 메탈(액체 금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열은 기본적으로 나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빼는 것이 가장 좋은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리퀴드 메탈과 유티메탈을 써야 할 상황까지 왔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제 양산까지는 부식, 절연 보증 등의 이슈가 있어 어려울 뿐더러 폴더블 같은 특수 폼팩터의 경우 ‘얇게’보다 ‘넓고 견고한 열길’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거대한 벽 속 폰 트렌드 바뀔까

28일 경북 경주 엑스포공원 에어돔에서 열린 'K-테크 쇼케이스'에서 삼성전자의 두 번 접는 스마트폰 '트라이폴드폰'이 최초 공개되고 있다. 트라이폴드폰은 기존 양면 접이식 '폴드' 시리즈에서 한 단계 진화한 모델로, 화면을 두 번 접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사진=연합뉴스
28일 경북 경주 엑스포공원 에어돔에서 열린 'K-테크 쇼케이스'에서 삼성전자의 두 번 접는 스마트폰 '트라이폴드폰'이 최초 공개되고 있다. 트라이폴드폰은 기존 양면 접이식 '폴드' 시리즈에서 한 단계 진화한 모델로, 화면을 두 번 접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사진=연합뉴스

여러 가지 기술 부담이 현장에서 나오는 가운데 업계는 휴대전화 트렌드가 디른 형태로 나아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얇다는 매력이 소비자에게 크게 다가오지 못할 뿐더러 삼성전자, 애플이 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바형 휴대전화, 폴더블 등을 맞춤 겨냥 중이기 때문이다.

갤럭시 S26 시리즈에서 엣지가 빠진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초박형 스마트폰도 미래 스마트폰 폼팩터의 가능성 중 하나지만, 그 보다는 더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나오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폴더블이 새로운 격전장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당장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2월 5일 2번 접는 ‘트라이폴드폰’을 출시하며 폴더블 라인업 다변화에 나설 예정이다. 배터리는 약 5600mAh로 추정되며 두께는 펼쳤을 때 약 4.2mm, 접으면 약 14mm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트라이폴드 스마트폰은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이 지난 7월 “올해 안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며 공식화된 바 있다. 

애플도 루머에 따르면 2026년 하반기에서 2027년 사이 폴더블 아이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이 나왔다. 접이식 아이패드 출시는 오는 2028년에서 2029년 즈음으로 꼽힌다. 일본 미즈호증권은 “폴더블을 내년에 출시한다면 연간 생산량은 500만~700만대를 전망한다”고 전망했다.

당장 삼성전자는 다가오는 갤럭시 S26 울트라에 25와트, 일반과 플러스에 20와트 무선충전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다. 25W는 이론적으로 15W 대비 충전 시간을 40% 단축할 수 있다. 15W로 스마트폰을 충전을 할 때 총 100분이 걸렸다면 25W로는 60분만에 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20년 갤럭시S20 시리즈 탑재를 시작으로 올해 출시한 갤럭시S25 시리즈와 폴더블폰인 갤럭시Z7 시리즈까지 삼성 무선충전은 15W가 최대였다. 무선 충전 업데이트는 6년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