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개최한 스냅드래곤 X 시리즈 아키텍처 딥다이브 2025 행사가 미국 샌디에고에서 11일(현지시간) 열린 가운데 현장에서 스냅드래곤 X 시리즈 아키텍처의 모든 것이 공개됐다. 특히 퀄컴의 저전력 고성능 DNA가 집약된 멀티미디어 기술과 혁신적인 전력 공급 설계, 나아가 특유의 엔지니어링 철학이 등판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현장에 등판한 파라그 아가시(Parag Agashe) 퀄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이 밝힌 '올웨이즈 온 센싱 허브'는 스마트폰에서나 가능했던 즉각적이고 지능적인 경험을 PC로 가져오는 핵심 기술이라 큰 호평을 받았다.

사진=최진홍 기자
사진=최진홍 기자

스마트폰의 경험, PC 화질의 표준으로
아가시 수석 부사장은 센싱 허브와 마이크로 NPU가 구현할 구체적인 사용 사례들을 제시했다.

먼저 오디오다. 그는 "PC가 절전 상태일 때도 기기 활성화를 할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헤이 스냅드래곤이라고 말하면 기기가 깨어난다"고 했다.

단순한 음성 인식이 아니다. 그는 "사용자 ID를 이용한 기기 활성화도 가능하다"며 "'헤이 스냅드래곤'이라고 말하면 기기가 깨어나지만 다른 사람이 '헤이 스냅드래곤'이라고 말하면 기기가 깨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전력 아일랜드의 마이크로 NPU가 키워드 감지뿐만 아니라 사용자 음성까지 식별하는 AI 알고리즘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나만의 것이다.

마이크로 NPU는 PC가 깨어 있을 때도 빛을 발한다. 줌(Zoom)이나 팀즈(Teams) 통화 시 아주 적은 추가 전력만으로 저전력 아일랜드, 즉 마이크로 NPU에서 노이즈 캔슬링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형 NPU는 더 무거운 AI 작업을 위해 비워둘 수 있다. AI 작업을 위한 자원 배분을 극도로 효율화한 셈이다.

카메라 경험 역시 마찬가지다. 퀄컴 스펙트라(Qualcomm Spectra) ISP로 명명된 18비트 이미지 신호 프로세서는 듀얼 36메가픽셀 30프레임/초, 또는 64메가픽셀 제로 셔터 랙(ZSL)을 지원하며 RGB 센서 2개와 IR 센서 2개 등 최대 4개의 카메라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심지어 카메라 센서 입력이 올웨이즈 온 센싱 허브로 연결되어 사람 존재 감지(human presence detection) 기능을 통해 PC가 자동으로 깨어나고, 앞으로 걸어가면 PC를 자동으로 잠글 수 있다.

PC가 켜져 있을 때도 사용자가 다른 곳을 쳐다볼 때, 혹은 디스플레이의 밝기를 조절하거나 누군가 내 화면을 엿보고 있는지 감지하는 엿보는 사람 감지 기능 등 주변 AI(ambient AI)를 낮은 전력 소비로  실행 가능하다.

얼굴 감지, 배경 흐림 효과도 이미지 신호 프로세서에 하드웨어화되어 순수하게 소프트웨어로 프로그래밍했을 때보다 훨씬 낮은 전력으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퀄컴
사진=퀄컴

아드레노 VPU 및 DPU, 그리고 '독보적인' 전력 공급 설계
멀티미디어 처리 능력은 아드레노(Adreno) VPU와 아드레노 DPU가 담당한다. 아가시 수석 부사장은 "새로운 듀얼 코어 아키텍처의 VPU가 8K 30프레임/초 인코딩 또는 듀얼 8K 60프레임/초 디코딩을 지원한다"면서 "전용 AV1 인코더와 향상된 10비트 HDR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스플레이 측면에서는 144Hz로 실행되는 4대의 4K 디스플레이, 또는 60Hz로 실행되는 4대의 5K 디스플레이라는 압도적인 출력을 지원한다"면서 스마트폰 OLED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로컬 톤 매핑(local tone mapping), OLED 엣지 디밍(OLED edge dimming)과 같은 저전력 기술을 PC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엣지 디밍은 화면을 볼 때 종종 화면 중앙에 집중하고 가장자리에는 그다지 집중하지 않것이라는 점에 착안, 인지 가능한 차이 없이 전력을 절약하기 위해 OLED 가장자리의 밝기를 약간 어둡게 하는 스마트한 전력 절감 기술이다.

한편 아가시 수석 부사장은 퀄컴이 고성능과 저전력을 동시에 달성하는 핵심 비결로 PC 산업의 나머지 부분과는 독특하게 다른 전력 공급(Power Delivery) 설계를 꼽았다.

그는 "2단계 전력 공급 설계를 채택했다"며 경쟁사가 BR(전압 레귤레이터)을 칩 측에 통합하는 것과 달리, PMIC(전력 관리 집적 회로)를 SOC와 분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아가시 수석 부사장은 "SOC를 위해서는 가장 발전된 올바른 노드(N3X)를 선택하고, 전력 공급 아날로그 부품(PMIC)을 위해서는 높은 효율을 제공하는 정확한 노드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며 "두 가지 모두를 완벽하게 최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훨씬 더 조밀한(dense) 전력망이 독립적으로 가동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코어 PMIC와 SOC 사이에 긴밀한 제어 루프를 가지고 있어 매우 빠른 전환이 가능하다"면서 "이것이 바로 '하드웨어 기반 RPM 제어'의 실체"라고 말했다. 그는 "전압 상승을 필요할 때까지 가능한 한 지연시키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신속하게 더 낮은 전압 그룹으로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퀄컴의 저전력 설계가 얼마나 정교한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진=최진홍 기자
사진=최진홍 기자

하나의 아키텍처, 무한한 폼팩터… 'TDP의 해방'
정교한 전력 설계는 스냅드래곤 X2 플랫폼이 특정 TDP(열 설계 전력)에 얽매이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아가시 수석 부사장은 "경쟁사들은 '특정 플랫폼은 TDP을 분리해 부르지만 우리는 매우 낮은 전력의 팬리스(fanless) 디자인에서부터 수십 와트의 전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범위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특정 TDP를 명시할 필요가 없다. 이는 퀄컴이 칩을 제공하면 OEM이 어떤 기기를 만들고 싶은지 자유롭게 결정하면 된다는 의미다. 하나의 아키텍처가 초박형 팬리스 노트북부터 고성능 워크스테이션급 기기까지 아우를 수 있는, 그야말로 'TDP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한 것이다.

충전 측면에서도 퀄컴 퀵 차지 5 플러스(Quick Charge 5+) 기술을 통해 최대 140 와트까지 효율적인 충전을 지원한다. 그는 "기기를 매우 시원하게 유지하면서도 신속한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며 "표준 노트북 배터리들을 사용하면 되기에 제조사가 특별한 배터리를 구비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사진=최진홍 기자
사진=최진홍 기자

타협 대신 혁신의 속도 택하다
파라그 아가시 수석 부사장은 성과 뒤에 숨겨진 엔지니어링 철학도 공유했다. 

그 철학은 도전 과제를 돌파하며 선명해진다. 먼저 정체성에 대한 순번 정하기다. 아가시 수석 부사장은 "세대를 거듭하며 70~80%의 성능 향상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전력 효율성을 유지해야 할 때,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맡은 도전 과제라며 "고성능, 저전력을 나중에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첫날부터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것"이 퀄컴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배터리 수명을 포기하면 고성능을 얻을 수 있다거나, 성능을 희생하면 훌륭한 배터리 수명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타협 없는 엔지니어링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하는 RISC vs CISC의 구도가 퀄컴의 전력 효율 우위의 비결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그는 "RISC vs CISC의 문제라고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명령어 세트(instruction set)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가장 작은 아날로그 회로부터 전체 CPU, GPU, NPU에 이르기까지 모든 IP에서 항상 고성능, 저전력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퀄컴의 우위는 특정 아키텍처가 아닌, 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설계 철학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한편 아가시 수석 부사장은 저전력, 고성능 DNA와 함께 혁신의 속도에도 주목했다. 그는 "퀄컴에서 30년 동안 일해왔다"고 밝히며 "우리를 차별화하는 것은 '혁신의 속도'라고 생각하며 이미 PC에서 그렇게 하고 있고, PC에서 계속 그렇게 할 작정"이라고 말했다.